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저작권과 디지털 문화

참고글 : MP3 시대의 충고

저작권법 개정안이 지난 1월 16일부로 시행되면서 블로그를 중심으로 한 인터넷 세상에는 또 한번 크고 작은 소란이 있었다.

개정/신설된 저작권법의 해당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64조의2 (전송권) 실연자는 그의 실연을 전송할 권리를 가진다. [본조신설 2004.10.16]
제67조의3 (전송권) 음반제작자는 그의 음반을 전송할 권리를 가진다. [본조신설 2004.10.16]
- 부칙 <제7233호,2004.10.16>

--이 법은 공포 후 3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

사실 이번 개정안의 시행 이전에도, 음악의 추출 및 복제가 원천적으로 불법이었으니, 예전에는 음악/음원을 복제해도 괜찮았는데 이제부터는 불법이 된 것은 아니다. 이번 조치는 위에 옮겨놓았듯이 음반제작자와 실연자의 "전송권"을 명확히 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전송" 이란 저작권법 제2조 9의2에 따라, "일반 공중이 개별적으로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수신 하거나 이용할 수 있도록 저작물을 무선 또는 유선 통신의 방법에 의하여 송신하거나 이용에 제공하는 것"을 말하며, "전송권" 이란 "저작권을 소유한 저작물에 대해 전송을 하거나 타인이 할 수 있도록 허락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바로, 이 "전송권"의 권한 소재를 명확히 함으로써, 인터넷 상에 음원을 올려놓거나 스트리밍 링크를 걸어두는 행위 등을 규제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명확해진 셈이다.

인터넷 사용이 활발해지면서 '저작권'이라는 권리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나 또한 '글을 쓰는 일'이 나의 중요한 '업' 가운데 하나이다보니, "저작권" 혹은 "복제/표절"의 문제에 민감한 사람이 아닐 수 없다. 글이 되었든, 음악이 되었든, 만화가 되었든, 혹은 그 무엇이 되었든, "창작"의 노력에 대한 대가를 아무런 죄의식 없이 가로채는 것은 곤란하다.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복제"가 너무나 손쉬워졌고, 그로 인한 문제점은 수없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가령, 대학에서 리포트를 내라고 하거나 발표를 하라고 하면, 온갖 인터넷 자료를 짜깁기 한 '수집품'들이 난무한다. 직접 경험한 일인데, 어떤 한 학생은 "이번에 읽고 (리포트를) 쓰라고 한 작품에 대해서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아보니, 너무나 자료가 없어서 당황했다. 그래서 뭘 써야할 지 모르겠다. 왜 그런 숙제를 내주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리포트에 쓰기까지 했다.

창작과 저작의 노력을 존중하는 것은 무척 소중한 일이다. 다만 시대가 변함에 따라, 그 '존중'의 방식 역시 변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현재와 유사한 개념의 "저작권"이 등장한 것은 서구에서도 불과 100년 남짓한 일일 뿐이다. 가령, 조선시대에 '저작권' 개념이 뚜렷했었더라면, "필사본(筆寫本)"에 의해 살아남은 우리의 고전문학 작품 대다수는 지금까지 전해질 수조차 없었을 것이다. 대다수의 우리 고전문학 작품의 저자가 "미상(未詳)"이라는 분인 이유는, 그것이 구전(口傳)되어왔다는 이유 때문이거나, 정치적 문제를 피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저자' 개념 자체가 불명확하고, 심지어 불필요했기 때문이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대중음악'의 문제로 논점을 국한시켜 생각해보자. 인터넷을 이용하여 무분별하게 음악을 주고받는 행위 자체는 분명 '근대적 저작권'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일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작금의 저작권법 개정의 밑바탕은 '창작자'와 '연주자'의 권리를 존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음반 제작 유통업자'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발버둥으로 폄하받아야 마땅하다.

세상은 변하고 있다. 그것도 아주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그 변화 흐름에 따라, 경제적으로 이득을 보는 이들도 생기기 마련이고, 불이익을 보는 이들도 생기기 마련이다. 그 흐름을 따라오지 못하여 불이익을 받은 이들의 문제를 무조건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들의 '기득권'을 위하여 변화의 흐름을 역행하는 것은 더욱 문제다. 세상의 변화에 의해 불이익을 보게 된 이들의 할 일은, 당연히 변화한 세상의 흐름에 적응하려는 노력이다.

