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24일
[책 리뷰와 잡담] 클래식 중독
얼마전 영상자료원에서 내놓은 DVD를 구입했다는 포스팅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이후 영화진흥원장과 영상자료원장이 새로 뽑혔나보다. (사실 이미 꽤 지난 얘기이지만.) 영화진흥위원회 신임위원장에는 뉴라이트 계열 영화 교수 가운데 대표적 인물이라 할 수 있는 조희문 교수가 뽑혔다. 과거 영진위 부위원장 시절, 내부에서 잡음을 일으켰던 전력이 있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사실 강한섭 전 위원장이 불명예스럽게 물러나면서부터 어느 정도 예상된 인물이기는 했다. 아, 그리고 조희문 위원장 취임 이후, 영진위 부위원장에는 정초신 감독이 뽑혔다. 예전에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김홍준 집행위원장이 내쳐진 이후, 새로 수석프로그래머를 맡은 적이 있기도 했던 인물이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학력위조 논란도 있었나보다. 영상자료원장에는 이병훈고려대 교수가 임명되었단다. 영화쪽 교수들 이름은 한두번은 들어본 적이 있을텐데, 낯선 인물이어서 누구지, 했는데 서강대와 고려대 교수 경력은 겸임교수였던 것이고, 조선일보 사진기자, 사진부장, 편집국 부국장 출신의 인물이었다. 디지털 조선일보 쪽에도 조금 관여했고, 사진부장 시절 사진 자료 아카이브에도 관심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는데, MB의 당선자 시절 잽싸게 "사진으로 보는 이명박"이라는 사진집을 기획하고 펴낸 공로를 더 인정받은 건 아니었을까 싶다. 자료원측 내부에서는 교수 출신보다는 언론인 출신이 더말이 잘 통한다면서 비교적 긍정적인 반응이었다는데, 뭐 시간이 흐르면 분위기가 알려지겠지.
사실 영화진흥위원회에 비해 영상자료원은 권력이나 예산 규모에 있어 비교가 되지 않을만큼 작은 규모의 기관이지만, 최근 고전 영화 발굴이 주목을 받으면서 영상자료원도 함께 주목을 받게 되기도 했다. 그렇게 된 데에는 열성적이었던 몇몇 자료원 소속 연구자들의 공로가 컸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두 명의 전임 자료원장의 힘도 역시 중요했을 것이다. 이효인 원장과 조선희 원장. 이효인 원장은 교수 시절부터, 영화사 분야에서는 안종화 선생 정도의 원로급을 제외하면 가장 앞서나갔던 인물이었으니 영상자료원장에 가장 어울리는 인물이었던 것도 같다. 이 시절 영상자료원은 그 이름에 걸맞는 자료들을 갖추기 시작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다음 원장이었던 조선희 원장. 한겨레 기자 출신으로 씨네21 편집장으로 유명해졌고, 갑자기 씨네21을 그만두고 나와서 소설가의 길을 택했던 인물이었다. 대학 시절, 조선희 편집장이 쓴 씨네21의 권두언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던 기억이 있지만, 그녀의 소설은 생각만큼 그녀의 매력이 드러나지 않아 아쉬었던 기억도 있다.
어쨌든 그, 조선희 원장이 자료원장을 의외로(?) 임기를 채우고 그만두면서 책 한권을 펴냈다. 그 책이 바로 <클래식 중독>이다.
이 책의 에필로그에는 조선희 원장이 원장에 취임하면서부터 물러나기까지의 과정이 비교적 상세하게 적혀 있다. 유인촌 문화부 장관과의 관계, 유무형의 압력들, 그리고 결국 임기를 마치게 되기까지의 이야기들이 흥미롭게 적혀 있다. 정부 산하기관장의 임기제 시스템을 정면에서 허물어버린 이번 정권의 정책에 대한 비판도 물론 담겨 있다. 그런데 처음 예상과는 달리 그러한 부분보다는 이 책의 본론 자체가 훨씬 더 흥미롭게 다가왔다. 바로 한국 영화의 '클래식'들과 그 감독들에 대해 쓰여진 내용들이다.
