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올해의 노래, 올해의 앨범

대체 이게 얼마만의 포스팅인지 모르겠습니다. 역시나 올해도 늦었지만, 올해 한국대중음악상도 꽤나 늦어진 3월 9일에 후보작을 발표한다고 하니, 그보다는 서둘러야할 것 같아서 그래도 올려봅니다.
[ 20082007200620052004 ]
대상은 2009년 1월부터 12월까지 발매된 앨범들입니다. 참고로 이소라 7집이나 이장혁 2집은 2008년도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올해의 노래

△ 서로 다른 (서울전자음악단)

한 곡을 따로 꼽기가 어려운 서울전자음악단의 2집 음반 수록곡들 가운데에서도, 이곡은 수록곡들 가운데 보기 드물게 썰렁하지 않고 철학적이고 아름다운 가사를 갖고 있다. 무엇보다 7분 43초의 긴 곡의 중반부 이후 4분 가까이를 압도적으로 꾸며낸 기타 연주는 '전자음악, 전자기타'가 참으로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게 해준다. 이렇게 아름다운 기승전결을 갖춘 한국의 록 기타 사운드는 아마 앞으로도 다시 찾아보기 힘들 듯하다.

똑같은 벽돌들 사이에 / 서로 다른 미소가 있네 / 바닷가에 자갈들 위에 / 서로 다른 아픔이 있네 / 가는곳은 모두 다르지만 / 지금 같은곳에서 만났네 / 입고 있는 옷은 똑같지만 / 서로 다른 곳으로 고개를 숙이네 / 입고있는 똑같은 옷자락 위에 / 서로 다른 먼지들이 따라와 쌓이네 쌓이네 / 서로 다른

△ Abracadabra (브라운아이드걸스)

여성 아이돌의 노래가 장악했던 2009년의 대중음악에서 제일 충격적인 퍼포먼스와 그에 못지 않은 세련됨을 갖췄던 곡. 메이저씬에서 2009년에 나온 곡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손꼽힐만한 곡이다. 곡 전체의 전개도 훌륭하고 멤버들을 고르게 안배한 구성도 훌륭했다. 이런 곡의 후속곡의 수준이 'Sign'이었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

[가사는 생략]

△ 거울 (Guckkasten)

2008년 '장기하와 얼굴들'의 놀랍도록 센세이션한 등장에도, EBS '헬로 루키 오브 더 이어'가 국카스텐을 택한 것은 용감하고 탁월한 선택이었다. 국카스텐의 데뷔는 2008년, 아니 그보다도 더 거슬러 올라가서 헤아려야겠지만, '거울'이 수록된 정규앨범이 나온 것은 2009년이었으니, 2009년을 그들 음악의 첫 해로 꼽는 것은 무리가 아닐 것이다. 앨범 전곡이 모두 특색 있지만, 하현우의 놀라운 보컬 능력이 돋보이는 이 타이틀곡을 가장 앞서 꼽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벌거벗은 너의 시선은 벌거벗은 내몸을 보고 차갑게 너는 내눈을 보고 야속하게도 키스했네  당당했던 너의 향기에 흔들렸던 나의 발걸음은 비틀거리며 지쳐갔네 비참하게도 너를찾네 조용히 귀를 막은채 눈을감으며 춤을 추는너 등뒤에 나를 놓은채 거울을 보며 춤을 추는 너 거칠은 손을 내밀며 같이 하자고 말을하는넌 불안한 몸짓으로난 거울을 보며 나를 찾고있네 눈을 가린채 춤을추네 귀를 막은채 춤을추네 눈을 가린채 춤을추네 귀를 막은채 춤을추네 조용히 귀를 막은채 눈을감으며 춤을 추는너 등뒤에 나를 놓은채 거울을 보며 춤을 추는 너 거칠은 손을 내밀며 같이 하자고 말을하는넌 불안한 몸짓으로난 거울을 보며 나를 찾고있네


올해의 앨범

▷ 서울전자음악단 / Life Is Strange  

서울전자음악단의 첫번째 음반도 좋았었지만, 이번 앨범을 듣다가 문득 신윤철의 1992년 솔로 2집 타이틀곡 '컴퓨터세상'을 찾아 들었다. 그랬구나. 신윤철은 그때나 지금이나 훌륭한 음악을 했구나. 그리고 그때가 지금이나 너무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구나.

▷ Guckkasten / Before Regular Album

EP 앨범도 훌륭했지만 첫번째 정규 앨범이 더욱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기란 인디씬에서는 참으로 쉽지 않다. 김창완밴드의 경우나 서태지 앨범의 경우도 정규앨범이 EP가 준 기대에 못미치는 것을 보면 더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국카스텐의 정규앨범은 한 곡 한 곡 독특한 연주 기법을 선보이기도 하고, 재능있는 보컬을 뽐내는가하면, 철학적인 가사까지 선보인다.

▷ 루시드 폴 / 레미제라블

루시드 폴은 전업 뮤지션으로서 사실상 첫번째 앨범을 낸 셈이다. 지난 앨범 '사람이었네' 때만큼의 눈에 띄는 트랙이 없는 것은 아쉽지만, "가난한 그대 날 골라줘서 고마워요 수고했어요 오늘 이 하루도"라는 가사의 '고등어'나 용산 참사를 노래한 '평범한 사람'은 거듭 되새겨 듣게 된다.

