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1월 02일
[생각] 문제는 세금이다
미리 언급하고 들어가자. 난 지난 대선때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었으나, 지금의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지는 않는다. 지지율 20%도 안되는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게 특별할 것도 없고, 소위 '노빠사이트'들에서 대략 3년 동안 줄창 이어져온 '지지철회' 퍼포먼스들을 흉내내고 싶어 언급한 것도 아니다. 어차피 2002년 대선의 '노무현 후보'가 당시의 시대정신에 맞는 후보였다고 생각했던 것일 뿐이라고 둘러대면 그만이다. 어찌되었건, 그냥 그렇다는 것이다.
엊그제 노무현 대통령은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북악산 산행을 마친 후 오찬을 함께하는 자리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내뱉었다. "제발 입만 다물고 있어주면 좋겠다"는 원성을 듣고 있는 대통령, 그의 말 한마디는 또다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번엔 "내년 초 나의 진로를 밝히겠다"는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탈당, 하야, 개헌 등 추측도 난무한다. 그 취지야 무엇이든간에, 대통령이 "개인의 진로"를 밝힌 것도 아니고, 언제쯤 밝히겠다고 말한 것은 적절한 언행으로 보기 어렵다. 근데, 뭐 그야 어쨌든, 내 관심은 그 말에 있지 않았다.
이날 노무현 대통령은 캐나다의 '멀루니' 수상 얘기를 꺼냈다.
* 관련참조기사 : 오마이뉴스 기사
1988년 총선에서 169석을 얻어 집권한 그는 전 업종에 부가세를 부과하는 '연방부가세' 법안을 도입하였고, 그 결과 민심을 잃게 되어 다음 총선 때 2석만 남는 엄청난 '몰락'을 경험하였다. '연방부가세' 폐지를 공약으로 정권을 되찾은 자유당은, 결국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연방부가세'를 유지하였다. 노 대통령은 이런 사례에서, 야당과 국민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또 여당의 붕괴를 가져오게 되었음에도, 멀루니 수상의 '연방부가세' 도입은 옳은 선택이었고, 그 결과 캐나다는 경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노 대통령의 해석이 옳은 것인지는 판단을 유보한다. 노 대통령이 그저 여야와 국민들 모두로부터 소외당했으나, 결국 소신을 갖고 정책을 추진한 사례로서 '멀루니'를 떠올렸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바로 그 사례가 보여주고 있는, '세금 정책(혹은 공약)'이라는 것이 얼마나 국민들을 현혹할 수 있는가 하는 지점이다.
이미 몇차례 지인들과의 오프라인 대화에서도 언급한 바 있었지만, 괜시리 단언적으로 예언하자면, 2007년 대선(내년 지방선거 이후의 주요 선거)의 핵심 쟁점은 "세금 문제"가 될 것이라 보인다.
우리 나라 정치 지형도에서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기준은 일반적인 정치 기준과 상당히 달랐었다. 그 기준은 그저 '북한에 대한 입장'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앞으로도 그러리라 보이지는 않는다. (미래연합 대표 시절부터 박근혜 대표가 북한과의 대화에 비교적 적극적이었던 탓도 크다. 이명박 시장도 '현대맨' 출신으로 대북사업에 소극적일 이유가 전혀 없다.) 이제부터는 서구의 일반적 잣대가 중요시되리라고 보인다. '낙태'에 대한 입장, '관세제도'에 대한 입장 등도 중요시되겠지만, 이유 모를-사실은 알만한- 순결주의 윤리와 내셔널리즘 덕분에 그런 문제에 대한 입장이 금방 크게 대두될 듯 싶지는 않다. 이에 반해 '세금' 정책에 대한 입장은 아마도 정치적 포지션을 결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근거가 되리라 본다. 알다시피, 일반론적으로 '감세'는 전세계 보수주의자들의 단골 레퍼토리다.
한나라당은 이미 오래전부터 '감세' 정책을 주장을 해왔다. 경제계의 일관된 주장이기도 했고, 강남권으로 대표되는 부동산 부자들은 어깨춤추며 환영할만한 것이 바로 '감세 정책'이다. 아시다시피 현 정부의 일관된 주장(국정브리핑 보도자료)은 '감세 불가'다.
