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08월 01일
[리뷰] 웰컴 투 동막골
<친절한 금자씨(이하 금자씨)>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은 정말 친절하였다. 이 영화만큼은 개봉 초에 보아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여기저기서 느껴지더니(나를 포함), DLP 버전과 카메오에 대한 관심이 벌써 재관람 관객을 양산해내고 있는 분위기다. 이미 개봉 첫주 주말 4일간, 전국 관객 146만명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세워버렸다. <금자씨>의 순제작비가 46억 정도 들었으니, 해외 선판매분을 제외하고도 개봉 1주일만에 손익분기점을 넘길 태세다. 2일(내일)에는 국회의원들이 의원회관에 모여 단체 관람을 하기로도 했다니, '멋대로 영화 만든' 박찬욱 감독은 이런 추세가 겁날 지경일 듯도 하다.
그러나 상당수의 입소문은 <금자씨>의 추세가 바로 이번 주말 <웰컴 투 동막골(이하 동막골)>이 개봉되면 곧 꺾이고 말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있다. 현재 유료, 무료 시사회를 합쳐 20만명을 동원하는 엄청난 규모의 시사회를 펼치고 있는 것은 <동막골>측의 자신감이 바탕에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첫 기자 시사회 때부터, 기자시사로는 이례적으로 웃음과 박수가 터져나왔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며, <동막골>에 대한 기대는 <금자씨>에 못지 않은 듯한 인상이다. 만일 <동막골>이 <금자씨>의 무서운 추세를 잠재울만큼 파괴력이 있다면, 항간에 흘러나오는 5백만 기본, 최대 1천만이라는 목표도 무모해보이지는 않는다. 연말 코스닥 상장을 노리는 배급사 '쇼박스' 측에서는 욕심이 날만한 상황이다.
알다시피 <동막골>은 윤주상, 신하균, 정재영 주연의 연극으로 상연된 적 있었던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나는 <동막골>이 연극으로 올려졌을 당시, 시놉시스를 보고 그 연극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으나, 이런 저런 이유로 연극을 보지는 못했었기에, 연극과의 비교는 하지 못하겠다. 다만 의문이 든 것은 어쩌다가 역시 배경이 비슷한 <박수칠 때 떠나라(이하 박수)>와 1주일 간격으로 개봉하게 되었는가하는 점이었다. 두 작품은 모두 장진의 연출로 연극 공연이 이루어졌던 작품들이고, 신하균이 주연급 중요 배역을 맡고 있다는 점(정재영은 <박수>에 카메오로 출연한다)에서 흥행 대결이 꽤나 껄끄러울 수밖에 없을 듯하다. 물론 <동막골>은 필름있수다 제작에 쇼박스 배급이고, <박수>는 어나더선데이 제작에 시네마서비스 배급이라는 점(기획은 필름있수다)에서는 두 영화가 별 상관이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현재의 상황이 자연스럽지는 못하다. 정확한 내막은 알길이 없으나, 작년 9월부터 6개월간 촬영하고 3월 초에 크랭크 업한 <동막골>의 CG 작업이 다소 늦어졌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추측만 할 뿐이다. 그게 아니라면, 올 상반기 <말아톤>(배급:쇼박스)에 밀린 시네마서비스가 '무리수'를 둔 것일 테고 말이다. 참고로 <박수>는 3월경 크랭크 인 해서 6월말에 크랭크 업하고, 후반 작업은 한달여만에 완료되었다.
<동막골>은 한마디로 환타지 동화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영화 음악을 담당했던 히사이시 조가 음악을 맡았다는 것도 그러한 느낌을 주는데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꼭 그렇지 않더라 하더라도, '멧돼지 시퀀스'나 틈만 나면 날아다니는 '나비떼'들, CG로 만들었다는 '쌍둥이 할아버지'의 존재 등등, '동화' 같고 '만화' 같은 설정은 적지 않다.