▷ 조원선 / Swallow

조원선은 이번 첫번째 솔로 앨범으로, 아마도 '이소라'와 더불어 여자 가수로서 그 이름만으로 앨범의 완성도를 확신할 수 있는 뮤지션의 자리에 오를 수 있게 되리라 생각된다. 앨범 전체의 완성도가 탄탄하고 '도레미파솔라시도'와 같은 인상적인 트랙도 존재한다.

▷ 에픽 하이 / [e]

아마도 메이저씬의 뮤지션들 가운데 가장 저평가되고 있는 지도 모를 에픽하이는 2009년 참으로 많은 앨범과 곡들을 쏟아 냈다. 놀라운 것은 그 완성도가 일정했다는 점이고 아쉬운 점은 킬링 트랙이 눈에 띄지 않았다는 점이다. 투컷의 입대와 더불어 과열되었던 창작열을 조금 식히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듯.


▷ 드렁큰타이거 / Feel gHood Muzik_The 8th Wonder

완성도 높은 곡들로 가득 차 있어 아주 푸짐한 앨범이다. 타이틀곡 '몬스터'에서는 예전과 다름 없는 재기발랄하면서도 날카로움이 느껴진다.


▷ 장기하와 얼굴들 / 별일없이 산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정규 1집은 그들의 EP 앨범이 준 기대에 비하면 뭔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별일없이 산다'라는 트랙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정규 앨범을 기다린 이들을 충족시킬 수는 있었다고 생각된다.


▷ 윤하 / 3집 Part.B Growing Season

메이저씬의 젊은 가수들 가운데 항상 묘한 아쉬움을 느끼게 해주는 게 윤하가 아닐까 싶다. 문제는 그 아쉬움이 늘 크게 나아지지 않는 선에서 반복된다는 점인데, 이번 앨범에서는 다름아닌 그녀의 자작곡 'Lalala' 같은 트랙이 그 아쉬움이 해결될 날이 그리 멀지는 않았음을 예견하게 한다.

▷ 윤상 / 그땐 몰랐던 일들

오랜만에 돌아온 윤상이 2008년말 리메이크식의 베스트 앨범을 내놓았을 때는 실망스럽기도 했지만, 정규 6집으로 내놓은 앨범은 윤상다우면서도 좀 더 세련된 음악이어서 반가웠다. 이승철, 이문세와는 조금 다른 차원으로, 함께 나이 들어가는 '어덜트 컨템포러리 뮤직'을 들려주는 뮤지션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 3호선 버터플라이 / Nine Days Or A Million

가급적 EP는 선정하지 않으려하지만, 역시 이 앨범은 빼놓기가 어려웠다. 언젠가부터 매너리즘이 느껴지던 남상아의 보컬이었지만, 이번 EP에서 '깊은 밤 안개 속', '왠지, 여기, 바다'와 같은 트랙은 역시 '3호선 버터플라이'답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밖에도 앞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김창완밴드의 첫 정규앨범, 서태지의 8집 정규앨범은 훌륭했지만 아쉬움이 더 큰 앨범이었다. '쥐色 귀, 녹色 눈'처럼 의외로 날선 트랙이 주목을 받았던 타루의 첫 정규 앨범, 굴소년단이나 아폴로18 등도 앞으로 더욱 기대가 되는 뮤지션의 앨범들었습니다. 여성 아이돌들이 주류에선 크게 주목을 받았지만, 동방신기나 2PM, 그리고 '씨앤블루'의 경우처럼 기획된 아이돌들로 이끌어져나가는 현재의 주류음악계도 한계가 보이고 있는데다가, 음악 시장이 '공연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도 엿보이고 있으니, 글쎄요, 대중음악 판도가 어찌 될지는 조금 더 두고 보아야겠군요. RATM이 크리스마스 시장을 장악하는 세상이 되었으니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겠지요. 여담이지만 오늘 공식 발매되는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새 EP "전투형 달빛요정'에도 관심을 보내주시길.

by 갈림 | 2010/03/03 01:50 | 日常 ::: 나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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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youngjune at 2010/03/03 18:49
'오지총'의 2집 中, '쑥대머리'를 듣고 또 듣는 중...
2006년도 엘범이라 늦었지만 아무튼 주변인에게 열심히 추천...
Commented by 갈림 at 2010/03/04 21:52
엇.... 뜻밖의 취향인데?
Commented by bindoong at 2010/03/05 00:25
응 너 스왈로우 도 좋아하지 않았나 ??????

모든 평론가들이 극찬해 마지 않았던 스왈로우 3집 앨범이 빠지다니 의외인데 ㅋㅋㅋㅋ
Commented by 갈림 at 2010/03/05 13:14
평론가들이 좋아한 앨범으로는 스왈로우 말고도 오지은, 오소영, 황보령 등등이 더 있겠지만 이들은 내 취향은 아닌 것 같았고, 스왈로우는 2집 때도 느꼈지만 나는 스왈로우보다는 허클베리핀이 더 좋기는 한데..... (변명이 길어지는 것은 사실 목록을 작성할 때 스왈로우를 깜빡 했기 때문일지도...흠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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