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내륙여행/0821] 부석사

"어젯밤에 잠이 안 와서 집에 있는 자료 중에 이것저것 찾아보긴 했는데…… 내가 찾은 자료라는 게 말이죠. 영주시 부석면 북지리에 있다. 소수서원 앞에 오른쪽 부석사로 난 931번 지방도로를 따라 10.4킬로미터 가면 부석면 소재지인 소천리 사거리가 나온다. 소천리 사거리에서 앞으로 계속 난 935번 지방도로로 3.2킬로미터 가면 부석사 주차장에 닿는다. 주차장에서 부석사까지는 걸어가야 한다…… 이런 식이라서. 도움이 안되죠?"
책을 읽듯이 또박또박 말하는 남자를 그녀는 잠깐 쳐다본다. 931번 지방도로, 10.4킬로키터, 935번 지방도로, 3.2킬로미터…… 어떻게 숫자들을 저렇게 외우고 있는지.
"부석(浮石)은 무량수전 뒤에 있다는군요. 정말로 돌이 떠 있는지…… 실과 바늘이 드나들 만큼 두 개의 부석 사이가 떠 있다는데."
"가서 확인해보죠."
"실하고 바늘 가져왔어요?"
말해놓고 남자는 얼굴을 손바닥으로 문지른다.
(신경숙 「부석사」 中)

여행 둘째날, 오래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절, 경북 영주의 '부석사'와 경북 봉화 '청량사'를 가기로 했습니다. 부석사는 그 아름다움으로 이미 널리 알려진 절이었지만, 아직 가보질 못했었어요. 부석사로 향하는 마음이 괜히 설렜습니다. 아침 일찍 새파랗던 하늘이 다시 구름이 잔뜩 낀 날씨가 되어 아쉽긴 했지만, 설레는 맘으로 부석사로 향했습니다. 아침부터 장애인 문화체험단과 해병대 전우회가 단체로 관광을 왔는지, 부석사 앞은 북적댔습니다. 그들 단체 여행객이 빠져나가고 나니, 조금은 한적한 부석사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안양문을 통하여 바라보이는 부석사 석등과 무량수전.
국보 17호 부석사 석등과 국보 18호 무량수전.
건축에 문외한이 보더라도 목조건물 무량수전의 아름다움은 마음 깊게 느낄 수 있다.
무량수전 뒷편 틈새로 바라보이는 국보 45호 소조여래좌상.
무량수전 왼편의 석불상들.
보물 249호 부석사 삼층석탑. 아래로 보이는 건 무량수전.
국보 19호 조사당(祖師堂).

소백산 기슭 부석사의 한낮, 스님도 마을 사람도 인기척이 끊어진 마당에는 오색 낙엽이 그림처럼 깔려 초겨울 안개비에 촉촉히 젖고 있다. 무량수전, 안양문, 조사당, 응향각들이 마치 그리움에 지친 듯 해쓱한 얼굴로 나를 반기고, 호젓하고도 스산스러운 희한한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나는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사무치는 고마움으로 이 아름다움의 뜻을 몇 번이고 자문자답했다.…(중략)…
무량수전 앞 안양문에 올라앉아 먼 산을 바라보면 산 뒤에 또 산,그 뒤에 또 산마루,눈길이 가는 데까지 그림보다 더 곱게 겹쳐진 능선들이 모두 이 무량수전을 향해 마련된 듯싶어 진다.이 대자연 속에 이렇게 아늑하고도 눈맛이 시원한 시야를 터줄 줄 아는 한국인,높지도 얕지도 않은 이 자리를 점지해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한층 그윽하게 빛내 주고 부처님의 믿음을 더욱 숭엄한 아름다움으로 이끌어 줄 수 있었던 뛰어난 안목의 소유자,그 한국인,지금 우리의 머리 속에 빙빙 도는 그 큰 이름은 부석사의 창건주 의상대사이다.
(최순우 『부석사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 中)

부석사에서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멀리 보이는 태백산맥 자락들이지요. 겹겹이 둘러싼 병풍처럼 무량수전 앞으로 내려다보이는 저 산자락들을 바라보고 있자면 마음 속이 맑아지는 느낌입니다.
삼층석탑 쪽에서 바라본 풍경
무량수전 앞 안양루는 그 자체로 하나의 액자가 되어준다.


접사

by 갈림 | 2005/08/26 13:03 | 捕捉 ::: 순간/이미지들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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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seal at 2005/08/26 14:14
어라, 절밥 사진은???
Commented by 갈림 at 2005/08/26 14:44
seal/ 절밥은 안 먹었고, 사하촌 식당에서 먹었지.
그 사진은 따로.... 디오니소스 카테고리로...
Commented by bindoong at 2005/08/26 14:58
어라 그래서 돌이 정말로 떠 있었어? 그게 제일 궁금하다구
Commented by 갈림 at 2005/08/27 16:01
bindoong/ 무량수전 왼편의 석불상들 옆으로 '부석(浮石)'이 있는데, 그 사진이 없네... ㅡㅡ;
얼핏 보면 매우 평범한 돌무더기 같은데, 윗돌과 아랫돌 사이에 맞닿은 곳이 없다더라. 근데 사실을 확인하려면 정말 실을 연결해서 실험해야할 듯할 정도로 틈새가 거의 없다시피해서 실감은 잘 안나더라. 믿기 힘들었음.. ㅡㅡ;
Commented by b at 2005/08/28 02:45
전 겨울에 갔었는데 해지는 시간이랑 저녁예불시간이랑 겹쳐서 노을을 배경으로 북치는 장관을 구경했어요. 그것 때문에 또 가고 싶다는.
Commented by 갈림 at 2005/08/28 14:11
b/ 호오.. 좋은 구경 했구랴... 정말, 다른 계절에 다시 가봐도 좋을 것 같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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