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두 분 대통령의 서거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지금 평택에선 2

푸른 오월. 아니 폭우가 쏟아지는 오월. 그거야 아무래도 좋다.

어린이날, '에어쇼'를 벌이던 공군 대위 한분이 안타까운 사고로 세상을 떠나셨다. "추락하더라도 절대로 민가나 관람객에 피해가 없도록 해야한다"는 것이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의 수칙이라고 한다. 그분이 마지막 순간까지 지키고자 했던 그 수칙이야말로, 국민의 안녕을 위해 존재한다는 '군인'의 사명다움이 아닐까싶다. 그러나 '군인'이 언제나 국민을 위해 존재하지만은 않았다는 것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현실이다.

26년전 오월의 상처는 아직 채 아물지 못했는데, 지금 평택에선 또다시 민-군의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선정적인 사진 몇장 보고 흥분하거나 하는 일이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때론 '선동'도 필요하다. (사진은 민중의소리 맹철영 기자. 참고로 '민중의소리' 서버 과부하로 인해 기사와 사진 퍼 옮기는 것은 현재 적극 권장되고 있음.)

대추리 이장집 우사에 원인모를 불이 났는데, 경찰은 수수방관하는 한편으로 불 끄러 가는 주민들마저 가로막고 있다고 한다. 취재중이던 기자들 다수도 연행되는 등, 무조건적인 연행이 이어지고 있단다.

폭력적으로 데모하는 주민들이 문제라고? 600일 넘게 촛불시위를 하다가 1만명, 이제는 2만명에 이르는 군경이 몰려들어 내쫓김 당하게 되었는데, 다시 촛불만 들어야 한다고? 연행 주민들 불구속 약속하고 대추분교 옥상에서 시위하던 문정현, 문규현 신부와 천영세 의원들을 해산시키더니, 곧바로 학교 건물을 다 부숴놓고, 이제 와서 수백명 이상을 구속할 거라는 그들과 대화하라고?

반미주의자들이 개입하여 주민들을 선동하고 '미군철수' 주장을 펴고 있는 건 문제가 있다고? 평택의 미군부대 확대를 막는 것은 '그럼 다른 지역 주민들이나 피해 입으라는 님비'라고 비난하던 것도 당신들 아니던가? "미군 부대 딴 데나 가라"고 외치면 님비라고 비난하고, "미군 철수" 주장하면 반미주의자, 이상주의자라 비난하고, 그렇게 비난하면 민망하지 않은가?

보상금도 많다던데 받고 나가면 그만 아니냐고? 돈이나 더 뜯어내려는 수작이라고? 도시민들이라면 그럴 수 있을지 모르지. 황무지나 다름 없던 땅을 스스로 일구고 수로를 만들어놓았더니, 군장비 동원하여 콘크리트 부어버리고, 스스로의 힘으로 지어놓은 학교를 포크레인으로 찍어눌러 부숴버리는 상황에서 그 주민들이 '돈' 뜯어내는 '자해공갈단'으로 보이는가? 수십년간 이어져온 말도 안되는 농업정책을 따라가느라, 농기계며 시설들을 구비하느라, 대부분의 농민이 그렇듯 적지 않은 농가부채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담보가 되었던 그 농토를 떠나려면, 보상금 받아봐야 빚 갚고 나면 아무 데도 갈 곳이 없는 현실을 알고나 있는가? 그런 현실은 조금도 언급하지 않고, 보상금이 몇억이라고 떠벌이는 사람들은 진정으로 그들이 부러운 겐가?

'80년 5월의 광주'는 인터넷을 비롯한 통신망이 발달한 오늘날에는 결코 있을 수 없을 것이라는 예상은 철저히 빗나갔다. '무관심', 혹은 그보다 더 나쁜 '무책임한 주둥이'는 어처구니 없게도 이 상황을 합리화시키거나 외면하고 있다. 26년 전에도 그랬듯, 진압 군경은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고, 주민들은 일부 극렬분자가 주동하는 '폭도'이며, 멀찍이서 '우리'는 양비론 내세우며 잘난 척하면 그만이다.

