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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친절한 금자씨

꽤 오랜 기간 침체되었던 한국영화계가 하반기 기대작들의 잇단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번주부터 <친절한 금자씨>(박찬욱 감독), <웰컴투 동막골>(박광현 감독), <박수칠 때 떠나라>(장진 감독)가 1주일 간격으로 개봉된다. (세 편의 영화 모두에 신하균이 출연한다.) 그리고 <형사>(이명세 감독)가 가을을 기다리고 있다. 불길한 소문이 벌써부터 나돌고 있긴 하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기대하고 있는 대작 <야수>(김성수 감독), <태풍>(곽경택 감독), 그리고 <청연>(윤종찬 감독) 등은 겨울 개봉이 예정되어 있으니, 올 하반기는 꽤나 풍성한 극장가가 될 듯 싶다. (참고로 또 하나의 기대작 <괴물>(봉준호 감독)은 CG 작업이 많아 내년 여름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그 가운데 <친절한 금자씨>는 장금이 '이영애'와 칸 심사위원대상에 빛나는 '박찬욱' 감독이 <공동경비구역JSA>에 이어 두번째로 만난 영화인 덕분에, 가장 큰 관심을 받아왔던 영화였다. '박찬욱' 감독의 네임 파워는 실로 대단해서, 해외판매로만 이미 50억을 넘는 수입을 거두었다고 한다. (일본 30억, 미국 4억, 프랑스, 이탈리아 등) 그리고 이미 베니스 경쟁부문에도 공식 초청되었다.

(이하에는 '스포일러'가 될 소지가 있는 내용은 최대한 자제하였으나, 영화 내용에 대해 '전혀' 알고 싶지 않은 분들은 읽기를 권하지 않겠습니다.)
이 영화의 간단한 시놉은 이미 널리 알려진대로, 유괴살인범으로 13년간 복역하고 나온 '친절한 금자씨'(이영애 분)가 '백선생'(최민식 분)에게 '복수'를 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올드보이>에서 대다수의 관객들은, 영화 속 오대수처럼, '이우진이 왜 오대수를 가뒀는가'에 집중하느라 '왜 오대수를 풀어주었는가'를 놓치고 있었다. <친절한 금자씨>를 보는 관객들은 아마도 몇가지 '적절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영화를 보리라고 마음을 먹고 보게 되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나도 그랬다.

위의 시놉시스만 알고 있는 상태에서 제기할 수 있는 질문들은 대략 이러한 것들일 것이다.
'금자씨는 정말 유괴 살인범이었을까?'
'금자씨는 왜 친절한 금자씨라고 불리게 되었을까?' (그녀의 친절함의 목적은 무엇인가?)
'금자씨는 왜 백선생에게 복수를 하려고 할까? (백선생은 누구인가?)'
'금자씨는 백선생을 어떠한 방법으로 복수하게 될 것인가?' (그리고 복수는 성공할 것인가?)

그런데, 사실 이 영화에서 이러한 질문들은 '의외로' 커다란 긴장감 없이 풀려나간다. 아마도 <친절한 금자씨>에 대해 관객들이 다소간 실망한다면, 바로 '질문'과 '대답'이라는 반복 과정이 쉽게 풀려나가는 부분에 대한 것일 듯하다. 이 영화의 관객들이 박찬욱식 스릴러물를 기대했다면,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박찬욱 감독은 이 영화에서 꽤 많은 실험을 감행한다. 사람의 머리를 한 썰매를 끄는 '개'가 등장하는가 하면, 'TV인간극장'에 나올법한 나레이션이 금자의 행동을 설명해주기도 한다. '복수3부작의 최종편'이라는 강박관념 때문인지 지나치게 많은 카메오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후반 1/3 부분의 내용 자체가 실험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실험들은 '웃음'을 간간히 주는데는 성공적이었지만, <공동경비구역JSA>나 <올드보이>에서 극 전반에 걸쳐 느껴졌던 팽팽한 긴장감이 이 영화에서 느껴지지 않는 것은 그런 실험들 때문이라 여겨진다.

감독 스스로 말하듯, 이 영화는 극 후반 한 차례의 터닝 포인트가 존재한다. 그 터닝 포인트는 '금자씨'가 개인적 차원의 복수를 포기하게 되는 계기가 되며, 마지막 '교실 시퀀스'와 '성찬의 전례'의 내러티브적 근거가 된다. 그런데 문제는 그 '터닝 포인트'가 너무 약하다는 점이다.

'악인'임은 분명하나, 최민식이란 배우 자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소시민 아우라'가 너무나 강한 '백선생'에 대한 복수는 그다지 강렬하지 않고 통쾌하지도 않다. 사실 인간미 없고 짐승같아 보이긴 하지만, '13년 뒤'에 대한 별다른 대비조차 하지 않고 살아온 '백선생'은 꽤 어리석어 보이기도 한다. 아무리 그런 '백선생'일지라도, 관객들조차 그가 '13년간 착하고 친절하게 살아왔을 것'이라는 착각만큼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금자씨'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복수를 꿈꿔왔던 것일까?

