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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나무
11월의 나무는, 난감한 사람이
머리를 득득 긁는 모습을 하고 있다
아 이 생이 마구 가렵다
주민등록번호란을 쓰다가 고개를 든
내가 나이에 당황하고 있을 때
환등기에서 나온 것 같은, 이상하게 밝은 햇살이
일정 시대 관공서 건물 옆에서
이승 쪽으로 측광을 강하게 때리고 있다
11월의 나무는 그 그림자 위에
가려운 자기 생을 털고 있다

나이를 생각하면
병원을 나와서도 병명을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처럼
내가 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11월의 나무는
그렇게 자기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나는 등뒤에서 누군가, 더 늦기 전에
준비하라고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했다

(황지우 詩 / 굵은 글씨 by '갈림')
by 갈림 | 2004/11/26 01:58 | 寸鐵 ::: 한마디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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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seal at 2004/11/26 08:14
아, 진짜... 득득득, 가렵잖소(불퉁)
Commented by at 2004/11/26 08:25
"이런 시를 동감한단 말이냣!! 늙었어!! 늙었어!!"
(라고 말하면서 나도 몇몇 구절만 살짝살짝 동의한다 - 굵은 글씨 말고...)
Commented by bindoong at 2004/11/26 23:42
음 황지우의 시집은 다 있었는데, 집에 가 보니 한 권도 남지 않았더군, 다 어디 갔지 ㅠ.ㅠ, 특히 네가 올린 시가 있는 시집 '뼈아픈 후회'는 정말 좋아하는데 ㅠ.ㅠ
Commented by 갈림 at 2004/11/27 02:40
seal // 자넨 20대잖소... ㅡㅡ;;
류// 아마도 주민등록번호 어쩌구 하는 부분이겠지. 흠흠. 근데, 아까 igloo에선 왜 이 노래 제목조차 생각이 안났을까.
bindoong// 뼈아픈 후회. 옮기려다 차마 마음 저려서 안 옮긴다.
Commented by 고기 at 2004/11/29 21:47
이야~ 너의 경이 상받았다. 나의 빈이의 건이도 상받았네.(여전히 썩은 시선:p) 아참 우리의 훈이 오빠도 상받았다 ㅋㅋ
Commented by 갈림 at 2004/11/29 22:39
그러게.. 경이씨가 상받을 줄이야. 훈이 오빠도 축하해드려야지.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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