IMF 이후 김대중 정권이 택한 경제회복책은 '부동산 경기 살리기'와 '신용카드를 통한 내수 진작'이었다. 그 결과는 알다시피 엄청난 후유증을 낳았다.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은 '적자 재정'을 통한 경기 회복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현 정부는 늘 '세수 부족'을 호소한다. 감세는 커녕, 세금 인상을 추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백지화되긴 했지만, 여당에서도 강력히 반대했던 '소주세 인상'까지 추진한 것도 고육지책이었다고 볼 수 있다.
현 정권에 다수의 국민들이 등을 돌리고 있는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도 '최근 수년간 전방위적으로 일어난 증세(增稅)' 탓이라고 보인다.
물론, 세금 인상이나 세수 확대만이 대안이 아니라,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야한다는 지적이 많다. 현 정부에 비판적인 사람들일수록, 불필요한 지출의 대표적 사례로 드는 것이 '행정수도 이전 추진'과 '대북 퍼주기'다. 그것만 안해도 세금을 아낄 수 있고, 감세도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은근히 '조세저항' 운동을 부추겨, 현 정권에 타격을 주고자하는 의도도 다분하다.
그러나 '청계천'의 예에서 보듯, 선거가 다가올수록 정치권의 속성은 '일단 질러보기'에 가깝지 '호주머니 닫기'에 가까워질 리가 없다. 결국, 2007년 대선은 "감세가 불가능함을 알면서도 '감세정책'을 내세워 국민들의 호응을 얻고자" 하는 야당 측과 "잇달은 세금인상이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음을 알면서도 '감세정책'을 내세울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진 여당 측의 싸움이 될 공산이 크다.
물론, 캐나다의 예에서 보듯, 부유층이나 서민들이나 '감세 정책'은 환영받기 마련이다. '감세'에 반대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해야하는 것은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진보주의자' 밖에 없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 사회의 얼치기 진보주의자들이 그런 주장을 대놓고 할 수 있으리라 보이지는 않는다. '불필요한 지출 감소가 선행되어야한다'는 '교과서'만 읊을 가능성이 명약관화하다.
자, 당신은 '조세' 제도에 대해, 당신의 이해(利害) 관계를 떠나, 정치적으로 올바르고 경제적으로 정당한 태도를 취할 준비가 되어있는가.
엊그제 노무현 대통령은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북악산 산행을 마친 후 오찬을 함께하는 자리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내뱉었다. "제발 입만 다물고 있어주면 좋겠다"는 원성을 듣고 있는 대통령, 그의 말 한마디는 또다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번엔 "내년 초 나의 진로를 밝히겠다"는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탈당, 하야, 개헌 등 추측도 난무한다. 그 취지야 무엇이든간에, 대통령이 "개인의 진로"를 밝힌 것도 아니고, 언제쯤 밝히겠다고 말한 것은 적절한 언행으로 보기 어렵다. 근데, 뭐 그야 어쨌든, 내 관심은 그 말에 있지 않았다.
이날 노무현 대통령은 캐나다의 '멀루니' 수상 얘기를 꺼냈다.
* 관련참조기사 : 오마이뉴스 기사
1988년 총선에서 169석을 얻어 집권한 그는 전 업종에 부가세를 부과하는 '연방부가세' 법안을 도입하였고, 그 결과 민심을 잃게 되어 다음 총선 때 2석만 남는 엄청난 '몰락'을 경험하였다. '연방부가세' 폐지를 공약으로 정권을 되찾은 자유당은, 결국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연방부가세'를 유지하였다. 노 대통령은 이런 사례에서, 야당과 국민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또 여당의 붕괴를 가져오게 되었음에도, 멀루니 수상의 '연방부가세' 도입은 옳은 선택이었고, 그 결과 캐나다는 경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노 대통령의 해석이 옳은 것인지는 판단을 유보한다. 노 대통령이 그저 여야와 국민들 모두로부터 소외당했으나, 결국 소신을 갖고 정책을 추진한 사례로서 '멀루니'를 떠올렸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바로 그 사례가 보여주고 있는, '세금 정책(혹은 공약)'이라는 것이 얼마나 국민들을 현혹할 수 있는가 하는 지점이다.
