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이 고집을 부리는 이유

의사가 먹지 말라는 음식은 반드시 환자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나는 여자야말로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민감하게 알아채고 그것을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찾아내고야 만다고 생각한다. 오로지 사랑과 배려에서 하는 말이기 때문에 듣는 사람은 더욱 부담스럽다.

“너희 할머니께서 폐암으로 돌아가셨지 않니. 네가 담배 피운다는 생각만 해도 난 끔찍하다. 다른 효도 안 바란다. 이 에미를 위해서 담배 하나 못 끊어주냐?”
“오빠는 털 달린 옷 안 어울려. 곰처럼 보여.”
“그 노래 좀 부르지 마. 변태 같단 말이야.”

여자들은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 극명한 예가 코털이다. 코털은 콧속에 있기 마련인 털이 콧구멍 바깥으로 조금 나온 것일 뿐이다. 그러나 여자들은 그것 때문에 치를 떨고 그것을 갖고 남자의 인간성과 지능 지수와 장래의 가능성마저 판단하려고 한다. 그것이 짤막한 터럭일 뿐이라고 아무리 설득해도 소용없다. 제발 시도하지 마시라, 헛일이다. 다른 부위와는 달리 코털은 깎기가 번거롭다는 걸 여자들은 알고 있다. 가위나 기계(코털 전용)가 콧구멍 속으로 들어올 때 자칫 찔리거나 베일 것 같은 위기감과 몸이 차가운 이물질에 침범당하는 듯한 섬뜩한 느낌마저 든다는 걸, 해보지 않고도 여자들은 잘 안다. 될 수만 있으면 거기에 신경 쓰지 않고 살고 싶다는 남자들의 심리를 꿰뚫고 있기 때문에, 다른 건 몰라도 그것만은 못 봐주겠다고 고집부리는 것이다.

- 소설가 오수연의 짤막한 에세이 中

by 갈림 | 2004/10/18 11:47 | 寸鐵 ::: 한마디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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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덕소후배 at 2004/10/19 00:45
몰라.. 싫은건 싫은거야. 코털 진짜 싫어...
Commented by 고기 at 2004/10/19 01:56
겨드랑이 털도 싫고 다리털도 싫고 손등발등에 난 털도 싫고...사실 난 머리털이랑 눈썹털말고는 다 싫은 것 같어..(수줍게 고백 -_-)
Commented by wIndtrEE at 2004/10/19 10:36
에..그냥 미움받고 말렵니다-
좋아서 붙이고 다니는 털들도 아니고;;

다행히 애인도 있으니 ^^
Commented by 갈림 at 2004/10/19 15:35
거의 낚시글처럼 되어버렸군요. ㅡㅡ;;
근데, 나도 코털 삐져나오는 거 싫어요.
내 코털이 삐져나오는 것도 싫고, 남의 코털 삐져나온 것도 싫고...
음... 참고로 소설가 오수연씨는 여성입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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