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05월 25일
[검토] 가사노동 소득 공제법 개정안
한나라당이 홍준표 의원의 '국적법 개정안'이 히트쳐서 잔뜩 고무된 가운데, 또하나의 개정법안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여성운동가 출신 한나라당 의원인 이계경 의원이 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이 그것이다. 이 개정안의 핵심은 '가사노동'에 경제적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소득 공제의 비중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 MBC 뉴스 기사 ]
요약하자면, 이렇다. 현재 노동자의 소득 공제시, 배우자가 전업주부(여기서 법적 기준은 개인소득이 없거나 연간 소득이 100만원 이하인 경우를 말한다)일 경우, 기본 공제액 100만원이 적용되고 있다. 이 기준액을 1200만원으로 12배 올리겠다는 것이다. 또한 개정안은 남편이 없는 여성 세대주의 경우에도, 부양가족이 있으면 추가 공제금액을 현행 1인당 연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올리는 것으로 되어 있다.
가령, 남편 연수입이 3000만원이고 각종 기타 소득 공제액이 300만원인데, 배우자가 수입이 없는 전업주부이고, 역시 소득이 없는 자녀가 한명 있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현재는 3000-300-100-100 = 2500만원 소득에 대한 소득세를 납부하게 되는데, 이 법안에 의하면 3000-300-1200-100 = 1400만원 소득에 대한 소득세만 납부하면 된다는 얘기이다. 이를 실제 소득세 납부액으로 계산하여보면, 현재 우리나라 도시노동자 월평균 소득(280만원)으로 적용할 경우, 1년에 약 109만원 정도의 세금 감면 혜택이 돌아가게 된다고 한다(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의 계산).
이 개정안의 근거이자 취지는 전업주부의 가사노동에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고, 이를 법적으로 명확히 하겠다는 것이다. '가사노동'의 가치를 산정하는 것은 '기회비용방식'을 적용하느냐, '전문가 대체방식'을 적용하느냐 등에 따라 다양한 액수가 산출된다. 이번 법안은 '가사노동 비용'을 여러가지 산출 결과의 평균치에 가까운 월 100만원 정도로 상정하고 있는 셈이다.
가사노동의 가치를 인정하겠다는 것. 그것은 분명 환영할만한 일이며, 오히려 뒤늦은 감이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번 법안의 내용은, 지난번 홍준표 의원의 경우처럼, 일단은 환호할 만하지만, 유심히 살펴보면 인기영합적인 법안일 뿐 문제점이 많은 법안일 수밖에 없다.
이상한 점은, 가사노동의 가치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것을 왜 하필 '세금 감면'으로 연결되게 방향을 잡았는가 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핵심은 '가사노동의 가치'가 아니라 '세금 감면'에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김어준이 슬쩍 이야기하고 있듯, '세금 감면'은 기본적으로 '우익'의 핵심 슬로건이라 할 수 있다. 우익의 주장이라서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엄청나게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이에 대한 별다른 대책은 보이질 않는다는 점을 지적할 수밖에 없다.
이 개정안의 문제점을 한번 나열해보자.
㉠ 2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급격한 세수 감소에 대해 구체적인 대책이 전무하다.
㉡ 여성의 가사노동을 실질적으로 가치평가함에 있어, 1년에 1200만원이라는 일률적 잣대는
오히려 고소득층에게만 특별히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많다.
파출부나 가정부를 고용하고 가사노동 전혀 안하는 경우도 이 혜택은 동일하다.
㉢ 연봉이 1200만원에 못미치는 노동자도 적지 않은데, 이 경우 공제액이 더 커지는 모순이 발생한다.
참고로 현행 법적 최저임금은 월 64만원 수준이며, 노동계는 81만원선으로 인상할 것을 요구중이다.(기사)
㉣ 생계를 위해 맞벌이를 하는 부부에게는 특히 불리할 수 있다.
가령 아내가 식당 등에서 부업을 해서 100만원에 못미치는 저임금을 받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사실, 요즘 중산층들, 심지어 남성에게도 '전업주부'는 꿈의 직업이다. (기사)
요즘의 맞벌이는 '사회진출'이나 '정체성 확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생계'를 위한 것일 뿐이다.
㉤ 결혼을 하지 않은 독신 노동자의 경우는 세금에 있어서 손해가 더욱 커지게 된다.
(이 법안의 입법 취지 가운데 하나는 출산률을 높이기 위함이라 하오. 엥?)
㉥ 가령 배우자가 가사노동조차 담당할 수 없는 장애인인데, 남편이 생계와 가사일을 모두 책임지는 경우라면?
