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한미 FTA 협상, 모르는 것인지 모르는 척하는 것인지

90년대 초반쯤 임기훈이란 가수가 부른 '나의 옛사랑'이란 노래에는 '모르는 것인지 모르는 척하는 것인지'라는 가사가 들어 있다. 이 노래는 코요태가 '옛사랑'이란 제목으로 리메이크 하기도 했는데, 사실 지금 하려는 이야기는 그 노래와는 아무런 상관 없는 이야기다. 바로 작금, 가장 뜨거운 화두, 'FTA'에 대한 이야기니까.

다만 이 노래 가사 한 부분과 한미 FTA에 대한 각계의 입장은 좀 관련이 있다싶다. 한미 FTA에 대한 각계의 반응이나 관심들은 적지 않은 듯 하지만, 대개의 반응과 관심은 '대체 FTA에 대해 모르는 것인지 모르는 척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는 생각 밖에 안 드는 수준이다. 협상단을 통해서 흘러나오는 얘기도 거의 없고, 언론보도는 깊이가 얕고, 정부는 장미빛 청사진만 제시하고 있고, 정치권은 쇼만 하고 있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뭐가 뭔지 알아야 찬성을 하든, 반대를 하든 할 것 아닌가.

일단 초간단 기본 정보부터 확인.
FTA란 Free Trade Agreement, 즉 '자유 무역 협정'의 약자(略字)다.
한국과 미국 사이의 협상 마감 시한은 한국시간으로 2007년 3월 31일 오전 7시까지로 되어 있다.


사실 이 정도로는 아무런 감도 잡히지 않는다. 우선은, 협상 마감 시한은 넘기면 어떻게 되는가하는 궁금증이 들기 마련. 협상 마감 시한을 정해놓은 것은 한국과 미국이고, 이것을 지켜야 하는 것도 양국 협상단이다. 이걸 어긴다고해서 시비를 걸 나라도, 국제 기구도, 국제 조약도, 국제법도 없다. 단지 미국의 '국내법'에 의거하여 '이 기한 내에 협상 타결이 안되면 한국과의 FTA는 불가능'하다고 한 미국의 엄포가 있었을 뿐이다. 이 기한을 넘긴 뒤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 FTA는 대세인가? 지금 미국과 맺지 않으면 큰일 나는가? 일단 현재 시점만 놓고 보면 이렇다. 미국과 현재 FTA 관계에 있는 나라는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회원국인 멕시코, 캐나다 외에, 요르단, 파나마, 싱가포르, 모로코, 칠레, 호주, 바레인, 이스라엘까지, 이상 10개국이다. 다만 현재 미국과 앞으로 FTA 협상을 맺기를 희망하고 있는 국가는 25개국 정도가 있으며, 그중 한국은 미국과 가장 먼저 협상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한미 FTA가 결렬되면, 미국은 EU, 일본, 중국 등 다른 주요 국가들과 협상을 진행할 것이며, 그렇게 되면 한국과의 재협상 기회는 한참 뒤에나 가능할지 어쩔지 알 수는 없다. 한국이 현재 협상기한 내 타결에 목을 매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 이유가 더 있다면, 자국 무역에 대해서는 더 철저히 보호적 입장일 것이 분명한 미국의 민주당 정권보다는 공화당 정권과의 협상이 유리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욕 먹는 영웅'이 되기로 결심한 듯한 노대통령의 성향도 추가 가능할 듯.)

한미 FTA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것에 찬성하는 쪽이든, 반대하는 쪽이든 하는 말이 있다. "'국익'을 위해서 타결/반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체 FTA란 국익과 무슨 상관이 있으며, 그 국익이란 대체 무엇일까.

