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3월 17일
바보
아래 포스트 덧글에 사막여우님이 내게 '바보'라고 놀린 사건의 개황은 이러했다.
어제는 춘천에서 강의가 있는 날.
시외버스를 타고 가려다가 그냥 차를 몰고 가기로 하면서 출발이 다소 늦어졌다. 그래서 서둘러 춘천으로 향하고 있었는데, 주유등에 불이 들어오는 거다. 전날 기름을 넣을 수도 있었지만, 춘천 오가는 길이 기름값이 저렴하여 미뤄두었던 터이다. 속으론, '늦었는데 어쩌지', '그냥 학교까지는 도착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다가, 불안한 마음에 주유소로 들어갔다. "아저씨, 2만원 어치만 넣어주세요."라고 말하면서 주유구를 여는 버튼을 누르는 순간, 뒷주머니에 있어야 할 '지갑'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돈과 각종 카드는 모두 지갑에 있었을 테고, 지갑은 그 시간 내 방 책장에 그대로 놓여 있었을 터이다. 차에 넣어두고 다니는 주유소 포인트 카드가 있었지만, 누적된 포인트래봐야 2천원 남짓한 수준. 허겁지겁 주유소 직원에게 "지갑을 안 가져왔네요. 다음에 넣을게요."라고 말하며 후다닥 그곳을 벗어났다. 이미 주유등에 불이 켜진지 30km 정도를 더 달렸고, 간신히 학교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강의 시간에도 다행히 늦지 않았다.
문제는! 차에 기름은 떨어졌고, 내겐 100원 짜리 동전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강의를 마친 시간은 한국과 일본의 대결이 끝났을 시간 쯤. 온국민이 환호하고 있었을 그 시간, 나는 대문자 OTL을 몸으로 그려내고 있었다.
유일한 희망이었던 선배 교수님은 일찌감치 퇴근해버리신 듯 했고, 내가 친근하게 돈 몇 푼 꿀 수 있는 사람은 전혀 없는 춘천땅. 서울로 돌아가는 길은 약 100km. 고로 필요한 기름의 양은 최소 8L 정도. 내게 필요한 최소한의 돈은 1만원 가량. 결국 체면 몰수하고 '조교'에게 비굴한 표정으로 1만원을 빌리고 나서야 서울로 향할 수 있었다. 배도 무지하게 고팠지만 빵 한조각 사먹을 수 있는 금전적 여유는 내게 없었다. 어흑. 나, 바보.
어제는 춘천에서 강의가 있는 날.
시외버스를 타고 가려다가 그냥 차를 몰고 가기로 하면서 출발이 다소 늦어졌다. 그래서 서둘러 춘천으로 향하고 있었는데, 주유등에 불이 들어오는 거다. 전날 기름을 넣을 수도 있었지만, 춘천 오가는 길이 기름값이 저렴하여 미뤄두었던 터이다. 속으론, '늦었는데 어쩌지', '그냥 학교까지는 도착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다가, 불안한 마음에 주유소로 들어갔다. "아저씨, 2만원 어치만 넣어주세요."라고 말하면서 주유구를 여는 버튼을 누르는 순간, 뒷주머니에 있어야 할 '지갑'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돈과 각종 카드는 모두 지갑에 있었을 테고, 지갑은 그 시간 내 방 책장에 그대로 놓여 있었을 터이다. 차에 넣어두고 다니는 주유소 포인트 카드가 있었지만, 누적된 포인트래봐야 2천원 남짓한 수준. 허겁지겁 주유소 직원에게 "지갑을 안 가져왔네요. 다음에 넣을게요."라고 말하며 후다닥 그곳을 벗어났다. 이미 주유등에 불이 켜진지 30km 정도를 더 달렸고, 간신히 학교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강의 시간에도 다행히 늦지 않았다.
문제는! 차에 기름은 떨어졌고, 내겐 100원 짜리 동전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강의를 마친 시간은 한국과 일본의 대결이 끝났을 시간 쯤. 온국민이 환호하고 있었을 그 시간, 나는 대문자 OTL을 몸으로 그려내고 있었다.
유일한 희망이었던 선배 교수님은 일찌감치 퇴근해버리신 듯 했고, 내가 친근하게 돈 몇 푼 꿀 수 있는 사람은 전혀 없는 춘천땅. 서울로 돌아가는 길은 약 100km. 고로 필요한 기름의 양은 최소 8L 정도. 내게 필요한 최소한의 돈은 1만원 가량. 결국 체면 몰수하고 '조교'에게 비굴한 표정으로 1만원을 빌리고 나서야 서울로 향할 수 있었다. 배도 무지하게 고팠지만 빵 한조각 사먹을 수 있는 금전적 여유는 내게 없었다. 어흑. 나, 바보.
# by | 2006/03/17 23:24 | 日常 ::: 나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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