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빈곤층 천만명 시대

이달 초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현 정부의 한 경제각료의 말을 인용한 것이라면서 "현재 데모할 사람이 천만명은 된다"고 적어놓았다. 그것은 현재 절대적 빈곤을 겪고 있거나, 단전, 단수를 경험하고 있을만큼 생계를 위협받고 있는 국민이 엄청나게 많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면서, 궁극적으로는 현 정권을 비판하기 위한 내용이었다.
현재 우리 사회의 기초생활수급대상자는 약 134만명 정도이지만, 차상급자를 포함한 절대빈곤층에 잠재적 절대빈곤층을 포함하면 약 800만명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내년중으로 1천만명을 돌파할 것이라는 예상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신용불량자가 300만명을 돌파한지는 이미 오래되었고, 300만명에 가까운 지역건강보험 가입자가 보험료 연체로 인해 건강보험 혜택을 상실한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IMF 때보다 훨씬 힘들다는 비명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은 결코 허구가 아닌 현실이다.
단순히 몇가지 통계만을 제시하면서 경제 위기를 부풀리거나 현실을 과장되게 왜곡하는 것은 현실을 해결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더욱이, 일부에서는 이같은 현실 때문에 "노무현 정권"이 결국 붕괴하고 말 것이라는 저주 섞인 예측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비판이 아닌 저주 역시 문제 해결에 하등 도움이 될 것이 없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현재의 경제난은 분명히 심각한 상황이다. 을지로 지하상가에서 새우잠을 청하는 노숙자들의 수는 가끔 지나다니며 얼핏 보아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임은 분명해 보인다. 정부측의 계속되는 "태연한 척"에도 불구하고 당국 역시 이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요즘 연기금을 활용한 '뉴딜정책'을 펴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아마도 바로 절대적 빈곤층이 폭증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타개책으로 모색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은 알다시피 좌파적이기는커녕 신자유주의적 성격이 강한데, 이 뉴딜정책이라는 것은 적극적인 '국가 개입 정책'인데다가 현 경제를 "그다지 큰 위기로 볼 수는 없다"는 이 정부의 시종 "태연한 척"하는 태도와도 상통하지 않는, 아주 괴이한 플랜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아마도 '뉴딜정책'의 본질적 의도는 연기금을 적절한 곳에 투자하여 이익을 내려고 하는 것도, 사회간접자본(SOC)을 적극적으로 확충하고자 하는 것도, IT 선진국의 입지를 확실히 다지고자 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연기금까지 동원해 '뉴딜정책'을 펴려고 하는 것은 빈곤층에 대한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일종의 극약처방일 가능성이 크다. 물론 연기금 납부자의 눈치를 보아야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빈곤층에 대한 지원을 목적으로 한다는 말은 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김근태 복지부 장관이 '뉴딜정책'에 딴지를 걸었다가 금방 꼬리를 내린 이유도 마찬가지로 추정할 수 있다. 연기금을 지켜야한다는 생각만을 관철시키기에는 그의 정치적 기반과 현실의 상황이 만만치가 않다. 만일, 뉴딜정책이 빈곤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면 연기금을 이용한 '뉴딜정책'은 얼핏 '빈곤층'을 위할 것인가, 중산층 봉급 생활자의 안정을 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만일 그러한 의도의 '뉴딜정책'이라면 그것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일 수가 없고, 그렇다면 연기금의 고갈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어쩌면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무리를 해서라도 실행하려고 하는 '뉴딜정책'이 빈곤층 문제 해결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정책일 가능성이다. 만일 그러하다면, 현 정부는 "현재 데모할 사람이 천만명은 된다"는 말을 스스로 내뱉을 자격도 없는 상황 인식을 하고 있는 셈일 것이고, 그렇다면 더욱 암울하기만 하다.
빈곤층이 이 정도로 늘어나게 된 현실이 안타깝고 원망스럽지만,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사실 이미 붕괴된 것이나 다름없는) 중산층도 안녕할 수가 없다. 하지만, 연기금을 이용하는 '뉴딜정책'은 너무나 위험한 모험일 수밖에 없다. 빈곤층, 혹은 잠재적 빈곤층은 그들이 '안정적인 고용 보장'이 될 때 해결되는 것이다. 몇년 뚝딱 잔뜩 '사업'을 벌여놓는다고 해도 그들이 '계약직'에 머무는 이상, 그들은 연기금을 갉아먹는 존재만 될 가능성이 크다. 고용을 원하는 이들이 안정적으로 고용된다면, 그들은 연기금의 안정적 납부자가 될 수 있다. '계약직' 혹은 '비정규직'의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고서는 그 어떤 고용 대책도 땜질처방일 수밖에 없다.
지금 이시간 국회내 건설현장의 고공크레인에는 비정규직 철폐를 주장하는 노동자 네 명이 농성중이다.
ⓒ2004 오마이뉴스 권우성


* 관련기사1 : 한겨레 기사
* 관련기사2 : 오마이뉴스 기사

by 갈림 | 2004/11/30 01:00 | 談話 ::: 기고/생각들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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