이미 몇차례 지인들과의 오프라인 대화에서도 언급한 바 있었지만, 괜시리 단언적으로 예언하자면, 2007년 대선(내년 지방선거 이후의 주요 선거)의 핵심 쟁점은 "세금 문제"가 될 것이라 보인다.
우리 나라 정치 지형도에서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기준은 일반적인 정치 기준과 상당히 달랐었다. 그 기준은 그저 '북한에 대한 입장'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앞으로도 그러리라 보이지는 않는다. (미래연합 대표 시절부터 박근혜 대표가 북한과의 대화에 비교적 적극적이었던 탓도 크다. 이명박 시장도 '현대맨' 출신으로 대북사업에 소극적일 이유가 전혀 없다.) 이제부터는 서구의 일반적 잣대가 중요시되리라고 보인다. '낙태'에 대한 입장, '관세제도'에 대한 입장 등도 중요시되겠지만, 이유 모를-사실은 알만한- 순결주의 윤리와 내셔널리즘 덕분에 그런 문제에 대한 입장이 금방 크게 대두될 듯 싶지는 않다. 이에 반해 '세금' 정책에 대한 입장은 아마도 정치적 포지션을 결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근거가 되리라 본다. 알다시피, 일반론적으로 '감세'는 전세계 보수주의자들의 단골 레퍼토리다.
한나라당은 이미 오래전부터 '감세' 정책을 주장을 해왔다. 경제계의 일관된 주장이기도 했고, 강남권으로 대표되는 부동산 부자들은 어깨춤추며 환영할만한 것이 바로 '감세 정책'이다. 아시다시피 현 정부의 일관된 주장(국정브리핑 보도자료)은 '감세 불가'다.
IMF 이후 김대중 정권이 택한 경제회복책은 '부동산 경기 살리기'와 '신용카드를 통한 내수 진작'이었다. 그 결과는 알다시피 엄청난 후유증을 낳았다.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은 '적자 재정'을 통한 경기 회복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현 정부는 늘 '세수 부족'을 호소한다. 감세는 커녕, 세금 인상을 추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백지화되긴 했지만, 여당에서도 강력히 반대했던 '소주세 인상'까지 추진한 것도 고육지책이었다고 볼 수 있다.
현 정권에 다수의 국민들이 등을 돌리고 있는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도 '최근 수년간 전방위적으로 일어난 증세(增稅)' 탓이라고 보인다.
물론, 세금 인상이나 세수 확대만이 대안이 아니라,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야한다는 지적이 많다. 현 정부에 비판적인 사람들일수록, 불필요한 지출의 대표적 사례로 드는 것이 '행정수도 이전 추진'과 '대북 퍼주기'다. 그것만 안해도 세금을 아낄 수 있고, 감세도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은근히 '조세저항' 운동을 부추겨, 현 정권에 타격을 주고자하는 의도도 다분하다.
그러나 '청계천'의 예에서 보듯, 선거가 다가올수록 정치권의 속성은 '일단 질러보기'에 가깝지 '호주머니 닫기'에 가까워질 리가 없다. 결국, 2007년 대선은 "감세가 불가능함을 알면서도 '감세정책'을 내세워 국민들의 호응을 얻고자" 하는 야당 측과 "잇달은 세금인상이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음을 알면서도 '감세정책'을 내세울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진 여당 측의 싸움이 될 공산이 크다.
물론, 캐나다의 예에서 보듯, 부유층이나 서민들이나 '감세 정책'은 환영받기 마련이다. '감세'에 반대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해야하는 것은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진보주의자' 밖에 없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 사회의 얼치기 진보주의자들이 그런 주장을 대놓고 할 수 있으리라 보이지는 않는다. '불필요한 지출 감소가 선행되어야한다'는 '교과서'만 읊을 가능성이 명약관화하다.
자, 당신은 '조세' 제도에 대해, 당신의 이해(利害) 관계를 떠나, 정치적으로 올바르고 경제적으로 정당한 태도를 취할 준비가 되어있는가.

# by | 2005/11/02 14:30 | 談話 ::: 기고/생각들 | 트랙백 | 덧글(6)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