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일이!

한달전쯤 있었던 실화다. (사진이라도 찍어놓을 것을... 증거가 없다. ㅡㅡ;)

강의를 마치고 저녁때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도 저녁때 돌아와 옷을 갈아입으려고 방에 들어와 불을 켰다. 그랬더니, 어디선가 '윙~'하는 소리가 나는게 아닌가. 소리의 근원지는 쉽게 포착되었다. 바로 방의 천장에 붙어 있는 등이었다. 흔히 방에 있는 그런 형광등 종류의 등으로, 둥근 모양의 커버가 붙어 있는, 뭐 그런 모양의 평범한 등이다. 슬쩍 보니, 그 등 안 쪽에 벌 한마리가 윙윙 거리면서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니, 이미 벌 한마리는 사망한 듯이 안쪽에 누워있었고, 나머지 한마리도 윙윙거리며 돌아다니긴 하나, 별로 기운차 보이진 않았다. 그러나, 상대가 파리도, 모기도 아닌 벌인지라, 잠시 긴장한 뒤, '에프킬라'를 들고 와서 등과 천장 사이의 작은 틈새로 뿌려댄 후, 나는 잠시 바깥에 나와 대피하고 있었다. 얼마 후, 방에 돌아가보니, 벌 두마리가 시체로 그 안쪽에 누워 있었다.

'가만. 근데, 벌이 어떻게 저곳에 있는거지? 그것도 두마리 씩이나? 등 안에 날파리, 모기, 파리 등의 시체가 모여드는 일은 종종 보았으나, 도심의 아파트 방안의 등 속에 벌이 두마리나 들어가 있다니!'

'가족들이 현관문으로 출입하는 과정에서, 혹은 창문과 방충망을 여닫는 과정에서 벌이 집안으로 들어왔다가, 그 안으로 기어들어갔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으나, 그것 역시 확률이 높은 일은 아니었다. 어쨌든 희한하다, 라고 생각하고 말았다. 그리곤 그날밤 등안의 시체 두마리를 잊은 채, 나는 잠이 들었다.

그런데, 이제부터가 더욱 이상한 일이었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서 씻고, 다시 옷을 갈아입으려 했다. 창문 쪽의 커텐은 그대로 쳐져 있는 상태라, 불을 켰다. 그랬더니, 또 '윙~'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다.

'어라! 어제 그 놈들이 죽은 게 아니었나? 밤새 벌에 쏘일 뻔 했군.'이라 생각하며, 등을 바라보았더니,

아뿔싸. 두마리의 시체는 여전했으나, 새로운 한마리의 벌이 그 안을 또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 놈도 썩 기운차게 돌아다니지는 않았으나, 황당할 따름이었다.

'저 놈들의 무슨 핵분열이라도 하는 것인가. 세번째 저 놈은 또 어디서 나타난 것인가.'

아침 출근길에 바빴기에, 역시 에프킬라로 응급처치살인(?)한 후, 방문을 꼭 닫아두고 집을 나섰다.

그리고, 다시 저녁.
난 또 기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내 방 등 안에는 모두 '네 마리' 벌의 시체가 쓰러져 있었다.
어제밤에 두마리, 오늘 아침에 한마리. 그럼 또 그새 한마리가 저 등 안으로 들어와 죽었단 말인가.

'내 방 등 안에서 황모 박사가 생명체 복제 실험이라도 하는 것인가?'
'내 방 등 안쪽에 누가 꿀이라도 발라 놓은 것인가?'

결국 등의 커버를 뜯어내보았다. 커버의 틈 사이에서 또 한마리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모두 다섯 마리였다.

천장 위쪽 전기 배선이 나오는 틈 새가 약간 벌어져 있었다. 아마도 그 틈새로 벌이 들어 왔으리라.

'아니, 그렇다고 해도, 천장 콘크리트 혹은 시멘트 틈 새에 왜 벌들이 모여 있었던 것일까?'
'왜 그 놈들은 갑자기 며칠 사이에, 내 방의 틈새를 집중적으로 파고 들어 그곳에 모여 죽어간 것일까?'
'왜 내가 옷 갈아 입을 때만 갑자기 한마리씩 더 나타나지? 아니, 이건 의문의 가치도 없다. ㅡㅡ;'

시체들을 안장폐기한 이후, 계속 고민해보았으나 뚜렷한 답은 없었다.
그 전기 배선 틈새로 에프킬라를 살짝 뿌린 후, 등의 커버를 다시 닫았다.