일단 다시 좀 돌아가는 길을 택해보자. FTA란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인가에 대해서부터. FTA라는 말이 많이 쓰이게 된 것은 NAFTA, 즉 북미자유무역협정이 맺어지면서부터였다. 동유럽 국가의 체제붕괴 이후, 서유럽 국가들은 군사적 조약이었던 'NATO'를 넘어서는 통합기구를 지향하게 되고, 'EU'라는 이름으로 '경제적 통합'을 시도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미국'은 적지 않은 위협을 느끼게 된다. EU에 대항하기 위해 미국은 지리적으로 인접한 캐나다와 멕시코를 아우르는 '경제공동체'를 표방하며, 'NAFTA' 협정을 맺기에 이른다. NAFTA를 계기로, '자유무역협정'이라는 것은 단순히 산업적 상품의 무역에 국한되지 않고, 농업과 기술, 교육, 문화, 의료, 공공서비스 등의 영역까지 포괄하는 광범위한 협정으로 변모하게 된다. 다시 말해, 한 국가에 속한 사회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무척이나 광범위하고 깊어졌다는 얘기다. NAFTA 협정 이후, ASEAN은 물론 아프리카, 남미, 그리고 우리가 속한 동북아에 이르기까지 '지역단위의 경제 연합체', 이른바 '경제블록'에 대한 모색은 다방면으로 추진되었다. 하지만, 현재 FTA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은 개별 국가와의 1:1 FTA 협상을 기획하고 있다. 앞서도 말했지만, 한국은 미국의 FTA 협상의 비교적 '선순위 대상'으로 꼽혀 현재 협상을 추진중인 것이다.

우리의 경우, FTA는 2004년에 칠레, 2006년에 싱가포르,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 스위스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과 각각 FTA 협상을 맺은 바 있다. 칠레와의 FTA 때에도 찬반 여론은 뜨거웠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협상은 타결되었고, 국회 비준까지 마친 바 있다. 칠레와의 사례를 살펴보는 것은 한미 FTA의 찬반을 결정하는 데 가장 기본적 절차임에 분명하다. 문제는 이 사례 역시 원하는 입맛에 따라 제 각각으로 해석되고 있다는 점이다. 가령, 정부는 칠레와의 FTA 이후, 자동차를 비롯한 수출이 크게 늘었다고 내세운다. 칠레 현지에서도 한국산 공산품의 점유율이 크게 늘어났다고 한다. 그런데 사실 수출보다 수입은 더 크게 늘어났다. 다만 정부는 원자재 수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구리' 가격이 워낙 크게 올랐기 때문이며, 이를 제외하면 흑자를 보고 있는 셈이라고 말하고 있다.

FTA 이후 칠레에 대한 자동차 수출이 크게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일본은 칠레와의 FTA가 타결되지 않았음에도, 역시 칠레에 대한 자동차 수출을 크게 증가시켰다.(르노님 포스팅) FTA가 자동차 수출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인지는 불명확해지는 지점이다. 참고로, 칠레는 미국, EU를 비롯한 전세계 40여개국과 이미 FTA를 타결하여, FTA에 있어 가장 앞서가고 있는 나라이며, 따라서 노하우도 가장 많이 쌓았을 것이 분명한 나라이다. 일본과 칠레의 FTA 협상은 바로 며칠전(27일)에 비로소 타결되었다. 역시 참고로, 일본은 지금까지 칠레를 포함하여, 싱가포르, 멕시코, 말레이시아, 필리핀 이상 5개국과 각각 FTA를 맺었다.

지금 막판으로 치닫는 느낌인 한미 FTA 협상의 이슈는 무엇일까.

