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2월 07일
[단상] 하인스 워드를 보며 '민족'의 폐쇄성을 떠올린다
얼마전 있었던 미국의 NFL 결승전 슈퍼보울(Super Bowl). TV 광고가 1초에 8000만원에 팔려나간다는 세계 최대의 스포츠 이벤트. 나야 미식축구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미국에 살고 있는 조카와 사촌동생(여동생은 직접 미식축구 선수 생활을 하기도 했다.)들까지도 그렇게 좋아한다니, 미국이란 땅덩어리 안에서는 대단하긴 대단한 이벤트임은 분명한가보다.
그래봐야 우리나라에서는 일부 마니아층을 제외하면, F-1이나 투르 드 프랑스처럼 '남의 나라 잔치'에 불과한 듯 여겨지지만, 올해는 좀 남다른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금 과장해서 비교하자면, 'F-1'의 미하엘 슈마허나 '투르 드 프랑스'의 랜스 암스트롱과 견줄 수 있을 '슈퍼보울 MVP'에 한국계 미국인 하인스 워드가 뽑혔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태국인이란 이유로 타이거 우즈를 '태국이 낳은 영웅'이라 호들갑 떤다면 고운 시선으로 보기 어려울텐데, 하인스 워드의 어머니가 한국인이었다는 이유로 언론에서 그를 '한국의 영웅'이라 포장한다면 역시나 반갑지만은 않을 듯 싶다.
다만 어머니 김영희 씨의 이야기만큼은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하다. 1976년 주한미군이었던 흑인 병사와 결혼하여 아들을 낳은 후 미국으로 건너갔지만, 곧 이혼한 후 홀로 하인스 워드를 키우며 온갖 고생을 했다는 그녀. 아들이 연봉 60억원을 받는 지금도 '파트타임 서버'로 일을 하고 있다는 그녀의 이야기 말이다.
그런데 하인스 워드의 이야기를 접하며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만일 그 모자가 한국땅에서 살아가게 되었다면 어떠했을까하는 생각말이다. 영어도 못하는 상태에서 홀로 어린 아들을 키우며 겪었을 어머니 김영희 씨의 고생이야 말로 할 수 없었을 테지만, 그녀가 흑인 혼혈 아들을 한국에서 키워내기란 그 이상으로 힘들었으리라고 생각된다. 엄청난 편견과 '왕따'의 시달림이 존재하는 곳이 바로, 하인스 워드의 고향, '대한민국' 아니던가.
'국제화', '세계화'를 떠들어댄지도 십수년이 흘렀지만,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강남 아이들'이 '강북 아이들'만해도 다른 종자 취급을 하는 현실(엄밀하게 말해서 그런 취급을 한다기보다는 서로 다른 환경과 여건에 대해서 이해하려고도, 이해할 수도 없는 시스템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현실이다)에서, 피부색 다른 아이들이 함께 어우러지며 살아가는 법을 교육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여전히 '단일민족' 따위를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우리의 교육 현실에서 말이다.
2003년 통계로 우리나라에서 결혼하는 100쌍중 8.3쌍이 국제결혼을 한다고 하고, 농어촌 지역의 경우 총각 네 명중 한 명은 국제결혼을 한다고 한다. (관련기사) 그것이 엄연한 현실인데도 우리는 '호주제' 하나 폐지하는 것도 국가의 존폐가 뒤흔들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틈에 살아가고 있으며, '되놈'이니 '쪽발이'니 하는 욕설이 난무하며, '이디오피아', '소말리아', '방글라데시' 같은 국명이 코메디 소재가 되는 나라에 살아가고 있다. (우리의 편견 때문인지, 대개의 국제결혼의 대상도 피부색이 그나마 비슷한 '베트남', '몽골' 등에 집중되어 있다.) 급증하는 국제결혼을 통해 태어난 아이들이 학교 교육을 받게 되었을 때, 겪을 상처와 고통을 줄여줄 대책은 시급히 마련되어야만 한다. 1/4의 아이들이 이른바 '혼혈'인 농촌학교에서 '단일민족'의 전통을 교육해야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아니, 이미 벌써 우려스러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지 않은가. (관련기사)
어디 그것뿐인가. '위성미'가 미국에 가서 미국인이 되면 '미셀 위'가 되고, '김채곤'이 미국에 가서 살면 '로버트 김'이 되지만, '발레리 샤리체프'가 한국인이 될 때 '구리 신씨' '신의손'이 되어야 하고, '라티노프 데니스'가 한국인이 될 때 '성남 이씨' '이성남'이 되어야 하는 것처럼 귀화자에게까지 '혈통'을 강요(?)하는 시스템도 존재한다. (물론 '이다도시'와 같이 '창성(創姓)'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다도시는 '이다'를 성(姓)으로 등록했을 뿐, 한국식 성명을 따로 만들지 않았다. 다만 현재는 이다도시와 같은 경우가 오히려 예외적으로 취급되는 듯 싶다.)
4월즈음에 하인스 워드는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한다. 하인스 워드와 그의 어머니의 고통, 그리고 그것을 극복한 성공에는 아낌없이 격려를 보내고 싶다. 그들에 대해 '한국인', 혹은 '민족' 운운하며 자긍심을 느끼고 뿌듯해하거나 감동을 받는 것도 좋다. 다만, 그 순간 우리가 '민족'과 '인종' 문제에 있어 얼마나 폐쇄적인 시스템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가에 대해 한번쯤 반성해보는 기회를 가져볼 필요는 있을 것이다.
