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01월 28일
[관람기] 서양 미술 400년전 : 푸생에서 마티스까지
지난번에 전시회 정보 제공 포스트는 올렸지만, 관람은 오늘 하게 되었다. 일단 소감을 결론부터 말하면 안타깝게도 꽤나 '실망'스럽다는 것이다.
이번 전시회의 장점부터 말하자면, 프랑스 미술을 중심으로 한 서양 근현대 미술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점이다. 직접 루브르에 가더라도 어쩌면 지나칠 정도 많은 작품의 '양'에 압도당해서 '미술사'를 한 눈에 꿰뚫어 보기는 쉽지 않다. 이번에는 120여 점의 작품을 17세기부터 20세기까지 차례로 훑어볼 수 있다니, 참으로 좋은 기회가 됨직했다. 더군다나, 단순한 시대순 배열이 아니라 "선과 색의 위대한 논쟁"이라는 '주제'에 의한 전시 구성은 미술에 대해 문외한인 나에게도 꽤나 흥미로웠던 것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가서 본 전시회에서, 120여 점의 작품으로 '근/현대 미술사'를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홍보'를 순진하게 믿은 나의 기대는 충족되기 어려웠다. 루브르, 오르셰 미술관을 비롯한 9개 유럽 미술관이 참여한 것으로 되어 있지만, 거의 대부분은 '랭스 미술관' 작품이고 나머지 작품들은 구색 맞추는 수준인데다가, 진정 "선"과 "색"의 논쟁을 확연히 느낄 수 있을 법한 작품은 몇몇 작품들에 불과했다. 심지어 어떤 전시 작품은 '선과 색의 논쟁이 19세기 모더니즘에서 화합하며, 20세기에 이르러 통합되었다'는 "총괄적인 전시 구성 설명"을 오히려 혼란스럽게 할만한 작품들이어서 더욱 당혹스러웠다. 게다가 '방학숙제'를 하러 온 아이들에 의한 혼잡함과 산만함은 역시 저녁 시간 폐관 직전에 가는 것이 현명했을 것이라는 뒤늦은 후회를 낳게 했다. 사실, 그런 혼잡이야 '샤갈전' 때의 경험으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예술의 전당'이라는 "이름"을 무색케하는 전시실 내부의 관람 환경은 안타까울 뿐이었다. 수많은 작품들 가운데 19세기 사실주의 미술의 면모에 대하여 거의 유일하게 접할 수 있었을 한 작품은 "캔버스를 향해 직접 쏘아대는 백열 전구 조명"으로 인하여, 색채와 빛을 도저히 확인할 수 없었다. 전시 작품 관람을 위한 '동선'은 직관적이기는커녕, 아무리 고민해도 어느 쪽부터 보아야 하는 것인지 알기 어려운 곳도 있었다.
또 17세기 전시장 내에 전시돈 샤를르 브륑의 대리석 회화 "앙리에뜨 셀렝카르 초상" 옆에 18세기 작품인 레옹 마티유 코슈로의 "프랑스 건축박물관의 17세기 전시실 전경"을 걸어놓고도 아무런 설명조차 없는 것은 큐레이터들의 의식이 무언가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게 했다. 이번 전시작품들 가운데 다비드의 "마라의 죽음"과 더불어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인 코슈로의 그림은 '전시실 전경'을 그려놓은 것이었고, 그 그림 안에는 바로 옆에 걸린 '브륑'의 그림이 들어 있으니, 참으로 흥미로운 배치가 되는 셈이었으나, 이는 "세기별"로 "선과 색의 논쟁"이라는 큰 주제에 맞추어 전시실을 구분한 이번 전시회의 전시 기준에는 분명 어긋나는 배치이다. (참고로 이 두 작품은 모두 랭스 미술관 소장 작품인데, 랭스 미술관 현지에서는 어떻게 전시하였던 것인지는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어떠한 부연 설명 없이 18세기 작품을 17세기 전시실에 걸어놓은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물론, 별도로 판매하는 도판에는 이 두 작품의 관계를 설명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도판에서도 '세기별 전시'라는 룰을 어겨 전시하고 있음을 설명한 부분은 눈에 띄지 않았다.)
예술의 전당 홈페이지에도 '예술의 전당' 답지 않은 블록버스터 전시는 언론사나 기타 단체에 맡기고 '학예사'들에 의한 전시 기획을 힘써야 한다는 비난이 적지 않게 올라 있다. 전체적으로는 상업적 기획이 너무나도 명백한 '샤갈전'에 비해서도 만족스럽지 못한 전시가 되고 말았다.
무식한 탓에, 궁금한 것이 하나 더 생겼다.
바로, 나폴레옹이 총애하던 화가였다는 '선 미술'의 대표주자 다비드의 그림 "마라의 죽음"에 대한 궁금증이다. 내가 예전 전시회 정보를 올려놓으면서 함께 올려두었던 "마라의 죽음"은 좌측 상단 그림이다. 보다시피 살해당한 마라의 곁에 놓인 나무 상자(?)에는 "A MARAT / DAVID"라는 서명이 쓰여져 있다. 그런데 실제 전시장에서 본 그림에는 우측 상단 그림과 같은 형태의 글씨가 쓰여져 있었다. 보다 자세히 보면, 우측 하단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글씨가 보이는데, 프랑스어를 못하는 관계로 잘은 모르겠지만 "마라가 죽임을 당한 상황에 대한 설명"을 간략히 적어둔 것으로 보인다. 구글 이미지 검색에서 찾아보면 거의 대부분은 좌측 상단의 그림과 동일한 그림이 검색된다. 그런데, 좌측 하단의 그림처럼, 아무런 글씨가 없는 그림도 보이기도 한다. 물론 인터넷에 올려진 그림을 실제 전시장에 있는 그림보다 신뢰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대체 "어떤 이유"에 의해 이런 차이가 나타나게 된 것인지, 무식한 나로서는 궁금할 따름이다. ㅡㅡ;;
p.s. 혹시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시회를 보려는 분에 대한 조언.