배우자는 사망했고 자녀가 가사노동을 담당하는 경우라면?
(개정법안은 '배우자'의 경우로 못박고 있다.)
㉦ 소득공제를 초점으로 삼아서 가사노동의 가치를 설정할 경우, 가사노동의 가치를 오히려 저평가할 가능성이 있다.
국내에서는 '전문가대체방식'으로 조사했을 경우도 가사노동의 가치가 월 132만원 정도로 나왔으나,
미국에서는 그 가치가 연 1억 6천만원에 달한다는 결과(연합/조선일보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그렇다고 1억원 이상의 소득공제 혜택을 주어야한다는 주장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밖에도 문제를 제기하자면 끝이 없을 듯하다.
이 개정 법안의 입법 취지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그 취지는 다른 방식으로, 다른 법안으로 구현되어야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앞으로 더욱 세밀한 논의 과정을 거친다면, 적절한 대안이 나올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는 보험의 경우에만 따로 보장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국가가 월급을 주지 않을거라면 세금이나 연금과 연관시킬 부분이 아니라는 것이다. 가사노동의 '가치'를 존중하기 위해서는 딱 두가지면 될 듯하다. 국가에 의한 자녀 양육을 전면적으로 실시할 것. 그리고 '가사노동'의 '파업권'을 전면적으로 허용할 것.) 걱정되는 부분은 '세금 감면'이라는 눈앞의 당근에 현혹되어, 소위 네티즌들(사실은 여성의 권리 신장에는 별 관심도 없는 이들까지도!)이 벌떼처럼 달려들어 이 법안을 기정사실화할까 두려운 것이다.
그래서, 다소 '악의적'으로, 기성 언론이 잘 하는 방식으로 이번 법안을 추진중인 한나라당의 이계경, 이혜훈 의원의 인터뷰를 발췌해보았다. 옮기는 과정에서 약간 변형된 부분이 있으니, 기분 나쁘면 링크를 참조바란다. 이혜훈 의원은 '김어준의 저공비행'에서 인터뷰한 내용이고, 이계경의원은 KBS1라디오 시사플러스(5월 20일)인터뷰 내용이다. 아마 이걸 보면 이 법안 동의하기 힘들거다.
Q : 세수 결손이 우려되는데?
이혜훈 : 세수가 결손 되면 다른 부분에서 더 걷어들이면 된다. 정부 지출을 줄이게 되면 사실 세수 결손을 만회할 수도 있다. 설령 2조가 부족해져서 2조를 다른데서 걷어 와야 하는 일이 발생 한다고 해도, 전업주부들의 가사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으면 전업주부들이 100만원 정도의 혜택을 보고 이 가치가 인정되기 때문에 다른데서 100만원을 더 내도 전업주부들은 기쁠 거다. (이 혜택 못받는 맞벌이 부부들에게는 더 걷는 세금이 부과 안되게 할 자신 있는거냐?)
Q : 이번 법안의 의의는 무엇인가?
이계경 : 보험료 산출시에도 전업주부의 가사노동이 갖고 있는 경제적 가치를 올바르게 평가받을 수 있는 근거가 확보될 수 있다. 또 우리는 이후 후속조치로, 주부들의 국민연금 가입을 추진할 것이고, 이렇게 되면 주부들의 노후보장에도 큰 진전이 있을 것이다. (주부들이 '가사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아 국민연금을 가입하게 되면, 남편과 아내가 납부액의 50%씩을 부담하게 되는건가?)
p.s. 소득세나 제대로 낼 만큼 수입이나 고정적으로 있으면서, 이런 거 시비걸자! orz ㅠ,.ㅠ;
[ CBS 김어준의 저공비행 인터뷰 내용(노컷뉴스)]
[ 이계경 의원 KBS1R 시사플러스 인터뷰 내용 연결(이계경의원 홈페이지) ]
요약하자면, 이렇다. 현재 노동자의 소득 공제시, 배우자가 전업주부(여기서 법적 기준은 개인소득이 없거나 연간 소득이 100만원 이하인 경우를 말한다)일 경우, 기본 공제액 100만원이 적용되고 있다. 이 기준액을 1200만원으로 12배 올리겠다는 것이다. 또한 개정안은 남편이 없는 여성 세대주의 경우에도, 부양가족이 있으면 추가 공제금액을 현행 1인당 연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올리는 것으로 되어 있다.
