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2월 02일
[단상] '똑똑', 혹은 '자유/자율'에 대한 단상
연말이 다가오면 술자리는 잦아지는 법. 이번 겨울, 내게 닥친 '관문'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술자리가 있겠지 싶다. 친구들과 늦게까지 술을 마시다보면, 수년전부터 십수년전 이야기까지 '안주거리'가 되기 마련인데, 얼마전엔 '심야영업제한'이 있을 시절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얘기를 하다보니, 불과(?) 십년전과 지금의 '밤시간' 세태가 천지차이였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물론, 통금이 있던 시절이나 등화관제훈련이 있던 시절의 어렴풋한 기억까지 얘기하자면, 너무 칙칙하고 고리타분한 얘기가 될 듯 싶다.)
대학 초년생 시절이던 10년쯤 전. 그때 당시 술집은 자정까지만 영업을 하게 되어 있었다. 술도 파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당시 기억을 떠올려보면, 11시 넘어서 들어오는 손님은 웬만하면 돌려보냈고, 11시반을 넘으면 손님들 테이블에 가서 돌아가셔야 할 시간이 되었음을 알려주기도 했다. 자정까지의 영업 제한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던 시절이라, 술이 많이 취한 손님들만 아니면 큰 문제는 없었다.
내가 술을 마시는 입장일 경우, 당시 지하철 막차 시간에 맞추어 대략 11시 이전에 자리를 떴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그렇지 않을 경우의 방법은 크게 두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친구의 하숙집이나 자취방으로 찾아가는 방법. 또 하나는 자정 넘어 몰래 영업하는 술집을 찾아가는 방법이었다.
당시 학교 근처에는 일명 '똑똑'이라는 이름의 '실내포장마차' 술집이 있었다. 물론 본래 상호는 그게 아니었는데, 밤 12시 넘어 잠겨진 출입문을 '똑똑' 두드리면 주인 아주머니가 살짝 문을 열어주고 영업을 한다는 의미에서 그런 이름으로 불리곤 했다. 그밖에도 몇몇 술집들이 12시 넘어까지 손님을 몰래 받고 '불법영업'을 했다. 하지만 대개는 12시 이전에 술자리가 끝났고, 12시 넘어까지 술을 먹는 일은 MT를 가서나 맘 편히 이루어지곤 하는, 드문 일이었다. 아니면 크리스마스 이브나 12월 31일과 같은 '특별한 날'에 '특별히' 영업 제한이 풀린 것을 적극 활용하는 수밖에 없었다.
94년도쯤이었던가. 대전에서 엑스포가 열릴 무렵으로 기억하는데, 정부에서는 '관광특구'라고 하여 일부 지역에 한하여 자정을 넘어서까지 술집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었었다. 아마도 서울 이태원, 대전 유성, 부산 해운대 정도가 해당 지역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언제부터 전면적으로 영업제한이 풀리고 자율화가 되었는지 정확한 시점이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96년 무렵이 아니었던가 싶기는 한데, 정확한 기억은 아닐 수 있다. 노래방의 경우는 더 나중에 '자정 이후 영업'이 가능해진 것으로 기억한다. 노래방 업주들이 '자정 이후에 술집은 영업 허락하면서, 술깨려 노래방을 찾는 취객을 돌려보내야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을 펴면서 시위를 했다는 뉴스를 본 기억도 있다.
만일 지금, 자정 이후에 통행을 금지한다던가, 자정 이후 술을 파는 영업 행위를 못하게 한다던가 하는 조치를 펴겠다고 한다면 누가 수긍을 할 수 있을까. '내수소비 촉진'이 경제적 과제가 된 지금, 심야 영업 제한 조치나 심야 통금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그런 조치가 내려진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당장 '생계'를 위협받는 처지가 될 것이므로, 목숨을 건 반발은 눈에 보일듯 선하다.
무언가를 '제한'한다는 것에 대하여 '반발'을 하고 '저항'을 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이미 확보한 '자유'를 다시 빼앗는다는 것은 더욱 쉽지 않을 것이며, 혹시 빼앗기게 된다면 그 고통은 극심하기 마련이다. 그래서(그렇다면?), 지금 누리고 있는 '자유'란 것은 참 소중한 것이다. 그런데 근간 '자유'란 개념이 우익들의 전유물이 된 것은 왜일까.