그날 이후, 내 방에서 다시 '벌'을 발견하진 못했다.
아니, 사실 오늘 방 창문을 열고 닫다가 창틀 틈새에서 벌 시체 한마리를 추가로 발견했다.

아, 이러다 내 인생이 벌집이 되는거 아니냐. OTL

by 갈림 | 2005/06/25 02:25 | 日常 ::: 나 | 트랙백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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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사막여우 at 2005/06/25 02:59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형광등에서 미세하게 방출되는 아르곤 가스와 콘크리트에 극소량 섞여있는 맥반석의 원적외선, 그리고 30세 이상 성인 남성의 신체에서만 분비되는 물질 Ch-X가 자연상태에서 합성되면 극히 적은 확률로 '벌'이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Commented by 키위 at 2005/06/25 09:12
최근의 또 다른 연구에 의하면 30세 이상 독신 남성의 복부 피하조직에서 형성된 R2-369는 TFT 리퀴드가 분사하는 파장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여왕벌' 인자를 자가수정 생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이후의 번식은 독신남성의 의욕에 의존한다고 합니다.
Commented by 뽀스 at 2005/06/25 09:41
혹시 집안에 벌집이 생긴거 아닌가요? 잘 살펴보세요 ^^
Commented by youngjune at 2005/06/25 23:43
사막여우님이나 키위님의 의견도 충분히 공감가지만.... 혹시, 일종의 '고려장'같은 시스템이 아닐까? 아니면 코끼리들이 죽기위해 찾아간다는 그런 곳... 발견되는 벌마다 기운이 없거나 혹은 이미 죽어있거나... 그런 곳이 자네 방 등 안이라면 곧 사진을 찍을 기회가 오겠지.... ㅡㅡ*
진실은 저~~~ 넘어에... (두둥~~~)
Commented by 갈림 at 2005/06/26 01:21
사막여우/ Ch-X였던게로군. ㅡㅡ;

키위/ R2-369였던 것이었군요. (역시 문제는 30세 이상의 미혼 남성이라는데... 훌쩍~)
Commented by 갈림 at 2005/06/26 01:22
뽀스/ 제발 그것만은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ㅠ.ㅠ;;

youngjune/ 내 생각엔 걔들이 굶어죽은 것 같은데 말이지, 꿀이라도 발라줄까? (뭐래?)
Commented by 雨갸갸 at 2005/06/26 04:49
내 방에도 간혹 말벌들이 침입하여 에프킬라에 죽어가곤 하는데... 경험자로서 제 의견으로는 역시 달콤하디 달콤한 인간성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Commented by 갈림 at 2005/06/26 12:13
우갸갸/ 공감은 가는데, 달콤한 인간성을 갖고 에프킬라로 살생을 한다는 게 마음에 걸리네. ㅡㅡ;
Commented by at 2005/06/26 18:55
옛날에 '세상에 이런 일이'에서 본 이야기가 생각난다.
천장에서 꿀이 뚝뚝 떨어져서 지붕 뜯고 들여다보니
거기 거대한 벌집이 있었다는....
꿀 떨어지면 예쁜 병에 잘 받아둬라. 100% 천연벌꿀이자나.
Commented by b at 2005/06/26 21:10
고등학교 때 자다가 팔을 옆으로 휘익 젖혔는데 그 자리에 있던 벌(말벌은 아니었던 듯) 위로 바로 팔꿈치 안쪽이 떨어졌어요. 자다가 뭔가 뜨끔한 느낌이 눈을 떠보니 압사된 벌. 왜 그게 거기에 있는지 생각해볼 겨를도 없이 안방으로 달려가서 "나 벌 쏘였어~~~"하고 막 소리질렀더니....엄마가 냉장고에서 쌈장(된장도 아니고 쌈장을...)을 꺼내서 발라주시곤 다시 들어가서 주무시더라구요. 그 어처구니 없음이란...
Commented by 갈림 at 2005/06/27 12:47
륌/ 꿀은 담아둘 수 있겠지만, 거..거..거대한 벌집!

b/ 윤하에게 잘 해줘라...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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