그래봐야 우리나라에서는 일부 마니아층을 제외하면, F-1이나 투르 드 프랑스처럼 '남의 나라 잔치'에 불과한 듯 여겨지지만, 올해는 좀 남다른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금 과장해서 비교하자면, 'F-1'의 미하엘 슈마허나 '투르 드 프랑스'의 랜스 암스트롱과 견줄 수 있을 '슈퍼보울 MVP'에 한국계 미국인 하인스 워드가 뽑혔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태국인이란 이유로 타이거 우즈를 '태국이 낳은 영웅'이라 호들갑 떤다면 고운 시선으로 보기 어려울텐데, 하인스 워드의 어머니가 한국인이었다는 이유로 언론에서 그를 '한국의 영웅'이라 포장한다면 역시나 반갑지만은 않을 듯 싶다.
다만 어머니 김영희 씨의 이야기만큼은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하다. 1976년 주한미군이었던 흑인 병사와 결혼하여 아들을 낳은 후 미국으로 건너갔지만, 곧 이혼한 후 홀로 하인스 워드를 키우며 온갖 고생을 했다는 그녀. 아들이 연봉 60억원을 받는 지금도 '파트타임 서버'로 일을 하고 있다는 그녀의 이야기 말이다.
그런데 하인스 워드의 이야기를 접하며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만일 그 모자가 한국땅에서 살아가게 되었다면 어떠했을까하는 생각말이다. 영어도 못하는 상태에서 홀로 어린 아들을 키우며 겪었을 어머니 김영희 씨의 고생이야 말로 할 수 없었을 테지만, 그녀가 흑인 혼혈 아들을 한국에서 키워내기란 그 이상으로 힘들었으리라고 생각된다. 엄청난 편견과 '왕따'의 시달림이 존재하는 곳이 바로, 하인스 워드의 고향, '대한민국' 아니던가.
'국제화', '세계화'를 떠들어댄지도 십수년이 흘렀지만,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강남 아이들'이 '강북 아이들'만해도 다른 종자 취급을 하는 현실(엄밀하게 말해서 그런 취급을 한다기보다는 서로 다른 환경과 여건에 대해서 이해하려고도, 이해할 수도 없는 시스템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현실이다)에서, 피부색 다른 아이들이 함께 어우러지며 살아가는 법을 교육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여전히 '단일민족' 따위를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우리의 교육 현실에서 말이다.
2003년 통계로 우리나라에서 결혼하는 100쌍중 8.3쌍이 국제결혼을 한다고 하고, 농어촌 지역의 경우 총각 네 명중 한 명은 국제결혼을 한다고 한다. (관련기사) 그것이 엄연한 현실인데도 우리는 '호주제' 하나 폐지하는 것도 국가의 존폐가 뒤흔들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틈에 살아가고 있으며, '되놈'이니 '쪽발이'니 하는 욕설이 난무하며, '이디오피아', '소말리아', '방글라데시' 같은 국명이 코메디 소재가 되는 나라에 살아가고 있다. (우리의 편견 때문인지, 대개의 국제결혼의 대상도 피부색이 그나마 비슷한 '베트남', '몽골' 등에 집중되어 있다.) 급증하는 국제결혼을 통해 태어난 아이들이 학교 교육을 받게 되었을 때, 겪을 상처와 고통을 줄여줄 대책은 시급히 마련되어야만 한다. 1/4의 아이들이 이른바 '혼혈'인 농촌학교에서 '단일민족'의 전통을 교육해야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아니, 이미 벌써 우려스러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지 않은가. (관련기사)
어디 그것뿐인가. '위성미'가 미국에 가서 미국인이 되면 '미셀 위'가 되고, '김채곤'이 미국에 가서 살면 '로버트 김'이 되지만, '발레리 샤리체프'가 한국인이 될 때 '구리 신씨' '신의손'이 되어야 하고, '라티노프 데니스'가 한국인이 될 때 '성남 이씨' '이성남'이 되어야 하는 것처럼 귀화자에게까지 '혈통'을 강요(?)하는 시스템도 존재한다. (물론 '이다도시'와 같이 '창성(創姓)'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다도시는 '이다'를 성(姓)으로 등록했을 뿐, 한국식 성명을 따로 만들지 않았다. 다만 현재는 이다도시와 같은 경우가 오히려 예외적으로 취급되는 듯 싶다.)
4월즈음에 하인스 워드는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한다. 하인스 워드와 그의 어머니의 고통, 그리고 그것을 극복한 성공에는 아낌없이 격려를 보내고 싶다. 그들에 대해 '한국인', 혹은 '민족' 운운하며 자긍심을 느끼고 뿌듯해하거나 감동을 받는 것도 좋다. 다만, 그 순간 우리가 '민족'과 '인종' 문제에 있어 얼마나 폐쇄적인 시스템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가에 대해 한번쯤 반성해보는 기회를 가져볼 필요는 있을 것이다.
# by | 2006/02/07 17:43 | 談話 ::: 기고/생각들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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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읽고 갑니다. ^^
사실.. 이전에는 한번도 신경 쓰지 않다가.. 갑자기... 집중조명하는 것도 우습고.. 쩝....
hwoarang/ 오늘 국회의원 하나가 김영희 님에게 '훈장'을 주자고 했다지요?
오버질의 물결 속에서라도, 혼혈인이나 그밖의 소수자에 대한 관심이 변화하는 계기가 된다면 좋겠지만요.
한국인들의 특성이랄까요...
귀화시 변경하는 성에 대해서는 정말..엄청나게 동감해요..
방문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