지금 우리 언론 보도에서 집중 조명을 받고 있는 것은 개성공단, 쌀, 소고기, 자동차 정도로 압축되고 있는 듯하다. 초반에 관심을 모았던 의료, 문화, 교육, 섬유쪽은 잠정적으로 합의가 완료된 상태여서인지도 모르겠다. 개성공단과 관련해서는 개성 공단에서 생산된 상품을 'Made In KOREA'로 볼 것인가의 문제가 관심사였다. 정부측의 한미FTA 홍보에 개성 공단에 진출한 '로만손시계 회장님'이 나오시는 것을 보아도, 정부측이 개성 공단건을 중시하였음은 짐작된다. 개성 공단 문제는 어떻게 보면 사소한 문제이고, 어떻게 보면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개성 공단 제품의 대미 수출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중대하다고 보기 힘듦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 문제를 중점에 두었던 것은 두가지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첫째는 DJ 정권과 현 정권으로 이어지는 대북 정책의 가장 큰 성과로 내세울만한 '개성 공단'을 국민들은 물론 미국으로부터 공인받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이고, 둘째는 향후 남북 경협이 활발해지고 더 나아가 남북이 연합 혹은 통일 단계로 나아갈 때까지를 고려한 측면이었을 것이다. 한국 정부와 자본측으로서는 북한을 앞으로 잠재적이고도 무궁무진하며 값싼 '노동시장'으로 활용하고 싶은 욕심이 클 것인데, '개성 공단'의 사례는 그렇게 볼 때 중요할 수밖에 없다. 개성공단의 노동력을 별다른 예외 규정 없이 'Made In KOREA'라는 껍데기로 묶어둔다면, 자유무역 시대에도 '저임금을 무기로 한 가격경쟁력'을 내세우며 미국 상품과 경쟁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 심리가 깔려 있는 것이다.

개성공단 문제보다 최근에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것은 쌀과 소고기 문제다. 사실 이 두가지는 FTA 협상이 막판에 오기 전까지는 주요 이슈가 되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이 두가지는 협상 대상이 될 수조차 없다고 봐야하기 때문이다. 쌀은 2005년 DDA(도하개발어젠다) 협상으로 점진적이고도 제한적인 시장 개방이 이미 예정되어 있는데, 세계무역기구(WTO) 하에 이루어진 DDA는 미국도 참여한 국제 다자간 협의였고, 현재도 유효한 것이기 때문에, 미국과의 1:1 FTA를 통해 개방 일정이 변경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소고기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소고기 시장은 이미 충분히 개방된 상태인데, 미국의 소고기가 수입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무역시장 개방 문제와는 전혀 무관한 '광우병 소고기' 문제 때문이다. 이번 FTA 협상 결과와는 큰 상관 없이, 미국 소고기의 광우병 우려가 불식된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미국 소고기는 수입될 수 있다. 뼛조각 검사를 어느정도 수준까지 할 것이냐와 수입 재개 시기 문제는 양국 무역의 쟁점이긴 하지만, 'FTA'와는 사실상 큰 관련이 없는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쌀과 소고기가 이슈화된 것은 세가지 단계를 거쳐 이루어진 결과다. 먼저, 미국은 공화당 정부 지지 세력인 농업 기업과 축산업자로부터의 강력한 요구를 받고 있기에 이 문제를 이번에 표면적으로 강하게 언급하는 척 해야만 한다. 그리고 한국은 이 문제가 이슈화됨에 따라, 결국 '쌀과 소고기' 개방을 유보하는 것으로 이번 협상이 결말지어질 경우, '최소한 쌀과 소고기만큼은 지켜냈다'고 주장할만한 기회가 생겼으니 오히려 고마울 지경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별 생각 없이 정부와 협상팀의 보도자료 베끼고 옮기는 데에만 정신팔린 언론은 '쌀과 소고기'라는 이슈와 FTA와의 관련성과는 별개로, 이 두 이슈가 가진 '국민 정신에 미치는 임팩트'가 강하다는 이유로 대서특필하고 있는 듯 보인다. 한마디로 말해서, 쌀과 소고기는 미국에서 터트리고 한국에서 방어하는 듯 보여주기만 하면, 양국 정부 모두가 윈-윈하게 되는 '보석 같은 이슈'인 셈이다.

