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국제 유가와 국내 휘발유값

엊그제 y모씨가 덧글에서 농담처럼, '국제유가'를 물어봤었는데,
그 덧글을 본 김에 저도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연일 치솟던 국제유가는 오늘 잠시 주춤한 듯 합니다.
국제 유가는 대체로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에서 거래되는 중동(얼마전 이 표현에 시비를 걸어놓고'中東'이란 말을 쓰려니 좀 뻘쭘합니다만, 일반적인 보도에서 사용되는 고유명사라 생각해주시길.)산 원유를 기준으로 하는 '두바이유(Dubai)', 뉴욕상업거래소 기준의 '미국 서부텍사스 중질유(WTI)', 영국 런던석유거래소의 '북해산 브렌트유(Brent)' 이상 세 가지로 대표됩니다. 이 세가지를 보통 '세계 3대 원유(原油)라고 하지요.

대체로 '브렌트유'와 'WTI'가 '두바이유'에 비하여 비싼 편입니다. 오름세가 잠시 주춤한 오늘(현지 기준 22일자) 유가를 보면, 현지 기준 WTI 현물 유가는 배럴당 54.09달러, 브렌트유는 배럴당 54.59달러, 두바이유는 배럴당 47.82달러였습니다. 근래 WTI 유가의 변동이 상대적으로 큰 편인데요, 우리나라의 경우는 두바이유를 비롯한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이 가장 높은 편입니다.

국제유가는 항상 '배럴당 달러가격'으로 표현되곤 하는데요, '배럴'이란 단위는 우리에겐 익숙한 단위는 아닙니다. 그렇다면, 국제유가와 우리나라의 기름값과의 상관관계는 어떠할까요?

일단, '배럴'이란 단위에 대한 정의를 살펴보지요. '배럴'의 약호는 'bbl'로 적는데요, 주로 액체를 계량하는 단위입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는 '미터법'이 아니라 '야드/파운드법'에 의거한 단위입니다. 특이한 것은 '배럴'은 무엇을 계량하느냐에 따라 미터법으로 환산되는 부피량이 조금씩 달라진다는 겁니다. 석유의 경우 1배럴=42미국갤런=158.9ℓ로 환산되고요, 맥주의 경우는 1배럴=36영국갤런=163.7ℓ, 일반액체는 1배럴=31.5미국갤런=119.2ℓ입니다.

지금의 관심사는 석유니까요, 요점을 정리하면, "원유 1배럴=158.9ℓ"라는 거지요. 우리가 가장 많이 수입해오는 '두바이유'를 기준으로 계산해볼까요? 22일자 기준으로 두바이유 원유 1배럴에 47.82달러였으니까요, 1리터에 얼마가 되는 건가요. 음, 리터당 0.30달러가 되는군요. 오늘(23일) 환율을 매매기준율인 달러당 1008.40원으로 적용해 계산해보면, 현지거래가 기준으로 두바이유 원유 1리터당 303.47원 정도가 되는군요.

사실, 현지 거래가보다는 우리나라에 수입되어 오는 유가가 더 중요하겠지요. 22일 재경부가 발표한 '주요경제지표 3월호'에 따르면, 지난 2월에 국내에 수입된 운송비를 포함한 '원유 도입원가'는 평균 배럴당 40.40달러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이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인데요, 딱 한달 전쯤 두바이유 현재 거래가가 1980년 이후 처음으로 40달러를 돌파했다고 한 이후, 유가는 계속 올라서 현재 며칠째 47달러선에 머물러 있음을 생각한다면, 3월 국내 원유 도입가도 꽤나 상승했겠지요. '두바이유'에 품질에 못미치는 원유도 상당히 수입되고 있으며 2월에 발표된 배럴당 40.40달러도 '평균 도입 단가'라는 점을 고려할 때, 다소 무리는 있겠지만, 3월달 평균 원유 도입 단가를 어제 두바이 현지 원유가와 동일한 배럴당 47.82달러로 잡아보기로 합시다.

