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08월 14일
[리뷰] 박수칠 때 떠나라
여름 휴가철의 기대작들이 일주일 간격으로 개봉했습니다. 마지막 주자는 장진 감독의 '박수칠 때 떠나라'였습니다.
이 영화의 메인 카피를 보면, "살인에 관한 가장 화려한 수사"라는 문구가 있더군요. 이 영화의 시작은 한 '카피라이터'의 죽음으로 시작합니다. 그런 영화의 '카피'를 주의해서 보지 않을 수 없겠지요. 이 영화의 메인 카피는 "살인에 관한 가장 화려한 搜査"였을까요, 아니면 "살인에 관한 가장 화려한 修辭"였을까요.
유력한 용의자 김영훈(신하균 분)은 현장에서 검거됩니다.
이 장면, "지구를 지켜라"에서 본 장면 같지 않나요?
최근 신하균씨, 너무 소모적으로 연기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차기작도 '벙어리 킬러'라는 군요. "복.나.것"+"금자씨" 캐릭턴가요?
글쎄요, 제작사나 홍보사의 의도는 모르겠으나, 제 생각엔 이 영화는 '화려한 수사(修辭)' 쪽인 듯 합니다.
아시다시피, 하나의 스토리를 어떠한 수사(修辭)를 사용해서, 어떠한 목소리로 서술하는가는 현대 '이야기극' 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 이야기를 전달하는 '매체'가 무엇인가도 중요한 부분이지요.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주변 인물들에 대한 수사(搜査)가 벌어집니다. 이야기꾼은 이 상황에서, 재판 과정이 아니라, 검사의 수사 과정 하나하나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한정된 '시간'과 '공간' 안에서 이야기를 전달해야 하는 '연극'이라면 말이지요, 마치 방송국 세트처럼 살인 사건 현장과 수사가 벌어지는 현장과 꾸며놓고, 관객들에게 상황을 전달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법도 하지요. 박진감 넘치는 역동적인 화면 구성은 힘들테지만, 속도감 있는 스릴과 묘한 긴장감을 줄 수는 있을 겁니다. 검사의 취조 현장을 눈앞에서 보고 있지만, 집 안방에서 TV 보듯, 살인사건과 그 취조과정에 대해 '버라이어티 쇼' 보듯이 관객은 편안한 마음으로 볼 수 있을 겁니다. 물론, 그 편안함에 대한 배신이 뒤따르겠지만요. 아마 연극 <박수칠 때 떠나라>는 그런 발상에서 나온 작품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이 연극이 영화화되었습니다. 살인 사건이 벌어진 첫 장면부터, 연극 무대라기보다는 '드라마 세트' 같은 호텔의 모습을 조감하듯 카메라는 움직입니다. 그리곤 방송국 세트 안에 '수사 실황' 세트를 차려놓고, 용의자들에 대한 조사가 시작됩니다.
여기서부터 의문이 듭니다. 과연 '방송국의 수사 중계'라는 설정은 이 영화에서 어떤 의미를 지닐까. 영화 관객들은 연극의 관객들과 달리, <트루먼쇼>처럼 방송의 노골적인 상업성에 대한 풍자와 비판을 만끽할 준비를 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런 부분에 큰 관심은 없어보입니다. 왜냐하면요, 이 영화가 건드려야할 부분이 너무 많았으니까요.
다시 말하지만, 이 영화는 참 화려한 '수사(修辭)'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야말로 버라이어티 하지요. (이 영화의 세컨드 카피는 "버라이어티 리얼 수사극"입니다.)
앞서 말한 '사회 풍자'적 요소도 조금은 있어야 할테구요, 최연기 검사(차승원 분)의 '전설'의 기원도 밝혀주어야 하구요, 두 검사의 라이벌 버디 무비처럼도 보여야 합니다. 수사극인만큼 스릴러적 요소도 갖추고 있어야 하겠지요. 놀랄만한 반전은 당연히 필수 요소구요. 게다가 그 반전의 상황에는 공포영화스러운 설정도 담겨 있네요. 장진 감독 특유의 유머와 수다스러운 상황도 빠질 수 없습니다. <춤추는 대수사선> 같은 박진감도 주고 싶었던 것 같구요, 게다가 '무속'적 요소와 '과학 수사'적 기법도 들어 있어야 했습니다. 다양한 증인들을 통해 '단서'들도 주고 '재미'도 주고, 게다가 '화려한 출연진'들을 뽐내야 하기도 했네요.
스틸 사진들을 보니, 정재영 씨의 출연 씬이 또 있었나보군요.
이 씬들이 잘려나간 덕분인지, 시퀀스 하나가 참으로 쓸데 없이 느껴졌습니다. 웃기긴 했지만.
