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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고지순한 사랑. 이처럼 진부한 테마가 또 있을까요. 하지만, 그처럼 사람들 마음 깊이 간직되고 반복되는 테마가 또 있을까요.
지고지순한 사랑이 돋보이기 위해서는 그것을 방해하는 장벽이 필요합니다. 그 장벽은 높고 튼튼할수록 좋지요. 우리에게 있어 <춘향전>, 그리고 서양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그런 테마를 극적으로 표현한 대표적인 '이야기'지요. 게다가 그것이 '허구'가 아니라 '사실'에 기반한 이야기라면, 그 이야기가 주는 감동은 두배가 되겠지요. ![]() 한 남자의 이름은 석중(황정민 분). 지금은 젖소 한마리에 돼지 몇마리를 키울 뿐이지만, 커다란 목장에 과수원까지 경영할 꿈을 갖고 있는, 소박하지만 꿈많은 농촌 청년입니다. 한 여자의 이름은 은하(전도연 분). 다방에서 커피 배달하며, 단란주점에서 술시중들며, 때로는 몸도 파는 그런 여인입니다. 그들은 철도 건널목 앞에서 처음 마주칩니다. 그때 은하는 AIDS를 비롯한 성질환 검진을 받으러 보건소로 향하는 중이었지요. 그런 은하의 모습에 석중은 한 눈에 반해버립니다. 결혼 상대자를 만나기 위해 베트남인지 필리핀인지까지 다녀왔었지만, 자신의 마음에 드는 '짝'은 분명히 따로 존재할 거라 믿는 청년이었지요. 심은하처럼 예쁜 아가씨 말이지요. 영화의 전반부는 석중이, 자신이 만난 가장 아름다운 아가씨 '은하'에게 진실되게 '구애'를 하는 내용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아마도, 은하 역시 심은하를 좋아했었나 봅니다. 자신의 본명인 '옥분'이 대신 택한 가명이 '은하'였으니까요. (이하 영화 줄거리 다량 함유, 하지만 별로 상관 없을 듯. 예고편에도 다 나오는 스토리임.) 영화의 중반부, 석중은 드디어 그 소망을 이룹니다. 다소 비릴 것 같은 '첫 우유'의 순수함을 은하가 받아주는 순간은 다소 유치한 듯한 석중의 '첫 사랑'을 은하가 이해하는 순간입니다. 은하를 마땅치 않게 생각하던 어머니도 주변의 험담에 아랑곳하지 않고 며느리 편을 들어주기 시작합니다. 어머니를 효도관광 보내드리고 나서, 둘은 아름답고 다정한 사랑을 꾸며갑니다. ![]() ![]() 그리고는, 모두가 예상할 수 있는 스토리가 이어집니다. 주변에선 은하를 잊으라고 하지만, 석중은 은하를 잊지 못해 괴로워합니다. 은하는 AIDS 보균자로서 사창가 생활을 하다가 경찰에 체포되어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됩니다. 그제서야 석중은 은하를 다시 만날 수 있게 됩니다. ![]() 그럼에도 이 영화는 상당한 '힘'이 있습니다. 그게 어떤 힘이냐하면, 극적 긴장감을 떨어뜨리지 않은 채, 그리고 집중력을 잃지 않고 영화를 끌고 가는 '힘' 말입니다. 물론, 후반부로 넘어가는 즈음에 다소 쳐지는 듯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의 하일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면회 장면'을 위한 '숨고르기'라고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듯 싶습니다. 사실, 이미 극장판 예고편에서도 상당히 많이 공개된 '면회 씬'은 '눈물샘'을 자극할 의도가 너무나 노골적이어서 별로 기대가 되진 않았습니다만, 두 배우의 연기는 그 모든 것을 극복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특히 처음에 설레여하다가, 조금씩 실망한 기색을 드러내는 전도연씨의 연기는 '대단'합니다. (사실, 이 영화와 관련된 전도연씨의 인터뷰를 보노라면, 과연 정말 '연기'였을 뿐인가 싶은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만…….) 