원유가 수입되어 오면, 각 정유 공장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석유 상품 및 부산물들로 생산되는 과정을 거칩니다. 대략적으로 원유를 정유하는 과정에서 무연휘발유 45-50%, 난방유(등유) 20-24%, 제트유 6%, 잔여연료 11%, 나프타 3-6%, 부산물(아스팔트, 부탄) 등으로 생산된다고 하는군요. 실제 주유소로 보내질때는 각 정유사마다 휘발유 상품을 구별하기 위해 '착색제(물감)'가 일부 첨가된다고 합니다.

자, 아까 계산했던 것을 그대로 활용해보지요. 원유 배럴당 47.82달러를 환산하여, 1리터에 303.47원이라는 계산을 얻었지요. 만약 원유 1리터를 정유해서, 무연휘발유 0.5리터를 얻는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렇게 되면, 무연휘발유 1리터를 얻기 위해서는 원유 2리터가 필요하다는 얘기니까요, 무연휘발유 1리터당 606.94원이라는 계산이 나오는군요. 사실 이건 말도 안되는 계산이지요. 나머지 50%를 통해 난방유, 제트유, 나프타 등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게다가 원유로부터 가장 많이 얻을 수 있는 '휘발유'가 가장 비쌀 리가 있겠습니까? 실제로 제트유나 경유의 부가가치가 더 높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주(州)마다 다르긴 하지만, 대개 경유가 휘발유가보다 비싸다더군요. 정유 과정을 거치며 생기는 부가가치는 '휘발유'의 경우 그다지 크지 않다고 보는 게 오히려 정확할 듯 싶군요.

자,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현재 휘발유 가격이 얼마인가요. SK가 내일(24일)부터 적용할 세후(稅後) 공장도 가격을 보면, ℓ당 1359원입니다. 참고로 경유는 ℓ당 1025원, 보일러등유는 ℓ당 814원입니다. 뻥튀기된 나머지 가격은 어디서 온 것일까요? 일단은 정유공장으로부터 주유소까지 수송한 물류비가 포함되겠고, 정유사와 주유소의 마진이 있겠지요. 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부분은 바로 "세금"입니다.

농어촌에 거주하는 농어민들중 자격 요건에 해당되는 이들에게는 일정한 할당량이 정해져 있는 '면세유(免稅油)가 공급됩니다. 여기에는 정유사나 주유소의 마진은 포함되어 있지만, 순수히 '세금'만 면제되어 판매되는 것이지요. 엊그제 제가 지나다니는 경기도 가평군 국도변의 한 '농협 주유소'를 살펴봤습니다. 지방 국도변에 있는 주유소인지라, 도심의 주유소에 비해서는 싼 편입니다. 대략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기름값이 비싼 곳은 울릉도와 제주도, 서울, 가장 싼 곳은 울산 부근이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물론 물류비나 주유소 토지비용이 차지하는 비중 때문이겠지요. 암튼, 그곳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무연휘발유 가격은 ℓ당 1351원이었습니다. 자, 그렇다면 '면세유' 가격은요, 무연휘발유 ℓ당 570원이었답니다. 대략 휘발유가의 60% 정도가 세금인 셈이군요. 경유나 등유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도 원가(原價)가 싸기 때문이 아니라 세금이 상대적으로 적게 부과되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10년전, 그러니까 95년도의 휘발유가는 ℓ당 550원, 경유는 ℓ당 230원 정도였습니다. 10년 사이, 휘발유가는 3배, 경유는 6배 가까이 오른 셈이지요.

※ 사실 석유화학 분야에 대해 문외한인데, 기본적인 신문 기사들만을 참조로 해서 모아본 자료이기 때문에, 상당한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by 갈림 | 2005/03/24 00:19 | 談話 ::: 기고/생각들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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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늘꿈속 at 2005/03/24 10:09
문학평론가가 살펴본 경제, 좋은 아이템인가요? ^^
Commented by 갈림 at 2005/03/24 12:30
늘꿈속/ 아이구... 보따리 장사하는 처지로서 기름값에 민감할 뿐, "평론가"와는 보다시피 아무런 상관 없는 글이었습니다.
ㅡㅡ;
Commented by youngjune at 2005/03/24 12:53
그러니까 얼마냐구~~~!?!?!?



후다닥~~~
Commented by 갈림 at 2005/03/24 14:07
youngjune/ 그때 그때 달라요 (버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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