결론은 뻔하지요. 영화는 무척이나 산만해졌습니다. 장진 감독 영화야 산만한 게 매력 아니냐구요. 맞습니다. 감독 데뷔작 <기막힌 사내들>의 그 어수선한 매력을 잊을 수가 없지요. 그 이전에 <개같은 날의 오후>나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와 같은 영화의 각본도 참으로 어수선했지요. 그런데 솔직히 말하자면, 장진 감독의 영화에 '화이'란 여자 주인공이 나오지 않으면서 그의 어수선함이 주던 매력은 어디로 갔는지 찾기가 힘드네요. (<기막힌 사내들>의 오연수, <간첩리철진>의 박진희, <킬러들의 수다>의 오승현이 맡았던 배역은 모두 '화이'란 이름을 갖고 있었지요.) 게다가, 이 영화에는 '이연'도 안 나오네요. (<아는 여자>의 이나영의 극중 이름, <웰컴 투 동막골>의 강혜정 역할 '광년이' 이름이 연극에서는 '이연'이지요. 영화에서는 '여일'이었지만요.)
이 영화의 핵심이 '스릴러'와 '반전'에 있었다면, 그 산만함은 적당히 정리될 필요가 있었습니다. 관객 입장에서 '포지셔닝'이 되질 않습니다. 최연기 검사가 왜 전설적인 인물인지 알려주려고 한 듯한 시퀀스는 존재 이유를 잘 모르겠고, 방송국 중계를 한 설정은 오직 '마지막 비디오 테이프를 통한 반전'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듯 보입니다. 48시간이란 시간 제약도 별로 강하게 다가오질 않구요. 영화의 강약을 조절해줄 의도였는지는 몰라도, 지나친 템포의 변화는 48시간이라는 제한 된 시간이 상당히 느슨하게 보이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긴장감은 떨어지고, 수사는 한달쯤은 지속되고 있는 듯 느껴지지요. 자막에 집중하지 않는다면요.
이 영화를 보고, 그래도 그 마지막 '반전'은 나름대로 괜찮았다는 평이 많은 듯 한데, 저는 그것도 불만입니다. 왜냐하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질 않는 부분이 몇가지 있기 때문인데요, 그 점에 대한 언급은 심각한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으니 생략하겠습니다.
별점 : ★★☆
p.s. 이 영화도 출연자들 면면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관람에 방해가 될지도 모르겠지만요.
일단 맹인 안마사 역할의 황정민씨는 <지구를 지켜라>의 순이구요, 여검사 유진주 역을 맡은 장영남씨는 <아는 여자>에서 갑작스러운 교통 사고를 당하는 비운의 여인으로 나온 그 분입니다. 연극계에선 이미 유명 배우지요. <웰컴 투 동막골> 연극에선 '광년이' 역할을 바로 장영남씨가 했다고 합니다.
p.p.s. 이 영화의 초반 하일라이트라 할 수 있는 최검사와 김영훈의 취조실 장면에서는 '밀폐된 세트'라는 특성을 리얼하게 그리려고 했는지 몰라도, 두 사람의 대사가 너무 울려서 들리더군요.
이 영화의 메인 카피를 보면, "살인에 관한 가장 화려한 수사"라는 문구가 있더군요. 이 영화의 시작은 한 '카피라이터'의 죽음으로 시작합니다. 그런 영화의 '카피'를 주의해서 보지 않을 수 없겠지요. 이 영화의 메인 카피는 "살인에 관한 가장 화려한 搜査"였을까요, 아니면 "살인에 관한 가장 화려한 修辭"였을까요.

이 장면, "지구를 지켜라"에서 본 장면 같지 않나요?
최근 신하균씨, 너무 소모적으로 연기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차기작도 '벙어리 킬러'라는 군요. "복.나.것"+"금자씨" 캐릭턴가요?
글쎄요, 제작사나 홍보사의 의도는 모르겠으나, 제 생각엔 이 영화는 '화려한 수사(修辭)' 쪽인 듯 합니다.
아시다시피, 하나의 스토리를 어떠한 수사(修辭)를 사용해서, 어떠한 목소리로 서술하는가는 현대 '이야기극' 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 이야기를 전달하는 '매체'가 무엇인가도 중요한 부분이지요.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주변 인물들에 대한 수사(搜査)가 벌어집니다. 이야기꾼은 이 상황에서, 재판 과정이 아니라, 검사의 수사 과정 하나하나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한정된 '시간'과 '공간' 안에서 이야기를 전달해야 하는 '연극'이라면 말이지요, 마치 방송국 세트처럼 살인 사건 현장과 수사가 벌어지는 현장과 꾸며놓고, 관객들에게 상황을 전달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법도 하지요. 박진감 넘치는 역동적인 화면 구성은 힘들테지만, 속도감 있는 스릴과 묘한 긴장감을 줄 수는 있을 겁니다. 검사의 취조 현장을 눈앞에서 보고 있지만, 집 안방에서 TV 보듯, 살인사건과 그 취조과정에 대해 '버라이어티 쇼' 보듯이 관객은 편안한 마음으로 볼 수 있을 겁니다. 물론, 그 편안함에 대한 배신이 뒤따르겠지만요. 아마 연극 <박수칠 때 떠나라>는 그런 발상에서 나온 작품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이 연극이 영화화되었습니다. 살인 사건이 벌어진 첫 장면부터, 연극 무대라기보다는 '드라마 세트' 같은 호텔의 모습을 조감하듯 카메라는 움직입니다. 그리곤 방송국 세트 안에 '수사 실황' 세트를 차려놓고, 용의자들에 대한 조사가 시작됩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 영화는 참 화려한 '수사(修辭)'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야말로 버라이어티 하지요. (이 영화의 세컨드 카피는 "버라이어티 리얼 수사극"입니다.)