더 부끄럽고 화가 나는 것은, 지금 이 순간 학위논문과, 그리고 '시간'과 피말리는 싸움을 벌여야만 하는 내 처지다.

by 갈림 | 2006/05/06 19:36 | 推薦 ::: 스크랩/정보 | 트랙백(4) | 덧글(10)

트랙백 주소 : http://ewriter.egloos.com/tb/1321291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Tracked from 외계인 교차점 at 2006/05/06 22:06

제목 : 대추리, 화가나서 또 얘기한다.
좁쌀, 레드 콤플렉스, 대추리 그리고 한미동맹 냉소 좋아하시는 분들을 위해, 냉소적인 글 하나 링크한다. 합법이 아니니까 일단 구속 조치가 가능하지요. 그런데 행위의 불/합법 여부가 문제의 핵심입니까? 과정을 등한시하는 건 옳지 않지만, 행위의 이면에 담긴 의미를 직시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최소한 저 글에 대해 죽창들고 전경 패는 운운하는 말은 적합한 지적 내지는 반론은 아닌 듯합니다. 전/의경 또한 이 충돌......more

Tracked from ozzyz review at 2006/05/07 00:35

제목 : 짧은 선동
올해 들어 한 가지 스스로 약속한 것이 있다면, 이제 그만 선동의 언어를 버리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딱 한번만 더 해야 할 성 싶다. 아니, 어쩌면 앞으로 더 많아질지도 모르겠다. 세상이 미쳐 돌아가고 있는데 모든 것이 너무 태평한 까닭이다. 2006년 5월 평택은 1980년 5월 광주와 다를 것이 없다. 여기에는 그날 그때와 똑같이 미국이 있고, 당장의 국가 간 이해관계와 이권에 눈이 먼 정권이 있......more

Tracked from CN의 연습장 at 2006/05/07 01:17

제목 : 평택 시위와 강남 재건축
이사가기 싫은 것도 죄가 되는 사람이 있다. 평택에 사는 일부 사람들은 이사가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국가는 그들 중 400명을 연행하고 120명 상해를 입혔다. 이사가기 싫어해서 받는 벌칙으......more

Tracked from youngjune at 2006/05/10 16:07

제목 : 대추리, 평화의 땅을 기원하며.. (미군기지 확장이..
변명같지만 한달여간의 교생 실습과 갓 두달을 넘긴 아이의 육아, 그리고 대학원 졸업 논문 관계로 시사 문제 및 사회 문제에 대해 최근 접할 기회가 그닥 없었다. (신문과 TV, 인터넷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 ㅠㅠ) 더구나 5월의 May Day가 노동자의 권익을 생각하는 날이기 보다는 개인적으로 단순히 하루의 휴일로 전락해 버릴 정도의 입장에서 대추리 사태에 대해서 언급을 한다는 자체가 문제의 본질을 살피기 보다는 피상적으로 보이는 모습만을 중요시 할 위험이 크다. 그래도 이번의 대추리 사태는 쉽사리 넘어갈 수는 없다. 먼저 우......more

Commented by 레몬 at 2006/05/06 21:10
절실히 공감합니다ㅜ.ㅜ
Commented by 글틀양 at 2006/05/06 23:18
이번에는 대추리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에게 호감을 가질 수가 없더군요.
더구나 이상하게도 시위한쪽에 좀더 호감을 가지기가 힘들어지더군요. 이유는 모르겠음.
Commented by 갈림 at 2006/05/07 17:39
레몬/ 화도 나고 우울하기도 하고 그렇네요.

글틀양/ 글쎄요, '호감'의 문제는 아닌 듯 싶은데요, '공권력'이란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에 사람들이 점차 정당성을 부여하고 그에 저항하는 이들의 '폭력'에 집단 린치를 가하는 것이 '민주적'이고 '정당성' 있는 정권을 세운 결과라면, 심히 씁쓸해지는군요.
Commented by youngjune at 2006/05/10 16:16
대추리 사태는, 나의 논문 못지 않게 우울하다. ㅠㅠ (트랙백 걸었다.... 쩝~)
너는 잘 진행되고 있는겨?
Commented by 갈림 at 2006/05/10 23:21
youngjune/ 너도 논문 기간이구나... 쯧쯧... 힘들겠구먼...
나? 죽게따 ㅠ.ㅠ;;;
Commented by 바람나무 at 2006/05/11 17:23
네가 학위논문과, '시간'과 피말리는 싸움을 벌여야 하는 게 왜 부끄러운 거냐?
Commented by 갈림 at 2006/05/15 12:16
바람나무/ 글쎄, 뭐랄까, 80년대에 광주가 죄의식으로 남아있었던 것과 비슷하다면, 너무 거창한가.
Commented by 바람나무 at 2006/05/21 02:30
ㅇㅇ 거창해..ㅎㅎ
Commented at 2006/05/27 05:0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갈림 at 2006/05/27 12:06
비공개/ 땡큐~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