그런데, FTA를 반대하는 입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느 하나도 한국이 유리할 것이 없는 협상처럼도 보인다. 만일 그렇다면 FTA 협상은 왜 하는 것일까? '노무현 정부는 친미 매국 정권이라서'라는 설명따위는 얼토당토않다. 한국 정부 나름에도 뭔가 이유가 있을 것 아닌가.

일단 찬성측에선 이렇게도 주장한다. 소비자는 값싼 상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된다며, FTA의 가장 큰 수혜자는 바로 '소비자'일 것이라고 말이다. (중앙일보 칼럼). 정말 그럴까. 정말 그렇기만 하다면 우리는 칠레산 와인을 세계에서 가장 비싼 값으로 사먹을 이유가 없다.(관련기사) 물론 칠레산 와인은 2009년이 되어야 무관세로 수입되긴 하겠지만, 현실적으로 관세보다 소비자에게 무서운 것은 '유통 마진'이다. 관세가 내려가는만큼 가격도 내려가야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유통' 자본과 '산업' 자본이 결합되어 있는 한국형 재벌 구조에서는 더욱 비관적이다. 유통시장 역시 개방되니까 가격 경쟁이 일어나고 가격이 내려갈 거라고? 대기업이 진출해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국내 영화 시장(극장)을 보라. 경쟁 덕분에 영화 관람 요금이 내려갔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그리고 한국의 유통시장은 '월마트'. '까르푸'와 같은 공룡들이 이미 줄줄이 깨지고 나간, '기이한 시장'이라는 점도 기억해두자. (정말이지, 위의 칼럼을 쓴 사람은 FTA의 정체를 모르는 것일까, 모르는 척하는 것일까.)

찬성측, 반대측 모두 사례로 들기를 좋아하는 멕시코의 경우도 살펴보자. 찬성측은 멕시코는 해외자본의 투자가 활성화되면서, 대규모 산업단지가 조성되었고, 경기가 활성화되었다고 주장한다. 반대측은 멕시코는 미국의 값싼 노동시장이 되었을 뿐, 토착 기업들은 몰락하고 빈부의 양극화는 더욱 극심해졌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양측의 입장은 사실, 둘 다 맞는 얘기로 보인다. 특히 찬성측에서 '멕시코의 경우는 우리와는 너무나 다르다'고 주장하며, 한국과 비교할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이 말 역시 틀리지 않은 말이다. 월 3,40만원 수준의 멕시코 노동자들과 한국의 고임금 노동자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고, 지리적으로도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기에, 한국은 미국의 노동시장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FTA 반대 여론에 불을 지폈던 'PD수첩'의 멕시코 사례 취재보도는 우리의 상황에 부적합한 것이며 논리적 비약이 담겨 있는 것이었을까?

우리는 정말 중요한 것을 이 지점에서 발견해야만 한다. 항간에 "미국과의 FTA 타결은 백번 양보하고 이루더라도 성공적"이라고 말하곤 하는 찬성론자들의 발언을 떠올려보자. 이런 말을 하는 찬성론자들은 철저한 친미 매국노라 그렇게 말했을까. 'FTA'란 기획은 본질적으로, 전세계적 시장(노동시장, 산업시장을 통틀어)을 맘껏 활용하고자 하는 자본의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자유무역'이란 '국익'을 적당히 배려하고 조정하는 무역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힘센 자가 이기도록 시스템을 갖춘 무역을 의미하는 것이다.(관련칼럼)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은 '한미FTA'가 힘들더라도 협상만 잘한다면, 거의 대등한 관계로 맺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많은 사람들이 한미간의 이익과 손실이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가 되도록 협상하는 것이 이번 한미 FTA 협상의 목표다라고 여기고 있는 듯 싶다. 한미 FTA에 임하는 한국측 협상팀의 솔직한 마음이 그렇지 않다고는 말하지 않겠다. 실제로 그들은 순수한 마음에, 소위 '국익'을 생각하는 마음에 한국이 유리할만한 조건들을 요구하고, 불리할만한 조건들을 물리치려 애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과연 애초에 그런 것이 가능할까.

