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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한겨레의 위기
괜시리 사업다각화를 노리거나 문어발식 확장을 꾀하고, 차입경영을 추구하던 기업이 무너진다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IMF 구제금융을 초래한 외환위기 이후, 우리는 대기업이나 은행도 경우에 따라서는 망할 수 있다는 것을 수없이 많이 봐왔기 때문에, 웬만한 기업이 위기에 빠졌다는 소식은 그리 놀랄만한 뉴스는 아닐 듯 합니다.

하지만, 그 기업이 "한겨레신문사"일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1988년 "한겨레신문"의 등장은 우리 언론계는 물론, 우리 사회의 변화 과정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사건이었습니다. 국민주 모금 운동을 통해 등장한 "한겨레신문"의 창간 과정 자체가 '민주화운동사'의 한 획을 긋는 일이었지요. 물론, 그 이후 "한겨레"로 제호로 바꾸고 17년간 이어져오는 동안, "또다른 편협한 신문이다"라든지 "읽을거리나 흥미거리가 너무나 부족한 신문"이라는 비판은 물론, "초심을 잃었다"거나 "한겨레가 변했다", "한겨레 또한 또 하나의 보수 신문일 뿐"이라는 등등의 비판 역시 끊이질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겨레"의 등장이 가져온 의미는 결코 축소될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한겨레신문"은 처음부터 특이했습니다. 한글전용에 가로쓰기는 그 당시로서는 매우 독특한 시도였고, 외래어를 순우리말로 바꾸어 쓰려는 시도 역시 매우 특이한 일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초창기, 프로스포츠 관련 기사와 주식 정보를 실지 않았던 것은 초기 "한겨레신문"의 '이상주의'적 지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겠지요.

하지만, "한겨레"도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거대 언론사와의 경쟁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습니다. "한겨레21"과 "씨네21"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한겨레리빙"과 "허스토리"의 실패는 큰 타격이었습니다. 한때, 거액 차입을 통해 '경품경쟁'에 소극적으로나마 가담했던 일은 명분과 실리 모두를 잃는 악수(惡手)였습니다. 이 과정은 명백한 '경영실패'로 평가되어 마땅합니다.

그동안 '조중동'에 비해 "한겨레"는 정기구독 고객은 형편없이 부족했습니다. 대학교 동아리방이나 과방에서 푼 돈을 모아 구독하곤 했던 "한겨레"는 인터넷뉴스에 밀려 설 자리를 잃었습니다. 그나마 강세를 보이던 '가판'은 '무가지'들의 공세로 초토화되었지요. "한겨레"의 적자를 보존해주던 "씨네21"은 1/3 가격으로 압박하는 "무비위크"와 "필름2.0"에 의해 한계에 부딪치고 있나봅니다.

결국, 작년 12월 13일, 1988년 창간 이후 변함없이 한겨레를 지켜온 "미주알"의 김을호 화백이 '고별'을 알리는 마지막회 4단 만평을 그리고는 "한겨레"를 떠났습니다. 손석춘, 김선주라는 "한겨레"를 대표하던 남녀 논설위원들을 포함해 지난 연말부터 모두 59명의 한겨레 중견 언론인들이 '희망퇴직'의 형식으로 정들었던 직장을 떠났다고 합니다.

공식적으로 "한겨레"측에서는, 다소 위기가 있지만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지만, 최근의 분위기는 심상치가 않습니다. "한겨레"의 위기를 보면서, 대학가에서 쓸쓸히 사라져간 '사회과학서점들'이 생각나는 건 왜일까요. "오마이뉴스"를 비롯한 인터넷매체를 비롯해 "미디어오늘"이나 방송매체가 있기는 하지만, 현재의 언론 구도를 고려할 때, "한겨레"의 존재는 아직 무척 소중합니다. "한겨레"의 임무가 아직은 남아있기에, 그들의 임무수행이 계속되길 희망합니다.
by 갈림 | 2005/02/11 01:12 | 談話 ::: 기고/생각들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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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at 2005/02/14 19:23
한겨레 십수년을 구독했지만 난 언제나 다른 신문으로 바꾸고 싶었지요.

왜냐 '너무 재미가 없네요.' 신문을 펼치면 읽을 기사가 없네요. 그 건조함. 그 딱딱함. 한겨레 신문의 특징은 5분이면 다 읽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경제와 스포츠 기사는 다른 일간지에서 다뤄줘야 그 다음날 겨우 나오네요.
Commented by 갈림 at 2005/02/15 00:19
ㅁ/ 그점에 있어선 나도 공감. 그러니까 쓸쓸히 사라져간 '사회과학서점들'이 생각난다니까. 나도 정작 인터넷서점을 이용했으면서, 그 서점들이 사라진 건 무지하게 아쉬워했던, 내 안의 '모순성'때문에 더 씁쓸한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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