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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논산 훈련소의 중대장이 훈령병들에게 "인분"을 먹도록 강요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큰 논란이 벌어졌었다. 사실, 이 사안은 아직 종결되지 않았고, 논란과 처벌, 후속조치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어제 국회에서 윤광웅 국방장관은 "내 아들도 군에서 맞아 고막이 터졌다"면서, 자신도 아들을 군대 보내본 심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나가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관련기사)
그런데, 윤 장관이 이 말을 어떠한 의도에서 했는지는 대강 이해할 수 있겠지만,(설마, 자신의 자식도 고막이 터졌으니, 인분 사건은 별거 아니라는 의미를 담고 있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싶다.) 자신 혹은 자신의 자식이 군대에서 체험한 추악하고 끔찍한 기억을 떠올리는 일은 이번 일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도움이 될 수도, 혹은 아닐 수도 있다. 병역 기피니 뭐니 해도, 다수의 한국 남성들이 '군대문화'를 체험하고 있는 한, 그들이 주류를 이루는 '한국사회'는 '군대문화의 연장'이다. 서로 연령대가 크게 차이나는 남자들끼리 모여 군대 이야기를 할 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우리 때는"이라는 "말머리"는 군대 문화 내지는 군대 잔재 가운데 하나이다. 대개 "우리 때는"이라는 말머리는 "자신의 군생활이 얼마나 고되고 힘들었는가"를 온갖 수사를 동원하여 치장한 '화려체 문장'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솔직히 나 자신도 "나 군대 어디 출신이야"라고 말하면, 가끔은 주위 사람의 눈이 휘둥그레지는 것을 보면서, "나의 군대 경험이 얼마나 고되고 힘들었는가"에 대한 나름의 수사력을 테스트해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곤 한다. 하지만 더 솔직히, 나의 경험은 군입대 초기 잠시를 제외하곤, 그다지 고되고 힘들지 않은 것이었으리라 '믿고' 있기 때문에, 대개는 그런 충동을 쉽게 벗어나곤 했다. 때로는 거부감이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우리 때는"으로 대표되는 군대 경험담은 "그러려니~"하고 들어줄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사실 '무용담'이 아니라 '공포체험담'이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자신이 느낀 극한 공포를 "뚜렷하고도 정확하게 사실적으로 묘사하기"를 즐겨할 리가 없다. 물론 드라마일 뿐이긴 하지만, 그것도 일본 드라마의 리메이크작이긴 하지만, SBS 드라마 "봄날"에서의 은호(지진희), 은섭(조인성), 정은(고현정)의 경우를 보면, 개인이 체험한 공포가 얼마나 큰 후유증으로 남겨질 수 있는가를 알 수가 있다. 체험된 공포는 위장되거나 과장되는 방식으로 꾸며질 필요가 있다. 이건 공포를 체험한 이들의 정신적 안위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다른 글에서 군대라는 곳이 얼마나 황당한 곳인가를 쓴 적이 있지만, 다시금 말하건대 군대란 곳은 참으로 어이없고도 폭력적인 공간이다. 군대는 근본적으로 "폭력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조직"이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근엄하고도 비장한 "조폭"이다. 군대 자체가 폭력적인 조직인데, 그곳이 폭력적이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어쩌면 참으로 순진한 생각이다. 군대를 기피하고 싶어하는 많은 이들의 심정만큼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나 역시 경험한 '공포'를 충분히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 친구들과 헤어져 논산 훈련소 연병장에 다시 줄맞춰 늘어섰던 그 순간, 최대한 따뜻하고 편안한 말로 표현하려 애쓴 흔적이 역력한 '연대장의 환영사'와는 딴판으로, 그 환영사의 뻣뻣하고 적응 안되는 말투이며, 주변 교관 조교들이 내뱉는 일상적 욕설은 내가 길들여지고 익숙해져야 하는 '폭력과 공포'의 정체를 조금씩 알려주고 있었다. 물론, 나는 참으로 다행히도, '인분 사건'과 같은 '가혹한 폭력'은 경험하지 않았다. 비겁한 것은 공포의 체험을 과장하거나 위장하는 것이 아니다. 진정으로 비겁한 것은 공포의 체험을 남에게도 맛보게 함으로써 얻는 '보상 심리'다. 인분 사건에 대한 덧글들 가운데 "나도 못지 않은 모욕과 폭력을 경험했다"는 폭로가 줄 잇는 것은 어떤 의원의 말처럼 '의욕이 넘친 교육자의 있을 수 있는 실수'가 아니라 '군대란 조직의 근본적 폭력성'을 증명하는 사례가 되어야 한다. 군대가 본질적으로 폭력적이라는 얘기는 '군대 내의 폭력'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얘기가 아니라, '군대 자체가 정당화되어선 곤란한 존재'라는 의미로 이해해주길 바란다. 설령, 세계 국가적 질서 속에서 '군대'라는 것이 불가피한 것이라 하더라도, "개병제"에 의해 비자발적으로 끌려가는 우리의 현실을 고려할 때에는, 우리의 군대 내 개개인 하나하나는 '폭력과 공포'에 스스로 길들여지지 않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을 해야만 함을 인식하길 바란다. '개병제' 군의 최고위층 인사라면, "내 자식도 고막 터졌다"라는 말을 지껄이기 보다는 "혹한기 야영장에 보일러라도 들여놓을 자세"로 복무해야 오히려 마땅하다. 군대에는 적당한 군기, 적당한 고생이 곁들여져야 한다는 믿음이 21세기 스무살 젊은이들에게 인분 먹기를 강요하는 중대장을 낳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믿음이 일상화되고, 사회에 만연한 '군대문화'로 재등장하는 순간, 우리 사회의 폭력성에 무뎌져가는 자신들을 발견하게 될 지도 모른다. 사회 속의 폭력이 익숙해지는 것은 '느와르 영화'나 '폭력적 뮤직비디오'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크린이나 TV 화면이 아닌 현실의 우리 사회가 실제로 '적당히 폭력적'임을 묵인하는 데서 시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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