유현목, 신상옥, 임권택, 이만희, 김기영 감독에 대한 내용이야 짐작할만한 부분이었지만, 지금은 사실상 충무로에서 퇴출된 상태인 이장호, 장선우 감독에 대한 안타까운 사연은 흥미롭기도 했지만 씁쓸한 기분도 들어서 관심을 끌게 했다. 나의 최근 관심사와 맞닿아 있는 '16편'의 <춘향전>에대한 이야기, 해방전 친일 영화들과 무성극이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국 영화 필름인 <청춘의 십자로>에 대한 내용은 이 책을 펼치고 가장 먼저 찾아 읽게 된 내용들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부분은 이원세 감독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 대한 내용이었다. 조세희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이 영화의 DVD를 최근에 구입하기도 했는데, 이 영화는 사실, 한국 현대 문학사에서 영원히 '클래식(고전)'이 될 원작 소설과는 극과 극이라 할만큼 허탈하고 터무니없는 영화였다. (마치 나처럼) 영화에 살짝 관심이 있는 국문학 연구자들 가운데, 조세희의 원작과 이 영화를 비교하는 논문을 쓴 경우들이 있는데, 사실 비교 자체가 무의미할만큼 이 영화는 원작의 장점을 모조리 파기해버린 영화였기 때문에 그 논문 자체의 결과도 대개 허탈하고 허무해지곤 했었다. 그런데 이 책을 보고 나니,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시나리오 단계, 그리고 필름 단계에 걸쳐 두 단계로 진행되었던 검열이 이 영화를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구렁텅이로 밀어넣게 되었는지를 말이다. 도시 빈민의 계급 문제가 내용의 차원에서 핵심인 원작 소설과 달리, 공간을 서해안 염전 지대로 배경을 옮겨간데다가 계급 문제를 장애인 가족의 개인적 차원으로 축소시켜버린 영화의 처참한 몰골에 대한 책임이 검열에 있음을 이 책은 구체적 자료로서 확인시켜주고 있다.
말도 안되는 '검열'의 기록이 그저 옛날에 있었던 "믿거나 말거나" 수준에 머물러 있지 않고, 불현듯 현실이 되어버린 것 같은 바로 지금. 김제동은 퇴출되고 김구라는 느닷없이 국회에서 퇴출압력을 받고, 손석희는 자진(?) 사퇴하는 지금의 모습이 가수 김추자가 춤추며 내지르는 손동작이 북괴와 주고받는 수신호라며 금지되던 시절을 떠올리면서 짓게되는 '실소'와 마찬가지의 느낌으로 훗날 기억되게 되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p.s. 더불어 뜬금없지만, 네팔로 쫓겨간 '미누'씨의 안녕과 현재 의식불명 상태라고 하는 문규현 신부님의 쾌유를 각각 마음 깊이 빌어본다.
사실 영화진흥위원회에 비해 영상자료원은 권력이나 예산 규모에 있어 비교가 되지 않을만큼 작은 규모의 기관이지만, 최근 고전 영화 발굴이 주목을 받으면서 영상자료원도 함께 주목을 받게 되기도 했다. 그렇게 된 데에는 열성적이었던 몇몇 자료원 소속 연구자들의 공로가 컸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두 명의 전임 자료원장의 힘도 역시 중요했을 것이다. 이효인 원장과 조선희 원장. 이효인 원장은 교수 시절부터, 영화사 분야에서는 안종화 선생 정도의 원로급을 제외하면 가장 앞서나갔던 인물이었으니 영상자료원장에 가장 어울리는 인물이었던 것도 같다. 이 시절 영상자료원은 그 이름에 걸맞는 자료들을 갖추기 시작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다음 원장이었던 조선희 원장. 한겨레 기자 출신으로 씨네21 편집장으로 유명해졌고, 갑자기 씨네21을 그만두고 나와서 소설가의 길을 택했던 인물이었다. 대학 시절, 조선희 편집장이 쓴 씨네21의 권두언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던 기억이 있지만, 그녀의 소설은 생각만큼 그녀의 매력이 드러나지 않아 아쉬었던 기억도 있다.