박찬욱 감독은 '복수 연작'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개인의 원한에 대한 사적(私的) 사법(司法)이라 할 수 있는 복수'가 과연 정당한 방식인지, 과연 복수의 기회가 내게 주어진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지, 복수당할 만큼의 원한이 없이 살아온 사람은 있을지 등등에 대하여,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답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복수란 본래, 이성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구원을 꿈꾸는 사람이 넘보아야할 단어가 아니다. 복수는 '처절하게 누군가로부터 상처를 입은 사람이 그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극한적 상황에서 꿈꾸는 로망'이기 때문이다. 중재되거나, 중개되는 복수는 이미 복수가 아니다.

요컨대, 강렬했던 <복수는 나의 것>에 비해, 빈틈없었던 <올드보이>에 비해 <친절한 금자씨>는 적지 않이 실망스러웠다. 그건 박찬욱 감독의 자업자득이다. 미술, 음악, 촬영 다 괜찮았고, 미장센은 훌륭했지만, 만족할 수는 없었다. 그러게, 누가 <공동경비구역JSA>이래로 그렇게 멋지고 환상적인 영화들을 연달아 찍어대래? 관객의 기대치를 높여놓은 건, 당신 자신이라고!

p.s. 이 영화에서 가장 훌륭했던 것은 실감나는 '소음들'을 표현한 '녹음'과 '음향' 분야다.

평점 : ★★★

by 갈림 | 2005/07/28 22:41 | 談話 ::: 기고/생각들 | 트랙백(6)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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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lunamoth 3rd at 2005/07/29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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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29 개봉 / 18세 이상 / 112분 / 드라마,스릴러 / 한국 / 국내 / 씨네서울 / IMDb 푸짐한 복수 종합선물 세트의 완성이랄까요. 차고 넘치는 얘깃거리는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염려했던 이영애의 모습도 친절한 금자씨 그 자체로 분한 모습이었고요. 복수의 행로를 나긋나긋한 내레이션과 조용히 따라갑니다. 하나 둘 묘사되는 금자씨의 지난 행적과 복수의 준비과정이 조금씩 목을 옥죄여오는 느낌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실수를 해, 그리고 그 만큼의 죄값을 치뤄야 하......more

Tracked from 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at 2005/07/29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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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아이를 유괴해 살해한 혐의로 교도소에 수감되었던 이금자(이영애 분)는 감옥 안에서 선행을 하며 ‘친절한 금자씨’로 불리게 됩니다. 13년간의 수감 생활을 마치고 출소하자 금자는 감방 동기들의 도움으로 자신에게 누명을 씌운 백선생(최민식 분)에 대한 복수를 준비합니다.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의 마지막 작품 ‘친절한 금자씨’가 개봉되었습니다. 기대작이었던 탓에 평일임에도 자정이 넘은 심야까지 매진되었습니다. 흥행 여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친질한 금자씨’는 전반부와 후반부가 매우 다른 작품입니다. 전반부까지는 대단히......more

Tracked from 마른미역군의 일탈. at 2005/07/29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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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 30부터 깨서는 8시 20분에 메가박스 1관에서 조조로 복수 3부작의 완결편 '친절한 금자씨'를 보고야 말았습니다. 그런데 CGV에서는 디지털 상영을 한다고 하네요. 이런... 또 보러가야겠습니다. 취향에 따라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듯한 영화입니다만. 일단 저는 무척이나 좋았습니다. 저는 영화의 내용을 말하지 않고서는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 못하는 편이라서요. 스포일러가 다량 함유되어있으므로, 스포일러를 싫어하는 분들은 가려놓은 부분을 보지 않으시기 바랍니다. 이글루스 가든 - 내맘대로 영화해석영화는 ......more

Tracked from ozzyz review at 2005/08/01 00:40

제목 : [친절한금자씨] 박찬욱은 이제 무슨 재미로 살지?
“세상에는 좋은 유괴와 나쁜 유괴가 있어, 좋은 유괴는.....” 많이 들어본 대사인데 귀에 감기는 맛은 전혀 다르다. 배두나의 익숙한 목소리가 최민식의 비열한 그것으로 오버랩 되면서 관객들은 비로소 깨닫는다. 이제 이 복수 난장극도 봉합될 시기에 이르렀음을. 그때 어디선가 유지태, 아니 이우진이 속삭였다. “아... 이제 (박찬욱은) 무슨 재미로 살지?”딸을 동반한 검객 금자씨가 노란색 타이즈와 일본도로 무장한 채 하늘을 날아다니지 않는 이유는 먼 곳에 있지 않다. 제도권에 편입된, 그것도 한국영화지형에서 보기 드문......more

Tracked from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블로그 at 2005/08/01 18:18

제목 : 친절한 금자씨, 재미있는 찬욱씨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감히 박찬욱의 '복수3부작'의 완결편을 안 볼 마음을 먹을 영화광이 흔치는 않을 듯 하다. 그래서 나 역시 극장에 갔고 영화에 나름대로 만족하고 나왔다. 작가의 의식이 꼭 '속죄'에 맞춰지지만 않았다면, 아니 영화가 한 십분만 일찍 끝났다면 정말이지 영화에 환장할 법도 했다. 이 영화의 복수는 '사회적 복수'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자신의 손에 피 한 방울 안 묻힌 개인적 복수'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스포일러 있을 수 있습니다. 영화를 보신 분만 클릭하세요.> ......more

