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713]'07여름바캉스1탄 - 제주 4일차

제주 여행의 마지막 4일차. 밤새 날씨가 궂더니 아침에 펜션 주인 아주머니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태풍이 올라오고 있어 오늘 오후부터는 배편이 어떨지 모르니 오전 중에 나가는 게 나을 거라고. 몇 년 전 소매물도에서의 '목숨을 건 대탈출' 때에도 민박집 아주머니 전화를 받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름대로 급히 준비를 하고 선착장으로 향했습니다. 배표를 끊고 기다리고 있던 배로 향하니 마침 차량은 딱 한대만 더 실을 수 있는 상황이었더군요. 차량을 배에 올리고 한숨 돌리고 나니, 정말 순식간에 20여 대는 넘어보이는 차량들이 선착장에 길게 줄을 서더군요. 몇분만 더 늦게 왔어도 한참은 더 기다렸어야 할 상황이었을 듯.
막상 배에 오르니 안개는 전날보다 덜 짙은데, 구름과 바람은 더 심해졌습니다. 우도를 떠나는 배에서 전날 묵었던 숙소가 보이더군요. 전날 우도 입항할 때보다는 그래도 시야는 나아진 셈이죠.
안녕 우도. 다음에 만날 때는 좀 더 맑은 날씨와 함께.


근데 폭풍이 점점 심해지는 것이 심상치가 않더군요.
배 위에 가만히 서있기도 힘들더니, 뱃전으로 커다란 파도가 마구 들이칩니다. 4년전 소매물도때는 작은 어선이었지만 이번엔 큰 배인데, 뭐야 이거 몰라 무서워.
사진으로는 잘 안나타나는군요.
무사히 성산포항에 다가가고 있습니다. 이때쯤엔 도저히 바깥에 서있을 수가 없어서 차안으로 들어왔는데, 차안으로 들어오니 멀미가 나려고 하더군요. 그나마 우도-성산 구간이 짧아서 다행이었습니다.

구름과 바람에 휩싸인 성산일출봉입니다.
보기엔 그냥 그래도, 가만히 서 있기 힘든 정도로 바람이 불었습니다. (그 와중에 사막**님은 신발 벗고 여유있게 휴식을 취하다가 신발이 바람에 휭~~. 결국 난간 타고 넘어 주워와야 했습니다. 흠!) 우도 탈출은 성공했는데, 슬슬 오늘 저녁 서울로 돌아가는 비행기가 제대로 뜰지가 걱정되더군요.

그래도 강행군 일정은 계속됩니다. 우선 비자림.
처음엔 관광객이 저희밖에 없었던 듯해요. 나중에 한 두명이 더 들어온 듯은 했지만.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원시림의 느낌이 나더군요.
숲 사이로 바람 소리가 너무 좋더군요.
사실 우리나라엔 '산'은 많아도 평지의 '숲'은 찾아보기 힘든데, 이곳은 그야말로 숲이더군요.


날씨가 점점 안좋아졌는데 무모하게 '오름'으로 향했습니다. 들어가는 길만 해도, 그냥 짙은 안개 정도인 줄 알았거든요.
수많은 오름 중에서도 경치가 멋있다는 다랑쉬오름입니다. (게다가 제일 높은 오름 가운데 하나라더군요.)
시작부터 경사가 장난이 아닙니다. 이게 일반 등산과는 좀 다른게, 보통 등산은 가파르다가도 좀 평평한 구간도 나오고 하는데, 오름은 그냥 일정한 경사도로 쭉 올라가야 되더군요. 올라갈수록 바람도 심해지고 시야도 안좋아집니다.
다랑쉬오름에 올라 바라보는 주변 경치가 멋있다고들 하던데 그럼 뭐합니까. 올라보니 한치 앞도 안보일 지경이고, 그야말로 몸이 휙 날아갈 듯한 강풍이 몰아칩니다.
좀 더 적나라한 사진이 있는데, 요건 좀 양호한 사진. 처음엔 안개 속인지 알았는데 이건 구름 속이더군요. 분명 그때까지 비는 오지 않았는데, 오름에 올라갔다 내려왔더니 머리가 비 맞은 듯 축축해졌더군요.(사실 축축 정도가 아니라 물이 뚝뚝.) 그러게 여길 그 날씨에 왜 올라갔을까요.

결국 더 이상의 일정은 포기하고 남은 시간동안 드라이브만 하기로 했습니다.
근데 그것도 쉽지 않았어요. 한치 앞을 가늠할 수 없는 안개(혹은 구름) 속의 한라산 산록도로. 근데 제주도 차들은 이런 심한 안개 속에서 왜 헤드라이트를 안켜고 다니는 걸까요. 맞은 편에서 오는 차가 코앞에 와야 확 나타나더군요.


이제 마지막으로 제주 동문시장에 들렀습니다. 옥돔은 서울 마트에서 파는 것처럼 포장된 것만 제주것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시장 상인들도 원산지를 장담 못한다더군요. 갈치는 정말 물이 좋고 저렴했지만, 가지고 오는 것이 번거로워 패스. 한라봉 등은 제철이 아니라 패스. 결국 하우스 감귤을 좀 사왔더랬습니다.


그리고 정말 마지막으로 공항으로 들어가기 직전, 용두암.


악천후로 비행기 연착이 일부 있었는지, 비행기 타는 게이트 번호가 수시로 바뀌어서 좀 혼란스러웠을 뿐, 제주 공항에서 면세점 쇼핑 좀 하고 비행기 무사히 타고 올라왔습니다. 2007 여름 바캉스 1탄 여행기 끝.

by 갈림 | 2007/08/31 23:41 | 捕捉 ::: 순간/이미지들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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