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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안영동글모음1] 김병현 성장영화
PC통신 천리안의 영화동호회 시절의 제 글 모음입니다.
쑥스럽네요.
2001년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 최종 월드시리즈에 대한 관전 평입니다.




[번 호] 4883 / 7098 [등록일] 2001년 11월 05일 14:36 Page : 1 / 4
[등록자] NUGUL [조 회] 280 건
[제 목] [김병현 성장영화] ★★★★★

미국 프로야구 경기가 언제부터 그렇게 중요하게 여겨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어린 시절, 어떤 책에서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선수들인
루 게릭, 베이브 루스, 조 디마지오 등의 일화를 읽고 감동을 느꼈던 적이
있었던 것이 문득 떠오른다. 하긴, 그 당시 내 꿈은 야구 해설가였고,
하일성은 내 우상이었다.

김병현은 참으로 어린 선수이다. 그가 한국인이고, 그가 속한 팀이
미국 프로야구에서 우승팀이 되었더라... 뭐 그런 정도로 정리될 수 있는
얘기거리일지도 모르지만, 다른 의미에서 그 경기는 감동적이었다.
애리조나가 우승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애리조나가 우승을 확정짓고, 구단주와 브렌리 감독이 우승 트로피를
치켜든 직후, 미국의 TV 카메라는 상당한 시간동안,
그많은 선수들 가운데 김병현의 움직임을 쫓아다녔다.
많은 동료들과, 동료들의 가족들, 애인들과 차례로 포옹하며 기쁨을
나누는 그에게는 그의 동료들과 기쁨을 나눌 가족들이 곁에 있지 않았다.
가장 나이 어린 김병현은 실로 오랜시간 외로움을 견디며 그자리에 서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진정으로 감동적인 것은 그의 꿋꿋함보다 그의 동료와 감독, 팬들이다.
월드시리즈 4,5차전에 김병현이 당한 일은, 한국인이 아닌 그 어떤 나라의
운동선수가 당했더라도 견디기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서른 여덟살 노장
이며, 평생 다시 돌아오지 않을 우승의 감격을 위해 몸이 부서져라 공을 던진
커트 실링이나 랜디 존슨의 마음은 어떠했을 것이며, 생애 다시는 돌아올 수
없을 지 모르는 월드시리즈 승리투수가 되는 감격을 날려버린 미구엘 바티스타
의 기분은 어떠했을까. 그리고, 그들의 마음이 얼마나 무너질지를 짐작하는
김병현의 어린 마음은 어떠할까.

그러나, 브렌리 감독은 모든 언론의 질타를 앞장서 스스로 맞으면서도
김병현을 옹호했고, 커트실링은 7차전에 김병현이 등판해야만 한다고 주장
했으며, 랜디존슨은 김병현이 자신보다 뛰어난 투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6차전 애리조나가 크게 앞서고 있을때, 홈구장에 모인 팬들은
"I want BK"를 동시에 외치며 김병현의 기를 살려주었고,
우승이 결정되는 명승부가 펼쳐진 7차전 경기장에서도 "I will love BK"라는
글귀를 들고나와 응원하기도 하였다.

김병현은 6차전이 끝나고 난 뒤, "야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평소 스트라이크 아웃 잡기를 즐기는 투구 패턴 때문이었을 수도
있지만, 그말은 뒤집어 보면, 그는 그간 혼자서 외롭게 미국땅에서 야구를
해왔다, 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그에게 주어진 커다란 시련은 주위의 동료, 감독, 팬들의 따뜻함으로
인해 그는 결코 혼자가 아님을 깨닫게 해주었을 것이다.

이제 모든 패배의 책임을 지어야할 7차전 패전투수 양키스의 마리아노
리베라도 4,5차전 직후의 김병현의 마음과 비슷할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부자 스포츠 팀 뉴욕 양키스가 그동안 3년동안 우승을
지켜오게 한 리베라가 지금 느끼는 감정보다는 김병현을 측은하게 여기고
그 동료들이 감동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단순히 김병현이 한국인이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어쨌든 역사상으로 손꼽힐 명승부였던 이번 월드시리즈를
이만큼의 명승부로 만들어놓은 장본인은 김병현이고,
이 시리즈를 감동적으로 만들어 놓은 것은 그의 팀 동료들과 감독이다.

마지막 7차전에도 상황에 따라 김병현을 등판시키려 한
그 용기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이었겠지만, 역전 우승을 이끌어낸
최종 결과가 더욱 드라마틱하게 만들었다.

아마, 경기후 김병현의 모습을 쫓아다닌 카메라는
꼭 한국인이 아니더라도, 모든 야구팬들이 걱정스럽게 그의 모습을 찾게
마련이었기에 어쩌면 당연한 움직임이었을지도 모른다.

한편의 감동적인 성장영화를 보는 듯한,
김병현과 관련된 일주일 여였다.
by 갈림 | 2004/04/20 18:45 | 談話 ::: 기고/생각들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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