'자유'는 누군가로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님에도 우리는 '누군가에게 빼앗겼던 자유를 조금씩 돌려받은 기억'만을 갖고 있을 뿐이다. 중고등학교 시절의 두발, 대학 시절의 집안 통금 시간, 그리고 또 그밖의 무엇. '권력'을 가진 자로부터의 제한이 조금씩 풀려날 때, 우리는 그것이 '자유'라고 느껴왔다. 아직도 수많은 '고3'들이 수능이 끝나면, 대학에 가면, '자유'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 착각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게 볼 때, 적어도 우리가 통용하는 '자유'란 개념은 '(누군가로부터) 양보된 구속'의 다른 이름이며, 일종의 '기소유예' 처분과도 같은 것이었을지 모르겠다.
지난 주 영국에서, 아니 정확히는 잉글랜드와 웨일즈 지방에서, '밤 11시까지로 제한되어 있던 술집의 영업 시간'이 일부 자율화되었다고 한다. 소위 펍(PUB)이라 불리는 영국식 술집에서는 밤 11시까지는 주문을 받게 제한되어 있었고, 대부분의 술집들이 11시반이면 영업을 마감해왔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 주 목요일부터는, 사전에 허가받은 술집의 경우 '영업시간 제한 조치'를 적용받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심야 영업 제한' 조치로 인해 11시 이전에 '폭음'을 하는 문화가 만연해 있었고, 밤 11시쯤이면 거리로 동시에 쏟아져 나온 취객들 사이에 각종 시비와 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상황이 오히려 이번 '자율화' 조치로 나아지지 않을까하는 기대감도 있다고 한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일단은 지난 주말, 축구 경기가 있는 날 밤, 축구팬들 사이의 '시비'는 다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는 한다. 11시 무렵에 거리에 한꺼번에 쏟아져나올 필요가 없었기 때문일거라는 분석이다.
그런데, 영국에서 11시 영업 시간 제한이 생긴 것은 사실 1차 세계 대전 때부터였단다. 당시 군수물자를 생산해야하는 노동자들이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지 못하도록 '제한'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었다는 얘기다.
모든 '구속'과 '제약'에는 근원이 있다. 그것을 '자유' 혹은 '자율화'란 이름으로 살짝 양보해주는 때, 그때에도 '경제적 심층'은 작동한다.
진짜 '자유'란 뭘까? 혹은 '자율'은?
p.s. 물론, 영국 현지에서 이 조치를 제일 반기고 있는 사람들은 바로 '한인'들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 '한국인'들조차도 그런 '자유(?)'를 누린지 불과 10년도 채 안된 일이라는 게 새삼 놀랍다.
p.p.s. 쓸 데 없는 좌충우돌 단상을 이어간 것은, 내가 지금 급히 써야할 '논문'이 하나 있기 때문이다. OTL
대학 초년생 시절이던 10년쯤 전. 그때 당시 술집은 자정까지만 영업을 하게 되어 있었다. 술도 파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당시 기억을 떠올려보면, 11시 넘어서 들어오는 손님은 웬만하면 돌려보냈고, 11시반을 넘으면 손님들 테이블에 가서 돌아가셔야 할 시간이 되었음을 알려주기도 했다. 자정까지의 영업 제한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던 시절이라, 술이 많이 취한 손님들만 아니면 큰 문제는 없었다.
내가 술을 마시는 입장일 경우, 당시 지하철 막차 시간에 맞추어 대략 11시 이전에 자리를 떴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그렇지 않을 경우의 방법은 크게 두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친구의 하숙집이나 자취방으로 찾아가는 방법. 또 하나는 자정 넘어 몰래 영업하는 술집을 찾아가는 방법이었다.
당시 학교 근처에는 일명 '똑똑'이라는 이름의 '실내포장마차' 술집이 있었다. 물론 본래 상호는 그게 아니었는데, 밤 12시 넘어 잠겨진 출입문을 '똑똑' 두드리면 주인 아주머니가 살짝 문을 열어주고 영업을 한다는 의미에서 그런 이름으로 불리곤 했다. 그밖에도 몇몇 술집들이 12시 넘어까지 손님을 몰래 받고 '불법영업'을 했다. 하지만 대개는 12시 이전에 술자리가 끝났고, 12시 넘어까지 술을 먹는 일은 MT를 가서나 맘 편히 이루어지곤 하는, 드문 일이었다. 아니면 크리스마스 이브나 12월 31일과 같은 '특별한 날'에 '특별히' 영업 제한이 풀린 것을 적극 활용하는 수밖에 없었다.
