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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생리통 공결제 시행
생리통 공결제 시행.

어제 이오공감에 올라온 초록불님의 글을 비롯해서 인터넷 공간에서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주제 가운데 하나다. 3월 새학기부터 생리통으로 인한 결석을 '공결'로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모성 보호의 차원에서, 그리고 어린 '학생'의 권리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국가인권위'의 권고를 재빨리 '교육인적자원부'가 받아들인 이번 조치에 대해 환영한다. '악용'의 우려와 '모호성', '형평성'등을 제기하는 여론도 적진 않지만, 시행 이후에 생길지도 모를 부작용에 대해 지나치게 확대하여 지레짐작하는 것도 적절치는 않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생리통의 실질적 고통을 알지도 못하는) 나의 의문은 다른 데에 있다. 지난 학기 수업때, 수업을 시작하려는데 여학생 하나가 '생리통이 너무 심해서 수업을 듣기 힘들다'고 말했다. 나는 두말 없이 그 학생을 보내주었고, 결석 체크 자체를 하지 않았다. 젊은(?) 남자 교수에게 그런 말을 건네기 쉽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거라 생각하니 그 말이 의심될 리 없었다. 게다가 그 학생은 평소에 수업태도나 출석상황이 좋은 편이었기도 했다. 그런데, 그 상황이 공식적인 처리 절차인 것은 아니었다. 물론 앞으로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된다면, 나는 어떻게 대처해야 마땅할까. 가령, 평소에도 수업을 많이 빠져서 결석 초과로 인한 F학점을 받을 위기에 있던 여학생이 있는데, 어느날 "지난주에 오전 강의만 듣고 생리통 때문에 오후 강의를 들을 수가 없었다. 지난주 결석은 공결로 처리해달라."고 요청해온다면, 나는 그 말을 100% 신뢰해야 마땅할까.

'생리통 공결제'에 대한 교육부의 지침은 '초중고등학교'에 내려졌다. 대학생에 대해서는 어떠한 지침도 찾아볼 수가 없다. 교육부의 방침은 (초중고 학생의 경우) 학부모가 사전에 담임 교사에게 전화 등으로 연락해 구두로 허락을 받은 후, 나중에 결석계를 제출하도록 할 것이라는데, (대다수가 성인인) 대학생도 학부모를 통해 학과장에게 허락을 받으라고 하지는 않을 터, 대학생의 생리통은 어쩌란 말일까?

근본적인 나의 의문은 사실, 내가 요즘 접하는 대학생들이 참으로 다양한 결석 사유를 제시하며 '공결'이나 그에 준하는 조치를 요구한다는 데에 있다. 대학생때는 물론이고 초중고를 다니면서 '진단서'나 '진찰확인서'라는 것을 떼서 학교에 들고가본 적이 없는 나의 경험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왜 그리 많은 학생들이 '병원처방전'을 들고 와서 '결석'한 것에 대해 양해해줄 것을 요구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밖에도 동아리 발표회, 학생회 행사, 가정사, 졸업한 고교 축제 참석, 운전면허시험, 아르바이트, 차를 놓친 것 등을 '결석 사유'로 제시하는 학생들을 일일이 상대하는 것도 지겨운 노릇이다. 그때마다 '기회비용'이란 말을 들먹일 수도 없는 노릇이고. 대체 그 학생들에겐 '인정 못받을 결석'이란 어떤 종류의 것인지 모르겠다.

어쩌면, 초록불님 말씀대로 '결석하면 학생 본인의 손해'인데, 굳이 출결사항을 따로 성적에 반영하도록 하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컬한 일일지도 모른다. 결석하면 학생 본인의 손해라는 인상을 심어줄만한 수업을 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반성해야할 듯도 싶다. 하지만, 출결석에 대한 명확한 확인과 성적 반영은 대학 당국과 교육부의 엄격한 지시 사항이고 감사 대상이어서 내 생각만으로만 될 일도 아니다.

특별한 경우겠지만, 심지어 이런 학생도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성적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며 "성적을 올려달라"고 메일을 보내온 학생이 있었다. "자격증 취득 일정 때문에 수업을 몇차례 빠졌는데, 그로 인해 성적이 안 좋게나온 것 같은데 억울하다. 기말고사에는 결석한 날 수업한 내용이 많이 출제되어 불리했다. 그러므로 성적을 좀 올려줄 수 없느냐"는 요지의 메일이었다. 이에 못지 않은 황당한 요구들도 적지 않다. "집안 사정상 반드시 장학금을 받아야하는데, 성적이 조금 모자란다. 그렇지 않으면 휴학하거나 자퇴해야할 상황이다. A0를 A+로 바꿔달라. 어차피 같은 A등급이니 상대평가와도 상관 없는 것 아닌가."라며 거의 협박하는 학생도 있다. 아마도 이 학생은 전 과목 교수에게 메일을 한바퀴 쭈욱 돌렸으리라.