앞서 말한 '사회 풍자'적 요소도 조금은 있어야 할테구요, 최연기 검사(차승원 분)의 '전설'의 기원도 밝혀주어야 하구요, 두 검사의 라이벌 버디 무비처럼도 보여야 합니다. 수사극인만큼 스릴러적 요소도 갖추고 있어야 하겠지요. 놀랄만한 반전은 당연히 필수 요소구요. 게다가 그 반전의 상황에는 공포영화스러운 설정도 담겨 있네요. 장진 감독 특유의 유머와 수다스러운 상황도 빠질 수 없습니다. <춤추는 대수사선> 같은 박진감도 주고 싶었던 것 같구요, 게다가 '무속'적 요소와 '과학 수사'적 기법도 들어 있어야 했습니다. 다양한 증인들을 통해 '단서'들도 주고 '재미'도 주고, 게다가 '화려한 출연진'들을 뽐내야 하기도 했네요.

이 씬들이 잘려나간 덕분인지, 시퀀스 하나가 참으로 쓸데 없이 느껴졌습니다. 웃기긴 했지만.
결론은 뻔하지요. 영화는 무척이나 산만해졌습니다. 장진 감독 영화야 산만한 게 매력 아니냐구요. 맞습니다. 감독 데뷔작 <기막힌 사내들>의 그 어수선한 매력을 잊을 수가 없지요. 그 이전에 <개같은 날의 오후>나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와 같은 영화의 각본도 참으로 어수선했지요. 그런데 솔직히 말하자면, 장진 감독의 영화에 '화이'란 여자 주인공이 나오지 않으면서 그의 어수선함이 주던 매력은 어디로 갔는지 찾기가 힘드네요. (<기막힌 사내들>의 오연수, <간첩리철진>의 박진희, <킬러들의 수다>의 오승현이 맡았던 배역은 모두 '화이'란 이름을 갖고 있었지요.) 게다가, 이 영화에는 '이연'도 안 나오네요. (<아는 여자>의 이나영의 극중 이름, <웰컴 투 동막골>의 강혜정 역할 '광년이' 이름이 연극에서는 '이연'이지요. 영화에서는 '여일'이었지만요.)
이 영화의 핵심이 '스릴러'와 '반전'에 있었다면, 그 산만함은 적당히 정리될 필요가 있었습니다. 관객 입장에서 '포지셔닝'이 되질 않습니다. 최연기 검사가 왜 전설적인 인물인지 알려주려고 한 듯한 시퀀스는 존재 이유를 잘 모르겠고, 방송국 중계를 한 설정은 오직 '마지막 비디오 테이프를 통한 반전'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듯 보입니다. 48시간이란 시간 제약도 별로 강하게 다가오질 않구요. 영화의 강약을 조절해줄 의도였는지는 몰라도, 지나친 템포의 변화는 48시간이라는 제한 된 시간이 상당히 느슨하게 보이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긴장감은 떨어지고, 수사는 한달쯤은 지속되고 있는 듯 느껴지지요. 자막에 집중하지 않는다면요.
이 영화를 보고, 그래도 그 마지막 '반전'은 나름대로 괜찮았다는 평이 많은 듯 한데, 저는 그것도 불만입니다. 왜냐하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질 않는 부분이 몇가지 있기 때문인데요, 그 점에 대한 언급은 심각한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으니 생략하겠습니다.
별점 : ★★☆
p.s. 이 영화도 출연자들 면면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관람에 방해가 될지도 모르겠지만요.
일단 맹인 안마사 역할의 황정민씨는 <지구를 지켜라>의 순이구요, 여검사 유진주 역을 맡은 장영남씨는 <아는 여자>에서 갑작스러운 교통 사고를 당하는 비운의 여인으로 나온 그 분입니다. 연극계에선 이미 유명 배우지요. <웰컴 투 동막골> 연극에선 '광년이' 역할을 바로 장영남씨가 했다고 합니다.
p.p.s. 이 영화의 초반 하일라이트라 할 수 있는 최검사와 김영훈의 취조실 장면에서는 '밀폐된 세트'라는 특성을 리얼하게 그리려고 했는지 몰라도, 두 사람의 대사가 너무 울려서 들리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