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1월 10일
[단상] 미국 대선 후기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난지도 1주일이 흘렀다.
선거는 결국 '우려'했던 대로 부시의 재선으로 끝이 났다.
이번 선거를 보면서, 이라크에서 민주적 선거를 통해 안정적이고 민주적인 정부가 자리잡힐 때까지 주둔하겠다는 말이 그렇게 우스워보일 수가 없다. 미국의 선거 수준은 그야말로 어느 후진국 못지 않은 수준이었다. 투표장에 오랜 시간동안 정전 상태가 이어지질 않나, 문맹률이 높은 흑인 지역에 전화를 걸어 투표를 전화로 대체할 수 있다는 거짓말로 투표를 방해하질 않나, 민주당 당원은 투표일 다음날 따로 투표하면 된다는 말도 안되는 선전이 먹히질 않나, 유권자 이중등록 사태가 벌어지질 않나, 투표장에 도착한 투표 대기자가 마감 시간이 지났다고 투표를 못하질 않나, 대체 이게 자유민주주의 가치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미국의 선거 수준이었던가 말이다. (관련기사1, 관련기사2)
또 하나 느낀 것은 '자유민주주의'라는 것이 얼마나 우스운 상황을 연출할 수 있는가에 대한 점이었다. 지난 몇차례 우리나라의 대통령 선거는 결과적으로, 수도권과 충청도에서 경상도와 전라도에서 (인구 차이 때문에) 벌어진 격차를 얼마나 따라잡는가에 의해 결판이 났었다. 미국은 더 심한 정도인 듯하다. 몇몇 주를 제외하고는 선거 이전부터 이미 승패는 나 있는 것이었고, 더욱이 이른바 '선거인단 싹쓸이 제도'로 인해 열세인 주(州)를 일찌감치 포기한다니 이것은 또 얼마나 한심한 일인가. 사실 공화당이 우세를 보이는 중남부 내륙 지역의 주(州)들은 미국의 내전(남북전쟁) 이전부터 '자유민주주의'나 '연방정부'에는 관심도 없던 이들이 살던 지역일 뿐이었다. 그곳의 지지를 기반으로 부시2세가 미 연방의 대통령으로 재선에 성공한 것은 또 얼마나 아이러니컬한 일인가.
어찌되었건 선거가 끝나자마자 미국은 이라크 팔루자 지방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을 퍼붓고 있다.
한반도 전쟁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이라크 민중들의 저항이 거세면 거셀수록, 미국이 한반도 전쟁을 일으키려야 일으킬 수 없다는 사실이다. 아이러니컬 한 것인지, 창피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군대가 이라크에 파병해 있다는 현실도 분명하다.
미국인들 가운데에도 부시의 재선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反부시 인사라 할 수 있는 마이클 무어는 특유의 입담으로 "부시에게 이제부터 남은 건 내리막길 뿐이며, 부시가 다시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제로라는 것이 위안이 된다"고 말한다.
* 마이클 무어 "그래도 우리가 손목을 그으면 안되는 17가지 이유"
어떤 이들은 세계인들에게 사과 메시지를 보내기도 하였다. 옷 상표 부분에 조그맣게 문구를 써넣기도 하고,
맨아래 두줄 주목 (출처 : 하얀용님 이글루)
사과의 메시지를 사진에 담아 세계인들에게 보내기도 하였다.



