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06월 20일
[단상] 총기 난사 사건
한 학교에서 수업 중에 5·18과 관련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관련포스트 1, 2) 당시 군인들이 얼마나 만행을 저질렀는가에 대해, 그저 몇가지의 구체적 사례를 가지고 이야기를 했다. 어떤 공포영화보다도, 어떤 하드코어 영화보다도 더 무섭고 끔찍한 사건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러자, 한 학생이 질문을 했다. 이 학생은 아마도 40대 후반은 되어 보이는 장애인이었다. 그는 나에게 어떻게 대한민국 군인들이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었느냐, 자신은 군대를 안 가서 모르겠지만 군대란 조직에 속하면 다 그렇게 되느냐를 물었다.
나는 그때 잠시 당황했다. 바로 내가 군생활을 한 부대가 광주에 투입된 부대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부대였기에, 우리 부대 대회의실에 가면 역대 사령관과 여단장들 사진을 쭉 늘어놓았는데, 바로 그 사진 중에는 전장군, 노장군, 정장군 등 5·18 당시 지휘계통에 있던 이들의 모습도 있었기에 더욱 당혹스러웠다. 그래, 그들은 왜 그랬을까? 발포 명령을 누가 내렸는가를 다 떠나서, 대체 왜, 여학생의 젖가슴을 도려내고, 임산부의 배를 갈랐던 것일까. 25년전 광주에 있던 그들은 모두 미친 병사였을까?
일설에 의하면 '약물투약설'도 있고, 시위대의 '과격한 저항'에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좀 섬뜩하긴 하지만 아마도 '군대'는, 더욱이 '특전공수부대'는 원래 그럴 수 있는 곳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군대'란 인명살상을 목적으로 만들어져 국가가 관리하는 '조직 폭력 집단'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군대'란 곳을 가야할 젊은 학생들이 수두룩하게 앉아있는 그곳에서 나는 차마 그렇게까지는 말하지 못했다.
경기도 연천 지역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졌다. 한 병사에 의해서 여덟명의 아까운 목숨이 세상을 등지게 되었다. 사건 직후, 우발적 범행이었다는 설명과는 판이하게, 유가족과 국민들의 분노가 극심해지면서 김일병의 계획적이고 비이성적인 범행이었다는 쪽으로 이야기는 모아지고 있다. 그 사건의 진상은 알지 못한다. 다만, 우발적인 범행이든 계획적인 범행이든 유사한 사건이 언제든지 다시 벌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점만큼은 알고 있다.
김일병은 같이 군생활하던 초,중학교 동창에게 '수류탄을 까 던지고 싶다'는 말을 몇차례 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동창은 '그저 푸념일 것'이라 생각해 특별히 보고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렇다. 군대에서 '수류탄 까 던지고 싶다'는 마음을 먹는 것이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라는 데 문제의 핵심이 있다. 더욱이 대부분의 부대와 달리 전방 부대에는 '실탄과 수류탄'이 지급된다는 점도 유의할 일이다. 대개의 경우는 그 '분노'를 끝내 자신의 목숨을 끊는 쪽으로 결론 내리곤 하고, 그러한 사건은 수없이 많이 일어나고 있으며, 그 중의 소수는 일반 언론에 보도가 되어 잠시간 화제를 모으고 잊혀진다.
군대는 '계급'에 의한 폭압과 욕설이 당연시되는 공간이다. 그곳에 빨리 '적응'하는 것은 때로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것보다 괴이한 일이고 끔찍한 일이다. 그곳에 비교적 잘 '적응'한 이들이 주도하는 우리 사회는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치유할 수 없을 듯 보인다.
과연, 김일병의 분노를, 그리고 어이없이 목숨을 잃거나 다친 젊은 군인들을,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 것인가.
[관련포스트]
[생각] 양심적 병역 거부
[단상] 폭력의 군대, 군대의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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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때 잠시 당황했다. 바로 내가 군생활을 한 부대가 광주에 투입된 부대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부대였기에, 우리 부대 대회의실에 가면 역대 사령관과 여단장들 사진을 쭉 늘어놓았는데, 바로 그 사진 중에는 전장군, 노장군, 정장군 등 5·18 당시 지휘계통에 있던 이들의 모습도 있었기에 더욱 당혹스러웠다. 그래, 그들은 왜 그랬을까? 발포 명령을 누가 내렸는가를 다 떠나서, 대체 왜, 여학생의 젖가슴을 도려내고, 임산부의 배를 갈랐던 것일까. 25년전 광주에 있던 그들은 모두 미친 병사였을까?
일설에 의하면 '약물투약설'도 있고, 시위대의 '과격한 저항'에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좀 섬뜩하긴 하지만 아마도 '군대'는, 더욱이 '특전공수부대'는 원래 그럴 수 있는 곳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군대'란 인명살상을 목적으로 만들어져 국가가 관리하는 '조직 폭력 집단'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군대'란 곳을 가야할 젊은 학생들이 수두룩하게 앉아있는 그곳에서 나는 차마 그렇게까지는 말하지 못했다.
경기도 연천 지역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졌다. 한 병사에 의해서 여덟명의 아까운 목숨이 세상을 등지게 되었다. 사건 직후, 우발적 범행이었다는 설명과는 판이하게, 유가족과 국민들의 분노가 극심해지면서 김일병의 계획적이고 비이성적인 범행이었다는 쪽으로 이야기는 모아지고 있다. 그 사건의 진상은 알지 못한다. 다만, 우발적인 범행이든 계획적인 범행이든 유사한 사건이 언제든지 다시 벌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점만큼은 알고 있다.
김일병은 같이 군생활하던 초,중학교 동창에게 '수류탄을 까 던지고 싶다'는 말을 몇차례 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동창은 '그저 푸념일 것'이라 생각해 특별히 보고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렇다. 군대에서 '수류탄 까 던지고 싶다'는 마음을 먹는 것이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라는 데 문제의 핵심이 있다. 더욱이 대부분의 부대와 달리 전방 부대에는 '실탄과 수류탄'이 지급된다는 점도 유의할 일이다. 대개의 경우는 그 '분노'를 끝내 자신의 목숨을 끊는 쪽으로 결론 내리곤 하고, 그러한 사건은 수없이 많이 일어나고 있으며, 그 중의 소수는 일반 언론에 보도가 되어 잠시간 화제를 모으고 잊혀진다.
군대는 '계급'에 의한 폭압과 욕설이 당연시되는 공간이다. 그곳에 빨리 '적응'하는 것은 때로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것보다 괴이한 일이고 끔찍한 일이다. 그곳에 비교적 잘 '적응'한 이들이 주도하는 우리 사회는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치유할 수 없을 듯 보인다.
과연, 김일병의 분노를, 그리고 어이없이 목숨을 잃거나 다친 젊은 군인들을,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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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 by | 2005/06/20 16:45 | 談話 ::: 기고/생각들 | 트랙백(4)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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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의적인 해석이 얼마든지 가능하도록 되어 있는 것은 물론이고, 정작 중요한 부분은 누락되어 있거나, 없어도 될 것 까지 세세하게 지적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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