Tracked from 치열한 일기 at 2005/08/09 02:36

제목 : 친절한 금자씨: 친절한 복수 너나 잘하세요
요즘 odoroso 씨는 네이트 씨즐 50%할인 예매권과 SK멤버십 2000원 할인 (타인명의 카드도 추가로 사용 가능), 그리고 코엑스 메가박스 조조관람 콤보로 0원에 영화 보는 재미가 생겼다. 이렇게 찍어보니 배우 이영애의 명함 같기도 하네. 과거 출연작이 모두 지워질 정도로 (인샬라) 이 영화는 지나치게 가공된 그녀의 장금스러운 이미지를 부각하고 있다. 친절한 금자씨 촬영장의 이영애를 감독과 스탭들이 인터뷰마다 빼놓지 않고 표현한 그 말, 장금이의 모습으로 욕을 하거나 요즘 화제인 "너나 잘하세요." 같은 이......more

Commented by lunamoth at 2005/07/29 00:26
세번째, 네번째 질문 (왜, 어떻게) 에 대한 답변이 생각보다 미지근하긴 하더군요. 말씀처럼 그의 전작들이 역치 수위를 높여놓은것 같습니다. / 어떻게된게 볼수록 카메오쪽을 신경쓰게 되더군요;;
Commented by 갈림 at 2005/07/29 16:57
lunamoth/ 저는 카메오 중에 몇명 찾아내지도 못했어요.
류승완 감독과 윤진서 조차도 못 찾았어요. ㅜ.,ㅜ;;
Commented by 마른미역 at 2005/07/29 19:43
류승완 감독과 윤진서씨는 저도 못찾았습니다;
Commented by 갈림 at 2005/07/29 22:37
마른미역/ 워낙 카메오들의 향연이라...
윤진서씬 어느 장면에 나오는지 알고 있었음에도 그 순간엔 모르고 지나쳤어요.
Commented by 木木 at 2005/07/30 14:17
나도 좀 실망했다. 맥빠진 금자씨..

윤진서는 금자가 교도소에서 마녀를 죽인 후 교도소 마당에서 다들 마녀가 죽은 걸 기뻐하며 한마디씩 하는 장면에 등장한다. 윤진서가 대사를 하면서 클로즈업되는데도 다들 못 찾은 이유는... 윤진서가 눈에 참 안 띄는 얼굴이기 때문인 것 같다. 예쁘긴 해도 눈에는 안 띄지... 나는 권상우가 '그녀한테는 좋은 냄새가 난다' 어쩐다 하는 그 광고에서 좋은 냄새 나는 그 여자가 윤진서인 것도 나중에 얘기 듣고 알았다.

류승완은 나도 못 찾았고.

Commented by 갈림 at 2005/07/30 15:39
木木/ 그러게... 어젯밤 케이블에서 '복수는 나의 것' 해줄길래 잠시 봤는데, 그거 보니 새삼 더...
류승완 감독은 여고생 금자씨 등장하는 씬에서 스쳐 지나간다더라...
(이대연씨는 언제 나온거야... 흠...)
Commented by FromBeyonD at 2005/08/01 18:21
갈림님/ 트랙백 잘 읽었습니다.
까메오 찾는 재미가 쏠쏠하긴 하더군요.
영화몰입에는 조금 방해가 되었지만서도.
이대연씨는 처음에 이영애가 신앙간증할 때 앉아있었던 것 같은데 확실치는 않네요. 긁적긁적. ^^;;
Commented by 갈림 at 2005/08/01 19:48
FromBeyonD/ 저도 FromBeyonD님 글 잘 읽었답니다. 카메오는 영화 몰입에 방해되는 게 확실한데, 궁금해서 다시 볼까하는 생각이 드는 걸 보니, 상업적 전략으로는 성공적인 듯 합니다. ^^
Commented by at 2005/08/02 09:20
나도 어제 금자씨 봤다. 뭐 내 개인적으로는 후한 점수를 줘도 될 것같은.. 나름대로 만족스러웠음. 몇몇 장면에서의 연극스러운 시퀀스와 이영애의 가는 목소리가 때때로 어색했던 것을 제외하면 충분히 괜찮았음. 감독의 자신감도 느껴지고.. 흠...

그리고, 복수3부작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영화임에 틀림이 없음!! 극장을 나오면서 의외로 흥행이 되겠다고 느꼈다.
Commented by 갈림 at 2005/08/02 16:54
류/ 가끔씩이라도 영화 보는 걸 즐기는 사람 가운데, 이 영화 안 볼 사람은 거의 없을 듯한 분위기니, 흥행은 이미 대박...
(어쨌든 난 나름대로 불만족...)
Commented by 小木 at 2005/08/06 15:15
이대연씨는 교도소장이라죠. 금자가 신앙간증할 때 고개를 끄덕인다는....
Commented by 갈림 at 2005/08/06 15:26
小木/ 아~ 그러고보니, 그랬던 것도 같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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