<동막골>의 강점은 남북 문제와 한국 전쟁을 다루면서, '아름답고도 감동적인 스토리'를 완성해냈다는 데 있다. 그간 한국 영화의 흥행 기록을 경신해온 영화들 중 <친구> 정도를 제외하면, <쉬리>, <공동경비구역JSA>,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등이 모두 분단의 현실이 밑바탕에 깔려 있는 영화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 영화는 흥행 포인트가 충분하다고 할 만하다. 더구나 골치아픈 이념이나 부담스러운 전쟁 장면은 그리 많지 않다. 이는 <금자씨>에 여전히 잠재되어 있는 불편함에 비하자면, 흥행적 측면에서 확실히 유리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예쁘다. 깨끗한 옷차림과 매무새를 갖춘 '광년이' 여일.
사실, 개봉을 앞두고 <동막골>에 대해 흘러나오는 악평도 적지는 않았다. "아동판 '귀신이 온다'"(SiYa님)라는 평에서부터 "태극기 휘날리며와 유사한 엉터리 휴머니즘 범벅 영화"라는 평에, "신인감독에게 80억 제작비와 30만자 필름이 낭비되었다"는 평(belle님)까지도 흘러 나왔다. 이러한 비판들은 <동막골>의 한계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동막골>의 내용은 유치할만큼 단순한 갈등/해소 과정을 갖고 있다. 게다가 후반부에 드러나는 '영웅주의'적 인상은 다소 거슬리게 보이기도 한다. 무엇보다, <태극기 휘날리며> 못지 않게 '한국전쟁'의 현실을 단순화하고 희화화한 것에 대한 불편함도 존재한다.
하지만, <동막골>은 '한국전쟁'이라는 역사적 상황으로부터 자유로워질 때, 새롭게 보일만한 영화라 여겨진다. 정재영이나 신하균과 같은 주연급 배우들에 집중되는 시선을 영화의 배경이 되고 있는 '동막골 주민들'로 돌려놓고 이 영화를 본다면, 영화에선 '공동으로 노동하고 필요한만큼만 수확해서 먹는 원시공산사회'의 이상이 보일 것이고, '언제나 화(禍)를 부르고 갈등을 초래하며, 가장 기회주의적 면모를 보이는 지식인'의 모습이 보일 것이다. 또한 '전쟁'이란 것의 명분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것인가를 절절하게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촌장 어른'만의 '영도력 노하우'가 무엇인지를 말하는 부분은, <동막골>의 주제적 핵심과도 같은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자꾸 오락가락하는데, 결론을 말하겠다. 난 이 영화가 꽤 마음에 들었다. 장진 특유의 '수다'가 사라지고 '멧돼지'와 '초롱불', '팝콘'(연극에서는 미군 조종사 먹는 팝콘이 등장할 뿐이라는데, 영화에서는 아주 중요한 순간 등장한다. 더 말하면 스포일러가 되니, 그만!) 등과 같은 환타지가 중심이 된 것도 나빠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영화의 포지션이 불분명한 것은 연출력의 한계로 지적되어야만 할 듯하다. 이 영화의 전/후반부가 따로 논다는 인상을 받았다는 사람들이 꽤 있는데, 나는 더 많은 가닥들이 따로 노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북한 인민군 병사 세명이 남게 되는 과정 부분이 전체 영화의 분위기와는 맞지 않는 연출이었던 듯 싶었다. 다행히, 어수선하고 오락가락하는 영화의 분위기는 '여일'(강혜정 분)에 의해 정리되니, 무심히 너그럽게 보자면 크게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광년이' 여일(강혜정 분)의 존재는 이 영화를 이끌어나가는 핵심적 역할이면서 영화적 재미의 중추가 되고 있다. 여일이 아니었으면, 이 영화는 크게 망가졌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 영화는 '장진'표 영화를 기대하거나 그 '컬트적' 유머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다소 밋밋한 아동 영화 같을 지도 모른다. 그래도 '머리로, 글로 상상한 것은 모두 스크린에 담을 수 있'게 된 한국 영화의 저력을 보여주는 영화임엔 틀림이 없다. '동화 같은 대작 환타지' 우리 영화를 만나는 즐거움도 쏠쏠하고 말이다.
