춘천닭갈비

오늘 날씨는 정말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 춘천으로 가던 향하던 중에 가평을 조금 지나치니 눈발이 조금씩 흩날리기 시작했다. 춘천이 가까워질수록 눈발은 점점 굵어졌다. 춘천에 도착하고 보니, 이미 시내를 다니는 차량들은 온통 눈을 뒤집어쓰고 있었고, 눈은 도로 위에도 이미 쌓여가기 시작했다. 캠퍼스에도 파르스름한 나무마다 눈꽃이 피어 있었다. 어차피 공강시간도 넉넉한 만큼, 첫시간 강의가 끝나면 눈꽃 사진을 찍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더랬다.

하지만 수업 한 시간 반을 마치고 나와보니, 이미 언제 그랬냐는듯, 하늘은 파랗게 변해있었고, 날씨는 따뜻해져서 눈은 거의 녹아버렸다. 어쩔 수 없이 멀리 떨어진 풍경 속의 '눈'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그 사진이 바로 저 위의 사진이다.

오후 수업이 시작할 무렵 다시 눈발이 날렸고, 그 수업이 끝난 후에는 다시 날씨가 맑게 개었다. 그러나 기온은 오히려 더 떨어진듯, 꽤나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그 시간 나는, 그 유명한 '춘천 명동'으로 향했다. 벌써 6개월 넘게 춘천을 왔다갔다 했지만, 눈앞에 두고 그냥 지나친 춘천의 중심가, 그 '명동'이다.

"겨울연가"로 유명해진 춘천의 관광지들은 아직 별로 찾아보려하지 않았는데, 우연치 않게 명동에서 "겨울연가" 투어 일행을 마주치게 되었다. 명동 한복판에 있는 '만남의 광장'인데, 이곳이 바로 준상이와 유진이가 12월 31일날 만나기로 했으나, 준상이의 사고 때문에 둘의 운명이 어긋나기 시작하는 바로 그 "만남의 장소"였다.(맞나?) (이 드라마에서 이해 안되는 게 너무 많지만, 그중의 하나. 이유도 모르고 준상이에게 '바람 맞은' 유진이는, 바로 다음날 아침 "준상이가 어제 약속장소에 안 나온 것에 대해 어떻게 따질 것인가"를 고민하면 등교한다. 하지만 교실에 도착한 유진이는 친구들로부터 준상이가 죽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1월 1일날 등교하는 학교도 있나보다.)
바로 그 옆 명동 닭갈비 거리. 아직은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간판 불도 별로 안켜지고 좀 썰렁하다. 요 사진 왼편으로 보이는 "산골 닭갈비"도 꽤나 유명한 집.
서로 "원조"를 자처하는 수많은 닭갈비집들 가운데, 한 곳 '우미닭갈비'로 찾아 들어갔다.
음식으로서의 '닭갈비'는 "계륵(鷄肋)"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값싼 '닭고기'를 재료삼아 '돼지갈비'의 조리법과 양념을 본따 만들었던 것이 '춘천닭갈비'의 기원이다. 사실 1960년 무렵 등장한 최초의 '닭갈비 원조집'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명동 닭갈비 거리가 '춘천닭갈비'의 명성을 발전시켜온 장소라는 것만큼은 분명한 듯하다. ([네이버/연합뉴스])

춘천 명동 닭갈비의 산역사라고 할 수 있는 '우미닭갈비'와 '우성닭갈비'의 원래 주인은 이미 명동을 떠났다고 한다. ([딴지관광청-닭갈비 4대천황]) 명동 지역의 닭갈비는 비싸기도 하다. 신촌을 비롯한 서울 시내 대학가에 있는 닭갈비 집에서 1인분이 5500원 내지 6000원 정도 하는 데 비하면, 1인분에 8500원인 이곳의 가격은 "비싸다"라는 생각이 안 들 수가 없다.

그동안 춘천을 오가면서도 '막국수'는 먹었어도 '닭갈비'를 먹으려하지 못했던 것은 혼자 움직이는 보따리 장수로서의 상황 때문이었다. '닭갈비'는 혼자 찾아가 먹을만한 음식은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닭갈비'를 포장해다가 집에 가지고 와서 먹으면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고, 바로 오늘 그것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

긴 말이 필요 없다. 비싼 건 이유가 있었다. 얼리지 않은 싱싱한 생닭, 그 덕에 풍부하게 우러나오는 육즙, 한 입 베어물어봐도 싸구려 떡이 아님을 알 수 있는 쫄깃한 쌀떡, 그리고 그리 맵지는 않으면서 고소한 양념장.
당분간 서울 시내 닭갈비는 못 먹게 될 듯 싶다.

p.s.1. '우미닭갈비' 홈페이지가 뒤늦게 눈에 띄었는데, 아~~ 10% 할인쿠폰이 있더라는... ([홈페이지])
p.s.2. 다음에는 딴지관광청에서 사실상 '베스트'로 꼽은 "우성닭갈비"를 찾아가보련다. ^^;;

by 갈림 | 2005/03/25 01:01 | 酒食 ::: 디오니소스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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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사막여우 at 2005/03/25 04:04
우와~ 위에 있는 덧글 멋있다
Commented by 리드미 at 2005/03/25 05:56
저도 몇 년간 여러 집에서 닭갈비를 먹어봤는데, 강원대 후문 축협 사거리의 '먹자낙지닭갈비' 가 1순위입니다. 언제 한 번 드셔보시기를.
Commented by 갈림 at 2005/03/25 11:32
사막여우/ 비공개덧글 하나 사정상 내가 지웠소. (근데 보여?)
Commented by 갈림 at 2005/03/25 11:35
리드미/ 아, 춘천이 고향이라 하셨었죠? 강대 후문쪽이 먹거리의 천국이란 얘기는 들었습니다. 다음엔 거기도 가봐야겠네요. ^^
(요즘에 바쁜일이 있으신지요. 4월을 기다리고 있어요.^^)
Commented by 늘꿈속 at 2005/03/25 11:39
한수산의 소설 속에서 읽었던 기억이 있어요.
"값싼 '닭고기'를 재료삼아"
아마도 알을 낳다가 명줄의 끝에 몰렸던 닭들을 재료로 썼다는 내용이었던 거 같아요.
그러고 보면 요즘 제법 고급스런 부대찌개집들도 많은데,
그 원조야 말하기가 좀 거북하죠.

리드미님 밤 새셨나 보네요.
Commented by 갈림 at 2005/03/25 12:07
늘꿈속/ 닭갈비를 예전에는 '인분'단위가 아니라 '대'로 팔았고, 1인당 1000원 남짓한 돈이면 한끼 식사로 거뜬했다고 하더군요. 물론 물가가 오른 면도 있지만...
(리드미님은 밤새셨나봐요, 진짜. 아차차... 리드미님 고향은 춘천이 아니었죠. 리드미님 모교를 제가 요즘 오가고 있답니다.)
Commented by 김민조 at 2005/03/25 23:40
옛날에 일군의 미녀들과 함께 먹었던 닭갈비가 생각난다. 내 생애 그때처럼 맛있는 닭갈비는 먹어본 일이 없다. 눈물 나게 맛있었다...
Commented by 갈림 at 2005/03/26 23:35
김민조/ 춘천 왕복 인생 6개월만 더 하고 나서, 닭갈비의 지존을 파악한 후 눈물을 한번 더 흘리게 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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