(일부) 대학생들의 성적에 대한 집착은 상상을 초월한다. 근본적으로는 취업난 때문이고, 사회 전반의 문제겠다. 그러나 그렇게 치부하고 말 문제만은 아니다. 최근 대학생들이 이런 저런 결석 사유를 대면서 '공결' 혹은 '결석 무효 처리'를 요구하는 것의 한가지 이유는 초중고등학교 때, 이런 저런 이유로 결석을 '양해받은 경험' 탓도 있다고 본다. 부모님과 함께 여행을 가면 '결석'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발상은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부정적 측면도 분명 있다고 본다. 일정한 수의 학생이 동등한 입장으로 한곳에 모여 받는 '공교육'을 '가정교육'이 대체할 수 있다는 '예외'들이 수많은 또다른 예외를 요구하고 있다.

물론, 어떤 상황에도 불구하고 '출석'을 하고 '개근'을 하는 것이 미덕인 양 여겨야하는 것도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몸이 아파도 결근을 못하여 검진 조차 못받아 병을 키우는 직장인들이나 외부의 병원 한번 나가기 힘든 군인들의 경우도 '인내'와 '개근'만을 강조하는 '전근대적 사고'에 짓눌린 탓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학생의 경우, 출결석을 엄격하게 평가하는 것 자체가 문제일까? 그런 고민도 있지만, 출결석만큼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 방법도 없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아무튼, 출결석의 평가 문제와 성적 부여의 문제는 내게는 엄청난 고민거리고 스트레스다. '생리통'으로 인한 결석을 '병결'이 아닌 '공결'로 처리하기로 한, 교육부 방침에는 지지를 보낸다. 다만, 대학의 경우에는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아마도 공식적인 '지침'을 기대하기는 힘들 듯 싶다.

여러분들이 학생이라면 어떻게 요구할 것이고, 또 교수라면 어떻게 평가하고 싶나요?
by 갈림 | 2006/01/17 21:00 | 談話 ::: 기고/생각들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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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초록불 at 2006/01/17 22:59
저는 출결이 엄격하기로 유명한 서강대 출신입니다. 다행히 학교 다니면서 아파서 결석한 적은 없습니다. 제 친구는 맹장수술을 받고도 시험을 치러 나왔습니다. (사실은 우리 모두 놀라고 말았죠.)

저는 사학과 출신이라 매년 답사를 갔습니다. 이것이 학과의 당연한 행사인줄 안 저는 사전에 답사때문에 빠지는 과목의 선생님들을 찾아가 사정을 이야기하고 말하자면 공결(이 용어는 이번에 알았습니다.)을 요청했습니다. 일언지하에 거절 당했지요. 처음에는 참 당황했습니다. 선생님들은 쌀쌀맞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자네 과의 행사 때문에 왜 내 과목의 권리가 침해받아야 하는가?"
Commented by 초록불 at 2006/01/17 22:59
제가 교생 실습 나갔을 때에는 우리 과 교수님들한테도 그런 식의 말을 들었습니다. 하필 그 기간에 시험을 쳐서 시험이 걸린 과목마다 선생님을 찾아가 사정을 했습니다. 대부분 선생님들이 리포트로 대체하겠다는 것을 인정해 주셨는데 정작 사학과 선생님이 안된다고 하시는 겁니다.

"자네가 장차 직업을 갖는데 유리해지기 위해 다른 학생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네. 리포트로 대체하면 다른 학생과 비교해 성적을 떨어뜨리도록 하겠네."

제 경험은 이렇습니다. 억울해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장학금 받으며 학교 다녔습니다...^^;;
Commented by 갈림 at 2006/01/17 23:29
초록불/ 초록불님, 저랑 동문이셨군요. 하핫 ^^;;
아마도 저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지금의 학생들이 더 당혹스러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요즘 서강대 학생들도 크게 다른 것 같지는 않더군요.
Commented by 바람나무 at 2006/01/17 23:29
학기초마다 여학생들한테 생리주기를 적어 제출하라고 해야하나? ㅋㅋ
건 그렇고, 초록불님은 매우 훌륭한 은사님께 배웠군요.
저도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은데... 포스가 부족한지, 기준이 없는 건지..ㅡ.ㅡ
Commented at 2006/01/18 04:3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갈림 at 2006/01/18 09:01
바람나무/ 암튼, 꽤 어렵고 복합적인 문제인듯. ㅡㅡ;;;

비공개/ 토닥토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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