별점 : ★★★☆
[참고1] 이 영화의 감독을 맡은 박광현 감독은 장진 사단의 단편영화 모음 <묻지마 패밀리>에서 "내 나이키" 편을 연출한 감독이며, '젊은 그대'를 흥얼거리는 최민식이 등장하는 "교보생명" CF를 찍은 감독이기도 하다.
[참고2] 이 영화 공식 홈페이지 주소는 http://www.dongmakgol2005.co.kr다. www.dongmakgol.com은 보신탕집, www.dongmakgol.co.kr은 민박집으로 연결된다.
[참고3] 연극은 보지 않았지만, 당시 캐스팅을 보니 신하균은 표현철 역 그대로, 임하룡도 인민군 장영희 역 그대로고, 정재영은 나레이터 역할을 하는 '작가'역이었군요. 영화에서 정재영이 맡은 리수화의 캐릭터는 연극에서는 정규수가 맡았는데, 그의 극중 이름이 '동치성'이군요. 동치성은 영화 <아는여자>에서 정재영이 맡은 역할의 극중 이름이었지요.
그러나 상당수의 입소문은 <금자씨>의 추세가 바로 이번 주말 <웰컴 투 동막골(이하 동막골)>이 개봉되면 곧 꺾이고 말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있다. 현재 유료, 무료 시사회를 합쳐 20만명을 동원하는 엄청난 규모의 시사회를 펼치고 있는 것은 <동막골>측의 자신감이 바탕에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첫 기자 시사회 때부터, 기자시사로는 이례적으로 웃음과 박수가 터져나왔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며, <동막골>에 대한 기대는 <금자씨>에 못지 않은 듯한 인상이다. 만일 <동막골>이 <금자씨>의 무서운 추세를 잠재울만큼 파괴력이 있다면, 항간에 흘러나오는 5백만 기본, 최대 1천만이라는 목표도 무모해보이지는 않는다. 연말 코스닥 상장을 노리는 배급사 '쇼박스' 측에서는 욕심이 날만한 상황이다.
알다시피 <동막골>은 윤주상, 신하균, 정재영 주연의 연극으로 상연된 적 있었던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나는 <동막골>이 연극으로 올려졌을 당시, 시놉시스를 보고 그 연극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으나, 이런 저런 이유로 연극을 보지는 못했었기에, 연극과의 비교는 하지 못하겠다. 다만 의문이 든 것은 어쩌다가 역시 배경이 비슷한 <박수칠 때 떠나라(이하 박수)>와 1주일 간격으로 개봉하게 되었는가하는 점이었다. 두 작품은 모두 장진의 연출로 연극 공연이 이루어졌던 작품들이고, 신하균이 주연급 중요 배역을 맡고 있다는 점(정재영은 <박수>에 카메오로 출연한다)에서 흥행 대결이 꽤나 껄끄러울 수밖에 없을 듯하다. 물론 <동막골>은 필름있수다 제작에 쇼박스 배급이고, <박수>는 어나더선데이 제작에 시네마서비스 배급이라는 점(기획은 필름있수다)에서는 두 영화가 별 상관이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현재의 상황이 자연스럽지는 못하다. 정확한 내막은 알길이 없으나, 작년 9월부터 6개월간 촬영하고 3월 초에 크랭크 업한 <동막골>의 CG 작업이 다소 늦어졌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추측만 할 뿐이다. 그게 아니라면, 올 상반기 <말아톤>(배급:쇼박스)에 밀린 시네마서비스가 '무리수'를 둔 것일 테고 말이다. 참고로 <박수>는 3월경 크랭크 인 해서 6월말에 크랭크 업하고, 후반 작업은 한달여만에 완료되었다.