사실 이 영화의 '힘'의 대부분은 배우들의 연기에서 나옵니다. 전도연, 황정민, 그리고 어머니 역의 나문희. 이 세 배우의 연기는 누가 더 나았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감탄을 자아냅니다. 황정민씨의 연기는 <와이키키 브라더스>에서, <바람난 가족>에서, <달콤한 인생>에서, 각각 정말 그 상황 속의, 그 캐릭터가 튀어나온 듯한 느낌을 주었었는데, 이번 영화에서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습니다. (<여자, 정혜>를 아직 못 보았네요.) '특별출연' 형식이었던 <달콤한 인생>으로 '조연상'을 받은 그이지만, 이 영화로 '주연상'을 거머쥔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을 듯 합니다. 황정민, 정말 앞으로 기대가 되는 배웁니다. 다만, <천군>이나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과 같은 영화로 에너지를 '낭비'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싸이더스HQ 소속인데, 가능한 바람일까?) 이 영화의 원작이 된 '실화'의 '진실'은 알지 못합니다. 2002년 월드컵 무렵, 당시 황색 언론들의 보도를 믿자면, 영화 속 '은하'는 '현실'에서는 '석중'을 만나기 전에 이미 아이도 있었고, AIDS 감염 사실도 알고 있었으며, 그 사실을 알고도 다시 사창가로 돌아가서 영업을 하였답니다. 그럼에도 '석중'은 '은하'와 같이 살기를 희망하고 있었구요. 무엇이 진실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이 영화 속에서 백종학씨가 맡은 '김기자' 역할은 흥미롭습니다. 이 영화의 감독인 박진표 감독의 전업(前業)이 <그것이 알고 싶다>, <사건과 사람들>과 같은 르뽀 형식 프로그램의 PD 였는데, '김기자'를 비롯하여 '석중'과 '은하'의 뒤를 쫓는 언론들에 대한 이 영화의 시각은 아주 냉소적이니까요. 이 영화의 진정한 매력은 과장하지 않고, 오버하지 않고, 진솔하게 이들의 사랑을 그려낸 데에 있습니다. 눈물을 자아내게 하는 부분도 '면회씬' 한 장면으로 나름대로 절제하였을 뿐만 아니라, AIDS에 대한 세상의 잘못된 편견도 억지스럽지 않게 살짝 '교정'해주고 있으면서도 대중을 가르치려들지 않았습니다. 박진표 감독이 전작 <죽어도 좋아>에 이어, 앞으로도 계속 '사랑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했는데요, 그가 그저 '이슈메이커'가 되는데 만족하지 말고, 세상의 수많은 편견과 장애물들을 하나하나 넘어서는 '사랑 이야기'를 앞으로 꾸준히 만들어주길 기대해봅니다. 전도연씨는 이 영화를 찍으면서, '은하'가 부러웠다고 말하기도 했었는데요, 혹시 당신은, 그런 그들의 '사랑'이 부럽지는 않으신지요, '진정'? p.s. <친절한 금자씨>의 마녀역 '고수희'씨가 은하가 일하는 다방 마담으로, 금자의 도우미 우소영 역을 맡은 '김부선'씨는 석중의 마을 식당 여인으로 등장합니다. 여자 감옥 씬도 있고요. 물론 <금자씨>와는 별 관계 없는 영화지요. p.p.s. 전도연씨의 연기는 참 훌륭했습니다. 감독이 '전도연 아니면 안된다'고 했던 게 당연해 보일 정돕니다. 그럼에도, 하도 전도연씨의 '성대모사'를 많이 보아왔기 때문일까요. 전도연씨가 콧소리 넣어서 대사할 때마다, 전도연씨의 연기가 아니라, 누군가 '성대모사'한 연기 같아 보여서 혼자 웃곤 했습니다. 이런.... ㅡㅡ; 별점 : ★★★☆ [추가] 여수 에이즈 사건과 <너는내운명>에 관한 최근 기사 링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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