1990년대 들어서, 한국의 음반시장은 과거에 비해 매우 거대해졌다. 90년대 초, 당시 초절정 보이그룹이었던 'New Kids on the Block'이 내한공연을 가진 것은 그들의 음반을 팔아먹을 '시장'으로서 한국이 충분히 매력적이게 되었던 때문이다. 당시 우리의 음반 시장은 LP 중심에서 CD 중심으로 변화하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CD가 출시되면서 그 가격은 LP 보다 비쌌지만, 제작 원가는 크게 낮아졌다. '음반제작자'들에게는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 당시에 젊은이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주고 받던 선물은 LP나 CD였다. 그것을 때로는 테이프로 편집하듯 녹음하여 '워크맨'으로 대표되는 휴대용 플레이어로 듣고 다니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물론, 리어카에서 판매하는 불법 복제 테이프도 성행했지만, 리어카에서 인기있는 음악은 소위 '길보드' 차트 인기곡이라 불리며, 정품 음반의 동시 성공을 보장하는 것이었다. 리어카표 불법복제 음악을 추방하자는 운동도 열렸지만, 한쪽의 음반제작자들은 '길보드' 차트를 장악하기 위해 로비도 마다하지 않았다. 물론, 그보다 더 이전의 음반제작자들은 '음악다방' DJ들에게 접근하였을테고, 방송사를 비롯한 언론매체를 향한 홍보 노력은 굳이 언급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웬만큼 인기를 얻은 앨범이면 100만장 판매를 훌쩍 넘기던 90년대 초중반, 그 덕에 큰 돈을 쥐게 되었을 '음반제작자'들이 '워크맨'이나 'CD플레이어'라는 하드웨어를 판매한 전자회사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바 없다. 그들이 당시 경제적 성공을 거둔 것은 '음악' 자체의 발전 덕도 있었지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하드웨어가 비약적으로 발달하고 저렴해진 덕분이기도 했음에도 말이다. 90년대 중반부터는 PC 통신과 인터넷이 활발하게 보급되기 시작했지만, '모뎀'에 의존하던 당시에는 음악 파일을 만들 수만 있었지 배포, 전송하는 것은 용량의 압박으로 불가능에 가까웠다. 90년대말, 초고속 인터넷 시대가 본격화되었으며, MPEG[Motion Picture Experts Group]과 MS 등에서 멀티미디어 파일에 대한 엄청난 효율의 압축기술을 개발하였는데, 이로 인해 음악 파일의 배포, 전송은 무척이나 용이해지게 되었다. "소리바다"의 등장이 아니라, 바로 이 때가 음반제작자들에게 어쩌면 '악몽'의 시작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음반제작자'들이 이로 인한 피해 보상의 책임을 초고속 인터넷망 사업자나 MS측에 물었다는 얘기 역시 들어보지 못했다.

첨단의 문명이 '음악저작권자'들에게 불이익만 준 것은 아니었다. '음반제작자'들은 음반을 들을 수 있는 하드웨어의 발전 덕을 톡톡히 보았을 뿐만 아니라, '노래방', '휴대폰 벨소리'라는 '음원판매시장'의 확대로 인한 수혜를 자신들은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은 채 받게 되었다. 또한 'FM 방송사의 급증'과 '케이블 음악 채널의 신설'도 이들에게는 희소식이었다. 이들이 얻은 이익 가운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양질의 '음악'을 공급해줄 가수와 작곡가, 연주자들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음반시장이 초절정 호황일 당시에도, 이들이 '값싼' 댄스 음악에 치중하여 음반을 찍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하드웨어를 갖추게 된 '리스너'들은 선진의 음악을 보다 쉽게 접할 수 있었고, 이들이 직접 음악을 만들어내기 시작한 2000년대 들어서면, 한국 대중 음악의 퀄리티는 적어도 아시아권에서는 일본에서조차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적지 않은 '음반제작자'들은 퀄리티에도 별 관심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가수와 연주자들에 대한 기본적 예의도 다하지 못했다. 적어도 '인기'의 측면에서 보자면, 이미 '전설'이 되어버린 보이그룹 "H.O.T"의 일부 멤버들이 그들이 거둔 '엄청난 경제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그에 걸맞는 대우를 받지 못했음이 알려진 일은, 대중음악의 소비자들에게도 "내가 구입한 음반"이 창출한 경제적 효과가 엉뚱한 사람들에게 가게 됨을 깨닫게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TV 방송프로그램을 통해 "노예계약"이라는 다소 선정적인 이름으로 '연예인-기획/제작자' 사이의 불공정한 거래가 폭로되었을 때, '음반제작자'들이 한 일은, 소속 가수들로 하여금 반박 성명에 동참하도록 한 일이었을 뿐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P2P를 이용한 무분별한 '자료'의 배포는 분명히 문제의 소지가 있다. 그러나, P2P의 범람은, 많은 이들이 '인터넷'과 '디지털파일'의 편리함을 깨닫고 활용하는 시점에서, '음반제작자'들이 그 편리함을 이용하여 대중들이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해 준 일은 아무 것도 없었기 때문에서 비롯된 일일지도 모른다.