한미 FTA에 임하는 한국측의 솔직한 목적은 '미국'과의 손실없는 협상이 아니라 한국민들이 분노하지 않을 정도의 '개평' 얻어내기 정도일지도 모른다. 그러면서도 왜 하려하는가 하면, 한미 FTA의 궁극적 목적이 '자유무역시대'에 뒤쳐지지 않고 그 흐름을 앞장서 쫓아감으로써, 제3세계와 후진국의 '노동시장'을 선점하려는 것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한미 FTA'가 그 알량한 '국익'이란 것에 도움을 준다면, 그 국익은 미국으로부터 얻어올 것이 아니라, 제3세계와 후진국들로부터 얻어올(혹은 빼앗아올) 것들일테다.

FTA 협상을 바라보면서 가져야할 중요한 관점은 바로 찬성측, 반대측 모두가 떠들어대는 '국익'의 실체다. 국제 무역을 통해 수출이 늘어나고, 기업들이 그로써 호황을 누리는 것이 곧 '국익'이라면, 노무현 정부에서 '경제가 어렵다', '못살겠다', '살림살이가 나빠졌다'고 말하는 모든 사람들은 다 거짓말장이거나 뻔뻔한 사람들이다. 사상 유래가 없는 '고유가'에 '원화 강세'에도 불구하고, 수출은 이미 엄청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작년 우리나라의 수출액은 세계 11위 수준으로, 90년대 후반 이래 가장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POSCO,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등 국내 대표적 기업들은 '국제무역'의 측면에서만 본다면, 더 없이 좋은 시절을 누리고 있다. 그럼에도 대다수 사람들은 '살림살이가 어렵다'며 '경제난'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이는 조중동과 같은 언론의 조작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상은 수출기업들의 호황이 실질적 '국민경제의 이익'으로 되돌아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만 잘되면 '국익'이 향상된다고 말하는 것은 철저한 무식이거나 완전한 거짓이다. 한국 경제가 어렵다고들 얘기 하는 것은 '내수의 부진' 때문인데, 내수 부진은 '수출'의 호황 성과가 국민이나 노동자로 되돌아오지 않았던 데다가, 나날이 오를 것이란 기대에 사로잡힌 채 '부동산'에 돈이 묶여 소비 심리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설령 FTA가 잘(?) 타결되어 자동차, 반도체 수출이 몇배 늘어나게 된다고 해도, 체감 경제가 나아질 리가 없다.

현실성도 없고 대안도 없이 무조건적으로 '보호 무역'을 주장하는 것도 바람직하진 못하다. FTA 협상 타결 여부와는 무관하게, 이미 현 정권과 세계 경제는 '신자유주의적 흐름'을 타고 함께 흘러가고 있다. 그 흐름을 비판하지 않고, FTA 협상이 '미국에 대한 조공'이니, '굴욕적인 불평등 협상'이니 하고 트집 잡는 것은, 적어도 본질과는 무관하다.(FTA 반대 여론을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으로서는 괜찮을 수도 있다.) FTA를 '국익'과 연결시켜 논하려면, '국익'이 과연 누구의 국익이며, 누구를 위한 국익인지부터 명백히하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FTA를 '국익'과 연결시키는 것까지는 그렇다치고, 이것이 개개인의 이익과 손해에 직접적으로 연관된다고 생각하는 순간, 시쳇말로 "낚이는 거"다. FTA 이후 한국이 수출 순위 10위권 안에 들고, 1인당 GDP가 2만불을 넘게 된다고 해도, 당신의 손에 쥐어지게 될 그 무언가와는 별 상관이 없을 테니까 말이다.

