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09월 08일
[리뷰] 알포인트

당시의 화려한(?) 이력은 정작 충무로의 주류에 진입하는 데는 적지 않게 방해가 되었었다고 한다. 역시 운동권 영화판 출신인 장윤현 감독의 도움을 받아 <텔미섬딩>의 공동 각본으로 주류 영화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다.
<알포인트>는 '입소문'에 따르면 올해 개봉된 한국 공포영화 가운데에서는 가장 괜찮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지금도 비교적 좋은 흥행성적을 거두고 있는 작품이다.
영화의 내용은 이러하다. 베트남전이 막바지로 치달아가던 1972년, 제대를 앞둔 한국군 병사들은 좀 더 빨리 한국으로 돌아가게 해주겠다는 유혹에 의해 "R-Point"라는 암호를 가진 특별임무를 부여받는다. 그들의 임무는 그 지역에서 실종된 한국군 소대의 생사를 확인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해 돌아오는 것.

밤이면 암흑으로, 낮에는 안개로 뒤덮이는 그곳은, 그 자체로 공포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세상의 현실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전쟁'일 것이고, 비현실적(어쩌면 현실일지도 모르지만) 상황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귀신(유령)'일 것이다. 이 영화는 이 두가지를 모두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당연히 매우 공포스러울 수밖에 없다.
조셉 콘라드의 <암흑의 핵심>에서 어렵게 찾아간 '그곳'에서 제국주의를 발견할 수 있었다면, 이들이 '그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nothing', 그것이었다. 이미 오래된 전설과도 같은 '공포이야기' 방식인, "그곳에 우리 말고도 유령도 있었다"는 식의 공포 창출은 전쟁이라는 상황, 그리고 (그러므로 당연히) 모두가 총을 가지고 있다는 상황 때문에 더욱 공포스러울 수밖에 없다. 소대원들은 어디선가 나타날지 모르는 공포 속에서, 그리고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마치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의 인물들처럼 하나둘씩 사라져간다.
하지만, 공수창 감독의 이 영화는 분명히 아쉽다.
소대원들의 구성 자체가, 지식인 같지만 냉정한 판단력을 가진 소대장, 약간의 광기를 지닌 선임하사, 그리고 나이 어린 말년 병장, 고향의 가족을 그리워하는 또다른 병장 등으로 되어 있다는 점. 이처럼 다소 익숙한 인물 구성은, 역시나 익숙한 상황과 사건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익숙하다는 것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공포영화라는 특성상, 기본적인 장르 속성은 오히려 필수적이다. 하지만 바로 그런한 면에서, 이 영화는 참신하고 파격적인 영화는 될 수 없었다. 다만, 공포와 전쟁이 꽤 괜찮게 어우러진 장르 영화로는 볼 수 있었다.
또 하나 아쉬운 것은, 그들이 그곳에서 만난 원혼들과 관련된 부분이다. 그 원혼들의 '한'의 근원에 대한, 혹은 그들이 '왜 그곳에 가야만 했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얼마든지 상징적인 의미를 창출할 수 있었을 것인데,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전혀 그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정치성'이 가져온 편견으로 고생한 감독 때문일까? 이 영화의 '전혀 정치적이지 않음'은 다소 영화의 의미를 맥빠지게 하고 말았다. 그점이 조셉 콘라드와, 그리고 코폴라와는 다른 이 영화의 아쉬운 한계인 듯하다.
p.s. 아... 나이가 들었나보다.... 뻔한 상황에 뻔하게 등장하는 귀신과 예견된 죽음에도 불구하고, 공포영화 보면서 이렇게 무섭다고 느낀 적이 없었는데... 이 영화는 정말 '무섭다'. 갑자기 놀래키는 식의 공포가 아니라, 심리적 공포다. 하긴, 전쟁과 귀신이 함께 공포를 만들어내는데, 당할 재간이 있겠는가.
# by | 2004/09/08 18:33 | 談話 ::: 기고/생각들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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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때는 떡 버티고 늠름히 봐줬는데 밤마다 환청에 시달린다는;
"하늘소~ 하늘소~" 죽음이오... 으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