최근에 와서, 음반제작자들은 '디지털파일'로 된 음악 몇 곡을 먼저 공개/판매한 후, 정식 음반을 제작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최근의 가장 대표적인 '아이돌 그룹'인 '동방신기'의 음반 역시, 이러한 과정을 거쳐 유통되었다. 앞으로도 '디지털파일'을 먼저 공개하고 판매하는 방식은 더욱 활발해질 것임이 분명하다. 실제로 '소리바다'와 '벅스뮤직'을 대대적으로 압박하면서부터, 유료 음악 파일 시장은 서서히 활성화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또 문제가 되는 것은 '가격'과 '유통의 방식'에 있다. 인터넷을 통한 음원의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통단계가 간소화되고 홍보비용이 절감된 데에 대한 아무런 '고려'를 이들은 하고 있지 않은 듯하다. 실제로 인터넷에서 거래되는 음악파일의 하나의 가격에다가 음반에 실린 곡의 수를 곱하면, CD 한장의 판매가격과 거의 일치하는 수준이 된다. 이건 놀부 심보에 다름이 아니다. 그게 아니라면, 기존의 음반 유통 방식을 조금도 포기할 생각이 없는 거다. 인터넷으로 MP3 음악 다운받아 듣고자하는 사람이, 어찌해서 '유명 배우'들이 '해외 관광지 여행'한 듯한 '드라마타이즈'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한 비용까지 감당해야한다는 말인가. 진정으로, 디지털 사회에 적응하고자 하는 '문명적 음악 제작자'라면, 유통 체계 자체가 바뀐 현실을 깨닫고 인정해야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들의 배를 채워주기 위해 '인터넷상의 음악 파일'을 구입하기보다는 그들에게 고발될 위험을 감수하는 편을 택하는 네티즌들의 수는 줄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지난번 저작권법 개정 이후, "No Music, No Blog"를 기치로 항의 운동을 벌이는 블로거들도 적지 않았다. 최근에는 '애국가' 저작권 문제를 둘러싸고 "정치인들에게 애국가 MP3 파일 선물하기"라는 '불복종 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보다 더 적극적으로는 FreeBGM 사이트와 같은 "삭막해진 인터넷 사이트에 음악을 돌려주자"는 취지의 "저작권법과 무관한 음원을 교류하는 사이트"도 나타났다. FreeBGM 사이트를 둘러보노라면, 이미, 기존의 음반 유통 체계를 근본에서부터 뒤흔들 조짐도 보이고 있다. 무명의 뮤지션이 자신의 음악을 인터넷 상에 올려두고, 블로거나 네티즌들이 이 음악을 퍼 담아다가 그것을 듣고, 그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 의해 그 음악이 온/오프라인 상에서 실제 판매로 이어지거나 '유료 공연'을 통해 수입을 올리는 방식이다. 사실 이미 'MOT'이나 '클래지콰이'와 같은 이들은 자신들의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들의 음악을 알리는 방식으로 등장했고, '클래지콰이'의 경우에는 CF에 음악을 삽입하는 것만으로도 적지 않은 경제적 성공까지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니 그보다 더 훨씬 전에, PC 통신 시절에는 '조PD'가 있었고, PC 통신을 통해 결성되어 공연으로 출발했던 '델리스파이스'나 '언니네이발관'도 있었다.

이런 방식이 더 활성화되게 되면, 아마도 '음반제작자'와 '유통업자'들에게는 더욱 더 악몽과 같을 시나리오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음악을 만드는 뮤지션'과 '소비자'들 사이에 직접적으로 1:1 유통 관계가 이루어지는 일일 것이다. 굳이 열 몇 곡씩의 음악을 만들어야만 비로소 '가수'가 되는 것이 아닐 수도 있고, 자신을 알리기 위해 '제작자'나 '방송사'에 굽신거릴 필요도 없어질 수 있다.

앞으로의 대중음악 시장이 어떤 형태로 변화할지는 사실 예측하기 쉽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음원'을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형식에다가, 기존의 'CD'가 아니라 퀄리티가 보장되는 뮤직비디오를 담은 'DVD' 또는 '차세대디스크방식'의 판매, 그리고 '콘서트 공연'이라는 3단계 시장이 형성되지 않을까 예상해보지만, '기득권'에만 관심이 있는 '음반제작자와 유통업자'가 방해하는 한, 이 또한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가수들이나 뮤지션들의 "독립운동"이 먼저 선행되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기술의 발전의 혜택은 맘껏 누리면서, 그로 인한 손해는 조금도 보려고 하지 않으며, 판매방식조차 변화할 의도가 없는 '자본가'나 '유통업자'라면, 망하는 것이 마땅하다. '우리 음악 시장을 살려주세요'라고 애원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 땅이, 불행히도, 자본주의 경제가 지배하는 땅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p.s. 결국, 나도 무척이나 소극적인 '불복종운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적어도 현재 '음반 판매'와 관련해 '음반제작자' '뮤지션'과 '연주자'들에게 피해를 줄만한 음악으로 판단될 소지가 있는 음악파일은 내 블로그에 올리지 않겠지만, 그럴 가능성이 '0'에 가까운 음악, 가령 요 아래 있는 주찬권의 "소리없이"같은 음악은 앞으로 때때로, 올려질 것이다. 또한, 내가 구입한 음반의 '좋은 곡'을 주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구입을 권하는 포스트도 때때로 올려질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가급적이면, '저작권'과 관련하여 논쟁의 소지가 없는 좋고 참신한 '음악'을 찾아볼 생각이기도 하다.

by 갈림 | 2005/02/15 00:37 | 談話 ::: 기고/생각들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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