* * * * *


오늘부터 평택 대추리 주민들의 이주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미군 부대가 평택으로 집합하는 것을 '한미 우호에 금이 갔기 때문'이라거나 '한반도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거나, '노무현 정부가 미국에 또다시 굴복했다'거나 하는 말에 현혹될 필요는 없다. 대추리 주민들이 그곳을 떠나게 된 것은 평택이라는 곳이 남한에서 중국의 경제 심장부인 상하이 지역과 가장 가까운 곳이기 때문이고, 미국이 북한에 대한 견제보다 중국에 대한 견제에 훨씬 더 큰 비중을 두기 시작했기 때문일 뿐이다. 진실은 멀찍이 있지만, 어느틈엔가 우리 곁에서 우리를 노려보고 있기 마련이니까.

by 갈림 | 2007/03/29 23:45 | 談話 ::: 기고/생각들 | 트랙백(4)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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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ISSSSSUE at 2007/03/30 12:51

제목 : 한미 FTA 타결될지도 모르는데...
미국이 협상 막바지 쌀과 소고기를 의제에 올렸다는데 지금까지 쌀은 협상 의제도 아니었고, 관련 논의도 안하기로 했었다고 한다. 이제와서 쌀을 의제로 올리고 노대통령은 쌀만은 지키겠다고 하는데... 어차피 2015년이면 쌀은 개방이 되고(WTO) 그전 쌀에 대한 개별국과의 협상은 2003년에 WTO 관련 협상국들과의 합의를 뒤집는 미국에 대한 특혜가 될 수 있다고 한다... 결국 쌀을 내세우고 다른 것을 타결지으려는 미국의 협상전략인지... 쇠고......more

Tracked from ........ at 2007/03/30 18:02

제목 : 한미 FTA에 대한 종교적 믿음들
각론 부분에서 이미 정부측의 한미 FTA 손익 계산은 곳곳(프레시안의 기획 기사들과 우석훈 씨의 저서 '한미 FTA 폭주를 멈춰라'를 적극 추천한다.)에서 깨지고 있다. 정부는 그거 만회하려는지 연구 보고서 조작하고 4대 선결조건같은 명백한 사실들을 은폐해 왔으나 오히려 그런 사실들이 밝혀져 개망신만 당했다. 이렇게 구체적 수치와 합리적인 근거는 내세울 게 없으니 국민을 설득하기 위한 방법이라곤 공포심을 조장하는 선전 선동뿐이다. ......more

Tracked from Real Factory at 2007/04/04 12:37

제목 : 끝이 아닌 시작으로의 FTA
어쨌든 FTA가 체결되었다. 국민 소수가 바라는 정책이 추진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결국 FTA는 국정홍보처가 그토록 열심히 정당성을 주장했음에도 다수의 국민들을 끌어들이지 못했다. 이미 개방된 쌀 가지고 생색이나 내는 언론 플레이를 펼쳤음에도 말이다. 그것의 손익을 떠나 협상 과정에서 미국에 끌려다니기만 한데다가 제대로 된 검토장치마저 부실했으니 그 협상주체를 신뢰한다면 그게 코메디일테다.사실 한미FTA보다 더 걱정되는 것은 앞으로 ......more

Tracked from 블로거 류동협 at 2007/04/07 13:02

제목 : 한미 FTA와 국익
타결의 소식을 들은지 며칠이 지났다. 언론들이 앞다투어 FTA관련 여론조사와 협상이 가져올 미래에 관한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언론보도에서 서로다른 견해가 다투고 있지만 곧 정리가......more

Commented by 파란고양이 at 2007/04/02 00:08
역시 오빠의 요약 정리는 짱이군요... 인쇄해서 공부해야지~
Commented by 갈림 at 2007/04/03 00:47
파란고양이/ 요약 정리고 공부고 뭐건간에, 이제 이 놈의 나라는 빼앗긴(길) 만큼, 어디선가 되찾아오려 할 텐데,
결국 이 나라가 추악한 국가가 되어야만 먹고 살아갈 수 있게 된 건가보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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