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강의석 군

신념을 지키고 산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깨달아간다는 것,
그것이 바로 세상에 길들여지는 것일 테다.

"그 종교를 가지지 않은 사람에게도 그 종교를 강요하는 행위가 잘못됐다고 생각했고요, 또 그것이 이루어지는 장소가 교육의 현실인 학교라는 것 자체가 부조리하다고 느꼈습니다"

강의석 군이 지난 6월 학교내 종교 선택권 보장을 요구하면서 1인 시위를 시작할 당시 YTN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다.

사실 우리사회에서 '종교문제'라는 것은 갈등발생의 잠재적 가능성과 폭발성에 비하자면, 아직까지는 그다지 심각하게 대두되지 않았던 부분이다. 적어도 지금까지에 비해서는, 앞으로 훨씬 더 심각한 종교적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하겠다.

이번 강의석 군의 사례는 우리 헌법 20조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가 언제든지 갈등을 양산할 수도 있고, 또 때로는 갈등을 봉합할 수도 있는 양날의 칼임을 새삼 일깨워주었다.

건학이념으로 '종교적 입장'을 내세운 학교의 경우, 학생들에게 종교적 신념을 세워주려하고, 자신들의 종교를 전파시키려한 의도 자체가 잘못되었을리 없다. 헌법 20조를 내세워, 교내 종교의 자유를 주장한 강의석 군의 주장 역시 당연히 올바르고 타당한 주장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이렇게 정리된다.
평준화 지역내에서 무작위 추첨에 의해 학교가 배정되는 현 중고등학교 입학 제도 자체가 일단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렇다고 중고등학교 입시를 전면 부활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자신이 갈 가능성이 있는 학교들 중 '특정 종교'와 관련된 학교 배정을 사전에 거부할 권리를 가지는 제도의 도입을 고려할 수는 있지만, 현재의 교육열과 평준화 정책의 근간을 고려할 때 부작용이 더 클 수밖에 없을 듯하다.

그렇다면?
사실 근본적 문제는 일부 '종교계'가 '학교' 혹은 '교육'을 선교와 포교의 수단으로 삼고 있는 것 자체에 있다. 주로 자생적인 과정을 거쳐 한국에 정착하게 된 '카톨릭'과는 달리, 해외 선교사들에 의해 한국에 들어온 '개신교'는 수많은 학교를 건립하는 일에 주력했다. 이 과정에서 근대 교육 도입을 비롯한 근대화와 우리 사회 전체에 긍정적 영향을 준 부분은 분명히 적지 않으나, 기독교가 100년의 역사 동안 우리나라에서 놀랍도록 '교세(敎勢)'를 확장할 수 있었던 배경 역시 '교육계 장악'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벽안(碧眼)의 선교사들이 개화기 당시 했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일부) 한국의 종교적 '학교법인'은 언제라도 갈등을 일으킬 소지를 안고 있었다.

이번 사안의 경우 사회적 파장이 적지 않았고, 결국 학교측이 강의석 군의 요구를 상당부분 수용할 수 있었던 것은 강의석 군이 때론 매우 합리적으로, 때로는 아주 확고하게 자신의 신념과 의지를 보여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강 군은 무조건 고집만 부리지는 않았다. 교회를 직접 나가보는 등 '교회'와 '미션스쿨'에 적응하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기울여 보았다. 하지만 끝내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한 그는 그때부터 자신의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한국의 103명 성인들이 그 누구의 강요 없이, 종교적 신념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순교의 길을 택했듯, 강의석 군도 스스로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전학'이라는, 문제를 방치해두는 방식의 비겁한 방법이 아니라, 직접 맞서 싸우는 길을 택한 것이다.

부조리한 현실, 그것이 옳지 않다면 바르게 잡아야하다는 당연한 진리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어떤 회유와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꿋꿋하게 지켜낸 강의석 군에게 부끄러움과 존경심이 뒤섞인 감정을 느낀다.

만시지탄이라 하지 않을 수 없지만 학교 측의 "예배참석 선택권" 부여 결정과 강의석군의 단식 중단을 참으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현재 건강상태가 말이 아닌 듯한 강의석 군의 쾌유를 빈다.

관련글 : ozzyz님 블로그 - 신념의 행동화, 의석군을 응원하며.

by 갈림 | 2004/09/25 14:19 | 談話 ::: 기고/생각들 | 트랙백 | 덧글(0)

트랙백 주소 : http://ewriter.egloos.com/tb/733207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