어쨌든 그, 조선희 원장이 자료원장을 의외로(?) 임기를 채우고 그만두면서 책 한권을 펴냈다. 그 책이 바로 <클래식 중독>이다.
이 책의 에필로그에는 조선희 원장이 원장에 취임하면서부터 물러나기까지의 과정이 비교적 상세하게 적혀 있다. 유인촌 문화부 장관과의 관계, 유무형의 압력들, 그리고 결국 임기를 마치게 되기까지의 이야기들이 흥미롭게 적혀 있다. 정부 산하기관장의 임기제 시스템을 정면에서 허물어버린 이번 정권의 정책에 대한 비판도 물론 담겨 있다. 그런데 처음 예상과는 달리 그러한 부분보다는 이 책의 본론 자체가 훨씬 더 흥미롭게 다가왔다. 바로 한국 영화의 '클래식'들과 그 감독들에 대해 쓰여진 내용들이다.유현목, 신상옥, 임권택, 이만희, 김기영 감독에 대한 내용이야 짐작할만한 부분이었지만, 지금은 사실상 충무로에서 퇴출된 상태인 이장호, 장선우 감독에 대한 안타까운 사연은 흥미롭기도 했지만 씁쓸한 기분도 들어서 관심을 끌게 했다. 나의 최근 관심사와 맞닿아 있는 '16편'의 <춘향전>에대한 이야기, 해방전 친일 영화들과 무성극이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국 영화 필름인 <청춘의 십자로>에 대한 내용은 이 책을 펼치고 가장 먼저 찾아 읽게 된 내용들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부분은 이원세 감독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 대한 내용이었다. 조세희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이 영화의 DVD를 최근에 구입하기도 했는데, 이 영화는 사실, 한국 현대 문학사에서 영원히 '클래식(고전)'이 될 원작 소설과는 극과 극이라 할만큼 허탈하고 터무니없는 영화였다. (마치 나처럼) 영화에 살짝 관심이 있는 국문학 연구자들 가운데, 조세희의 원작과 이 영화를 비교하는 논문을 쓴 경우들이 있는데, 사실 비교 자체가 무의미할만큼 이 영화는 원작의 장점을 모조리 파기해버린 영화였기 때문에 그 논문 자체의 결과도 대개 허탈하고 허무해지곤 했었다. 그런데 이 책을 보고 나니,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시나리오 단계, 그리고 필름 단계에 걸쳐 두 단계로 진행되었던 검열이 이 영화를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구렁텅이로 밀어넣게 되었는지를 말이다. 도시 빈민의 계급 문제가 내용의 차원에서 핵심인 원작 소설과 달리, 공간을 서해안 염전 지대로 배경을 옮겨간데다가 계급 문제를 장애인 가족의 개인적 차원으로 축소시켜버린 영화의 처참한 몰골에 대한 책임이 검열에 있음을 이 책은 구체적 자료로서 확인시켜주고 있다.
말도 안되는 '검열'의 기록이 그저 옛날에 있었던 "믿거나 말거나" 수준에 머물러 있지 않고, 불현듯 현실이 되어버린 것 같은 바로 지금. 김제동은 퇴출되고 김구라는 느닷없이 국회에서 퇴출압력을 받고, 손석희는 자진(?) 사퇴하는 지금의 모습이 가수 김추자가 춤추며 내지르는 손동작이 북괴와 주고받는 수신호라며 금지되던 시절을 떠올리면서 짓게되는 '실소'와 마찬가지의 느낌으로 훗날 기억되게 되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p.s. 더불어 뜬금없지만, 네팔로 쫓겨간 '미누'씨의 안녕과 현재 의식불명 상태라고 하는 문규현 신부님의 쾌유를 각각 마음 깊이 빌어본다.
# by | 2009/10/24 04:35 | 談話 ::: 기고/생각들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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