<동막골>의 강점은 남북 문제와 한국 전쟁을 다루면서, '아름답고도 감동적인 스토리'를 완성해냈다는 데 있다. 그간 한국 영화의 흥행 기록을 경신해온 영화들 중 <친구> 정도를 제외하면, <쉬리>, <공동경비구역JSA>,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등이 모두 분단의 현실이 밑바탕에 깔려 있는 영화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 영화는 흥행 포인트가 충분하다고 할 만하다. 더구나 골치아픈 이념이나 부담스러운 전쟁 장면은 그리 많지 않다. 이는 <금자씨>에 여전히 잠재되어 있는 불편함에 비하자면, 흥행적 측면에서 확실히 유리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개봉을 앞두고 <동막골>에 대해 흘러나오는 악평도 적지는 않았다. "아동판 '귀신이 온다'"(SiYa님)라는 평에서부터 "태극기 휘날리며와 유사한 엉터리 휴머니즘 범벅 영화"라는 평에, "신인감독에게 80억 제작비와 30만자 필름이 낭비되었다"는 평(belle님)까지도 흘러 나왔다. 이러한 비판들은 <동막골>의 한계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동막골>의 내용은 유치할만큼 단순한 갈등/해소 과정을 갖고 있다. 게다가 후반부에 드러나는 '영웅주의'적 인상은 다소 거슬리게 보이기도 한다. 무엇보다, <태극기 휘날리며> 못지 않게 '한국전쟁'의 현실을 단순화하고 희화화한 것에 대한 불편함도 존재한다.
하지만, <동막골>은 '한국전쟁'이라는 역사적 상황으로부터 자유로워질 때, 새롭게 보일만한 영화라 여겨진다. 정재영이나 신하균과 같은 주연급 배우들에 집중되는 시선을 영화의 배경이 되고 있는 '동막골 주민들'로 돌려놓고 이 영화를 본다면, 영화에선 '공동으로 노동하고 필요한만큼만 수확해서 먹는 원시공산사회'의 이상이 보일 것이고, '언제나 화(禍)를 부르고 갈등을 초래하며, 가장 기회주의적 면모를 보이는 지식인'의 모습이 보일 것이다. 또한 '전쟁'이란 것의 명분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것인가를 절절하게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촌장 어른'만의 '영도력 노하우'가 무엇인지를 말하는 부분은, <동막골>의 주제적 핵심과도 같은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 영화는 '장진'표 영화를 기대하거나 그 '컬트적' 유머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다소 밋밋한 아동 영화 같을 지도 모른다. 그래도 '머리로, 글로 상상한 것은 모두 스크린에 담을 수 있'게 된 한국 영화의 저력을 보여주는 영화임엔 틀림이 없다. '동화 같은 대작 환타지' 우리 영화를 만나는 즐거움도 쏠쏠하고 말이다.
별점 : ★★★☆
[참고1] 이 영화의 감독을 맡은 박광현 감독은 장진 사단의 단편영화 모음 <묻지마 패밀리>에서 "내 나이키" 편을 연출한 감독이며, '젊은 그대'를 흥얼거리는 최민식이 등장하는 "교보생명" CF를 찍은 감독이기도 하다.
[참고2] 이 영화 공식 홈페이지 주소는 http://www.dongmakgol2005.co.kr다. www.dongmakgol.com은 보신탕집, www.dongmakgol.co.kr은 민박집으로 연결된다.
[참고3] 연극은 보지 않았지만, 당시 캐스팅을 보니 신하균은 표현철 역 그대로, 임하룡도 인민군 장영희 역 그대로고, 정재영은 나레이터 역할을 하는 '작가'역이었군요. 영화에서 정재영이 맡은 리수화의 캐릭터는 연극에서는 정규수가 맡았는데, 그의 극중 이름이 '동치성'이군요. 동치성은 영화 <아는여자>에서 정재영이 맡은 역할의 극중 이름이었지요.
# by | 2005/08/01 20:47 | 談話 ::: 기고/생각들 | 트랙백(8)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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