94년도쯤이었던가. 대전에서 엑스포가 열릴 무렵으로 기억하는데, 정부에서는 '관광특구'라고 하여 일부 지역에 한하여 자정을 넘어서까지 술집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었었다. 아마도 서울 이태원, 대전 유성, 부산 해운대 정도가 해당 지역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언제부터 전면적으로 영업제한이 풀리고 자율화가 되었는지 정확한 시점이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96년 무렵이 아니었던가 싶기는 한데, 정확한 기억은 아닐 수 있다. 노래방의 경우는 더 나중에 '자정 이후 영업'이 가능해진 것으로 기억한다. 노래방 업주들이 '자정 이후에 술집은 영업 허락하면서, 술깨려 노래방을 찾는 취객을 돌려보내야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을 펴면서 시위를 했다는 뉴스를 본 기억도 있다.
만일 지금, 자정 이후에 통행을 금지한다던가, 자정 이후 술을 파는 영업 행위를 못하게 한다던가 하는 조치를 펴겠다고 한다면 누가 수긍을 할 수 있을까. '내수소비 촉진'이 경제적 과제가 된 지금, 심야 영업 제한 조치나 심야 통금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그런 조치가 내려진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당장 '생계'를 위협받는 처지가 될 것이므로, 목숨을 건 반발은 눈에 보일듯 선하다.
무언가를 '제한'한다는 것에 대하여 '반발'을 하고 '저항'을 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이미 확보한 '자유'를 다시 빼앗는다는 것은 더욱 쉽지 않을 것이며, 혹시 빼앗기게 된다면 그 고통은 극심하기 마련이다. 그래서(그렇다면?), 지금 누리고 있는 '자유'란 것은 참 소중한 것이다. 그런데 근간 '자유'란 개념이 우익들의 전유물이 된 것은 왜일까.
'자유'는 누군가로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님에도 우리는 '누군가에게 빼앗겼던 자유를 조금씩 돌려받은 기억'만을 갖고 있을 뿐이다. 중고등학교 시절의 두발, 대학 시절의 집안 통금 시간, 그리고 또 그밖의 무엇. '권력'을 가진 자로부터의 제한이 조금씩 풀려날 때, 우리는 그것이 '자유'라고 느껴왔다. 아직도 수많은 '고3'들이 수능이 끝나면, 대학에 가면, '자유'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 착각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게 볼 때, 적어도 우리가 통용하는 '자유'란 개념은 '(누군가로부터) 양보된 구속'의 다른 이름이며, 일종의 '기소유예' 처분과도 같은 것이었을지 모르겠다.
지난 주 영국에서, 아니 정확히는 잉글랜드와 웨일즈 지방에서, '밤 11시까지로 제한되어 있던 술집의 영업 시간'이 일부 자율화되었다고 한다. 소위 펍(PUB)이라 불리는 영국식 술집에서는 밤 11시까지는 주문을 받게 제한되어 있었고, 대부분의 술집들이 11시반이면 영업을 마감해왔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 주 목요일부터는, 사전에 허가받은 술집의 경우 '영업시간 제한 조치'를 적용받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심야 영업 제한' 조치로 인해 11시 이전에 '폭음'을 하는 문화가 만연해 있었고, 밤 11시쯤이면 거리로 동시에 쏟아져 나온 취객들 사이에 각종 시비와 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상황이 오히려 이번 '자율화' 조치로 나아지지 않을까하는 기대감도 있다고 한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일단은 지난 주말, 축구 경기가 있는 날 밤, 축구팬들 사이의 '시비'는 다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는 한다. 11시 무렵에 거리에 한꺼번에 쏟아져나올 필요가 없었기 때문일거라는 분석이다.
그런데, 영국에서 11시 영업 시간 제한이 생긴 것은 사실 1차 세계 대전 때부터였단다. 당시 군수물자를 생산해야하는 노동자들이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지 못하도록 '제한'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었다는 얘기다.
모든 '구속'과 '제약'에는 근원이 있다. 그것을 '자유' 혹은 '자율화'란 이름으로 살짝 양보해주는 때, 그때에도 '경제적 심층'은 작동한다.
진짜 '자유'란 뭘까? 혹은 '자율'은?
p.s. 물론, 영국 현지에서 이 조치를 제일 반기고 있는 사람들은 바로 '한인'들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 '한국인'들조차도 그런 '자유(?)'를 누린지 불과 10년도 채 안된 일이라는 게 새삼 놀랍다.
p.p.s. 쓸 데 없는 좌충우돌 단상을 이어간 것은, 내가 지금 급히 써야할 '논문'이 하나 있기 때문이다. OTL
# by | 2005/12/02 20:09 | 談話 ::: 기고/생각들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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