(출처: http://www.sorryeverybody.com)
* 관련글1 : "미안해요 부시의 재선을 막지 못했어요."
* 관련글2 : ozzyz님 이글루 "녀석들 미안하지?"
정말 유감스럽게도, 어찌되었건, 부시가 재선에 성공했다.
마이클 무어의 유머스러운 낙관적 태도에도 불구하고, 기독교적 원리주의 제국의 탄생을 목도한 우리들은 그저 태연하기만은 어렵다.
p.s. 또한, 사진 속의 저 처연한 표정의 미국인들의 모습이 그저 남의 이야기로만 느껴지지 않기에 더욱 그러하다. 이 말에 오해 없기를 바란다.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뽑은 것에 대해 후회하고 미안해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나는 지금의 노무현과 그 정권을 결코 지지하지는 않지만, 2년전 노무현이 당선된 것은 무척이나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여전히 생각한다. 노무현의 당선은 젊은 세대가 기성 세대보다 앞서서 세상을 이끌어나갈 수 있음을 보여준 하나의 상징으로서 의미가 깊은 것이고, 소설가와 영화감독 출신 문화부 장관이 되고, 장정일을 변호했던 변호사가 법무부 장관이 되는 꿈같은 현실을 우리에게 제공해주었던 것만으로도 (한때) 만족스러운 것이었다. 이야기가 딴 곳으로 새고 있다. 내 이야기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이 국회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이 시기에 소위 (이미 적지않게 누더기가 되고 퇴보하고 만) 4대 개혁 법안 마저도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작금의 현실이, 자칫 뒤늦게 후회할 일이 될 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열린우리당 측도 알고 있는 듯하지만, 지난 총선에 대한 재보궐선거가 내년 중에 벌어지게 되면, 이 법안의 통과는 앞으로 얼마나 더 오랜 세월을 기다려야 할 지 모르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국회를 통과한 행정수도 이전도 결국 좌초된 것이 우리의 현실이란 말이다. 국회에서 발의중이거나 계류중인 법안과 관련된 일 말고도, 우리의 삶에서, 우리가 순간순간 지나치는 일들 가운데, 뒤늦게 세상에 대해 미안해야 할 일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혹은 세상에 대해 아무런 일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선거는 결국 '우려'했던 대로 부시의 재선으로 끝이 났다.
이번 선거를 보면서, 이라크에서 민주적 선거를 통해 안정적이고 민주적인 정부가 자리잡힐 때까지 주둔하겠다는 말이 그렇게 우스워보일 수가 없다. 미국의 선거 수준은 그야말로 어느 후진국 못지 않은 수준이었다. 투표장에 오랜 시간동안 정전 상태가 이어지질 않나, 문맹률이 높은 흑인 지역에 전화를 걸어 투표를 전화로 대체할 수 있다는 거짓말로 투표를 방해하질 않나, 민주당 당원은 투표일 다음날 따로 투표하면 된다는 말도 안되는 선전이 먹히질 않나, 유권자 이중등록 사태가 벌어지질 않나, 투표장에 도착한 투표 대기자가 마감 시간이 지났다고 투표를 못하질 않나, 대체 이게 자유민주주의 가치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미국의 선거 수준이었던가 말이다. (관련기사1, 관련기사2)
또 하나 느낀 것은 '자유민주주의'라는 것이 얼마나 우스운 상황을 연출할 수 있는가에 대한 점이었다. 지난 몇차례 우리나라의 대통령 선거는 결과적으로, 수도권과 충청도에서 경상도와 전라도에서 (인구 차이 때문에) 벌어진 격차를 얼마나 따라잡는가에 의해 결판이 났었다. 미국은 더 심한 정도인 듯하다. 몇몇 주를 제외하고는 선거 이전부터 이미 승패는 나 있는 것이었고, 더욱이 이른바 '선거인단 싹쓸이 제도'로 인해 열세인 주(州)를 일찌감치 포기한다니 이것은 또 얼마나 한심한 일인가. 사실 공화당이 우세를 보이는 중남부 내륙 지역의 주(州)들은 미국의 내전(남북전쟁) 이전부터 '자유민주주의'나 '연방정부'에는 관심도 없던 이들이 살던 지역일 뿐이었다. 그곳의 지지를 기반으로 부시2세가 미 연방의 대통령으로 재선에 성공한 것은 또 얼마나 아이러니컬한 일인가.
어찌되었건 선거가 끝나자마자 미국은 이라크 팔루자 지방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을 퍼붓고 있다.
한반도 전쟁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이라크 민중들의 저항이 거세면 거셀수록, 미국이 한반도 전쟁을 일으키려야 일으킬 수 없다는 사실이다. 아이러니컬 한 것인지, 창피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군대가 이라크에 파병해 있다는 현실도 분명하다.
미국인들 가운데에도 부시의 재선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反부시 인사라 할 수 있는 마이클 무어는 특유의 입담으로 "부시에게 이제부터 남은 건 내리막길 뿐이며, 부시가 다시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제로라는 것이 위안이 된다"고 말한다.
* 마이클 무어 "그래도 우리가 손목을 그으면 안되는 17가지 이유"
어떤 이들은 세계인들에게 사과 메시지를 보내기도 하였다. 옷 상표 부분에 조그맣게 문구를 써넣기도 하고,

사과의 메시지를 사진에 담아 세계인들에게 보내기도 하였다.



* 관련글1 : "미안해요 부시의 재선을 막지 못했어요."
* 관련글2 : ozzyz님 이글루 "녀석들 미안하지?"
정말 유감스럽게도, 어찌되었건, 부시가 재선에 성공했다.
마이클 무어의 유머스러운 낙관적 태도에도 불구하고, 기독교적 원리주의 제국의 탄생을 목도한 우리들은 그저 태연하기만은 어렵다.
p.s. 또한, 사진 속의 저 처연한 표정의 미국인들의 모습이 그저 남의 이야기로만 느껴지지 않기에 더욱 그러하다. 이 말에 오해 없기를 바란다.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뽑은 것에 대해 후회하고 미안해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나는 지금의 노무현과 그 정권을 결코 지지하지는 않지만, 2년전 노무현이 당선된 것은 무척이나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여전히 생각한다. 노무현의 당선은 젊은 세대가 기성 세대보다 앞서서 세상을 이끌어나갈 수 있음을 보여준 하나의 상징으로서 의미가 깊은 것이고, 소설가와 영화감독 출신 문화부 장관이 되고, 장정일을 변호했던 변호사가 법무부 장관이 되는 꿈같은 현실을 우리에게 제공해주었던 것만으로도 (한때) 만족스러운 것이었다. 이야기가 딴 곳으로 새고 있다. 내 이야기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이 국회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이 시기에 소위 (이미 적지않게 누더기가 되고 퇴보하고 만) 4대 개혁 법안 마저도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작금의 현실이, 자칫 뒤늦게 후회할 일이 될 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열린우리당 측도 알고 있는 듯하지만, 지난 총선에 대한 재보궐선거가 내년 중에 벌어지게 되면, 이 법안의 통과는 앞으로 얼마나 더 오랜 세월을 기다려야 할 지 모르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국회를 통과한 행정수도 이전도 결국 좌초된 것이 우리의 현실이란 말이다. 국회에서 발의중이거나 계류중인 법안과 관련된 일 말고도, 우리의 삶에서, 우리가 순간순간 지나치는 일들 가운데, 뒤늦게 세상에 대해 미안해야 할 일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혹은 세상에 대해 아무런 일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 by | 2004/11/10 19:47 | 談話 ::: 기고/생각들 | 트랙백 | 덧글(1)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http://icecoffee.onblog.com/blog/blog_post_list.jsp?owner_uid=18738&post_uid=157354
위 주소로부터의 트랙백이 있었으나, 트랙백 내용이 비고정폭 프레임을 어지럽게 만드는 바람에 부득이하게 트랙백을 삭제하고 덧글로 대체합니다. icecoffee님께 양해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