나도 너무 뒤늦게 알았는데 CGV 멤버쉽 카드가 있으면 '단체 요금'처럼 할인된다는 군요. 쩝.
이번 전시회의 장점부터 말하자면, 프랑스 미술을 중심으로 한 서양 근현대 미술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점이다. 직접 루브르에 가더라도 어쩌면 지나칠 정도 많은 작품의 '양'에 압도당해서 '미술사'를 한 눈에 꿰뚫어 보기는 쉽지 않다. 이번에는 120여 점의 작품을 17세기부터 20세기까지 차례로 훑어볼 수 있다니, 참으로 좋은 기회가 됨직했다. 더군다나, 단순한 시대순 배열이 아니라 "선과 색의 위대한 논쟁"이라는 '주제'에 의한 전시 구성은 미술에 대해 문외한인 나에게도 꽤나 흥미로웠던 것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가서 본 전시회에서, 120여 점의 작품으로 '근/현대 미술사'를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홍보'를 순진하게 믿은 나의 기대는 충족되기 어려웠다. 루브르, 오르셰 미술관을 비롯한 9개 유럽 미술관이 참여한 것으로 되어 있지만, 거의 대부분은 '랭스 미술관' 작품이고 나머지 작품들은 구색 맞추는 수준인데다가, 진정 "선"과 "색"의 논쟁을 확연히 느낄 수 있을 법한 작품은 몇몇 작품들에 불과했다. 심지어 어떤 전시 작품은 '선과 색의 논쟁이 19세기 모더니즘에서 화합하며, 20세기에 이르러 통합되었다'는 "총괄적인 전시 구성 설명"을 오히려 혼란스럽게 할만한 작품들이어서 더욱 당혹스러웠다. 게다가 '방학숙제'를 하러 온 아이들에 의한 혼잡함과 산만함은 역시 저녁 시간 폐관 직전에 가는 것이 현명했을 것이라는 뒤늦은 후회를 낳게 했다. 사실, 그런 혼잡이야 '샤갈전' 때의 경험으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예술의 전당'이라는 "이름"을 무색케하는 전시실 내부의 관람 환경은 안타까울 뿐이었다. 수많은 작품들 가운데 19세기 사실주의 미술의 면모에 대하여 거의 유일하게 접할 수 있었을 한 작품은 "캔버스를 향해 직접 쏘아대는 백열 전구 조명"으로 인하여, 색채와 빛을 도저히 확인할 수 없었다. 전시 작품 관람을 위한 '동선'은 직관적이기는커녕, 아무리 고민해도 어느 쪽부터 보아야 하는 것인지 알기 어려운 곳도 있었다.
또 17세기 전시장 내에 전시돈 샤를르 브륑의 대리석 회화 "앙리에뜨 셀렝카르 초상" 옆에 18세기 작품인 레옹 마티유 코슈로의 "프랑스 건축박물관의 17세기 전시실 전경"을 걸어놓고도 아무런 설명조차 없는 것은 큐레이터들의 의식이 무언가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게 했다. 이번 전시작품들 가운데 다비드의 "마라의 죽음"과 더불어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인 코슈로의 그림은 '전시실 전경'을 그려놓은 것이었고, 그 그림 안에는 바로 옆에 걸린 '브륑'의 그림이 들어 있으니, 참으로 흥미로운 배치가 되는 셈이었으나, 이는 "세기별"로 "선과 색의 논쟁"이라는 큰 주제에 맞추어 전시실을 구분한 이번 전시회의 전시 기준에는 분명 어긋나는 배치이다. (참고로 이 두 작품은 모두 랭스 미술관 소장 작품인데, 랭스 미술관 현지에서는 어떻게 전시하였던 것인지는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어떠한 부연 설명 없이 18세기 작품을 17세기 전시실에 걸어놓은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물론, 별도로 판매하는 도판에는 이 두 작품의 관계를 설명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도판에서도 '세기별 전시'라는 룰을 어겨 전시하고 있음을 설명한 부분은 눈에 띄지 않았다.)
예술의 전당 홈페이지에도 '예술의 전당' 답지 않은 블록버스터 전시는 언론사나 기타 단체에 맡기고 '학예사'들에 의한 전시 기획을 힘써야 한다는 비난이 적지 않게 올라 있다. 전체적으로는 상업적 기획이 너무나도 명백한 '샤갈전'에 비해서도 만족스럽지 못한 전시가 되고 말았다.
무식한 탓에, 궁금한 것이 하나 더 생겼다.

p.s. 혹시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시회를 보려는 분에 대한 조언.
나도 너무 뒤늦게 알았는데 CGV 멤버쉽 카드가 있으면 '단체 요금'처럼 할인된다는 군요. 쩝.
# by | 2005/01/28 20:10 | 捕捉 ::: 순간/이미지들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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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그나저나 세잔이나 마티즈의 그림은 없던가, 좋은데...
그나저나 자네 입장에서는 저 아래쪽에 있는 불어 문자들을 해석해주고 설명해었으면 좋으련만... 흠..흠...
그림을 보며 왜 자꾸 포토샵이 생각이 나는 걸까? (여... 역시 직업병의 일종??? @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