가령, 남편 연수입이 3000만원이고 각종 기타 소득 공제액이 300만원인데, 배우자가 수입이 없는 전업주부이고, 역시 소득이 없는 자녀가 한명 있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현재는 3000-300-100-100 = 2500만원 소득에 대한 소득세를 납부하게 되는데, 이 법안에 의하면 3000-300-1200-100 = 1400만원 소득에 대한 소득세만 납부하면 된다는 얘기이다. 이를 실제 소득세 납부액으로 계산하여보면, 현재 우리나라 도시노동자 월평균 소득(280만원)으로 적용할 경우, 1년에 약 109만원 정도의 세금 감면 혜택이 돌아가게 된다고 한다(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의 계산).
이 개정안의 근거이자 취지는 전업주부의 가사노동에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고, 이를 법적으로 명확히 하겠다는 것이다. '가사노동'의 가치를 산정하는 것은 '기회비용방식'을 적용하느냐, '전문가 대체방식'을 적용하느냐 등에 따라 다양한 액수가 산출된다. 이번 법안은 '가사노동 비용'을 여러가지 산출 결과의 평균치에 가까운 월 100만원 정도로 상정하고 있는 셈이다.
가사노동의 가치를 인정하겠다는 것. 그것은 분명 환영할만한 일이며, 오히려 뒤늦은 감이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번 법안의 내용은, 지난번 홍준표 의원의 경우처럼, 일단은 환호할 만하지만, 유심히 살펴보면 인기영합적인 법안일 뿐 문제점이 많은 법안일 수밖에 없다.
이상한 점은, 가사노동의 가치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것을 왜 하필 '세금 감면'으로 연결되게 방향을 잡았는가 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핵심은 '가사노동의 가치'가 아니라 '세금 감면'에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김어준이 슬쩍 이야기하고 있듯, '세금 감면'은 기본적으로 '우익'의 핵심 슬로건이라 할 수 있다. 우익의 주장이라서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엄청나게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이에 대한 별다른 대책은 보이질 않는다는 점을 지적할 수밖에 없다.
이 개정안의 문제점을 한번 나열해보자.
㉠ 2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급격한 세수 감소에 대해 구체적인 대책이 전무하다.
㉡ 여성의 가사노동을 실질적으로 가치평가함에 있어, 1년에 1200만원이라는 일률적 잣대는
오히려 고소득층에게만 특별히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많다.
파출부나 가정부를 고용하고 가사노동 전혀 안하는 경우도 이 혜택은 동일하다.
㉢ 연봉이 1200만원에 못미치는 노동자도 적지 않은데, 이 경우 공제액이 더 커지는 모순이 발생한다.
참고로 현행 법적 최저임금은 월 64만원 수준이며, 노동계는 81만원선으로 인상할 것을 요구중이다.(기사)
㉣ 생계를 위해 맞벌이를 하는 부부에게는 특히 불리할 수 있다.
가령 아내가 식당 등에서 부업을 해서 100만원에 못미치는 저임금을 받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사실, 요즘 중산층들, 심지어 남성에게도 '전업주부'는 꿈의 직업이다. (기사)
요즘의 맞벌이는 '사회진출'이나 '정체성 확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생계'를 위한 것일 뿐이다.
㉤ 결혼을 하지 않은 독신 노동자의 경우는 세금에 있어서 손해가 더욱 커지게 된다.
(이 법안의 입법 취지 가운데 하나는 출산률을 높이기 위함이라 하오. 엥?)
㉥ 가령 배우자가 가사노동조차 담당할 수 없는 장애인인데, 남편이 생계와 가사일을 모두 책임지는 경우라면?
배우자는 사망했고 자녀가 가사노동을 담당하는 경우라면?
(개정법안은 '배우자'의 경우로 못박고 있다.)
㉦ 소득공제를 초점으로 삼아서 가사노동의 가치를 설정할 경우, 가사노동의 가치를 오히려 저평가할 가능성이 있다.
국내에서는 '전문가대체방식'으로 조사했을 경우도 가사노동의 가치가 월 132만원 정도로 나왔으나,
미국에서는 그 가치가 연 1억 6천만원에 달한다는 결과(연합/조선일보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그렇다고 1억원 이상의 소득공제 혜택을 주어야한다는 주장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밖에도 문제를 제기하자면 끝이 없을 듯하다.
이 개정 법안의 입법 취지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그 취지는 다른 방식으로, 다른 법안으로 구현되어야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앞으로 더욱 세밀한 논의 과정을 거친다면, 적절한 대안이 나올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는 보험의 경우에만 따로 보장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국가가 월급을 주지 않을거라면 세금이나 연금과 연관시킬 부분이 아니라는 것이다. 가사노동의 '가치'를 존중하기 위해서는 딱 두가지면 될 듯하다. 국가에 의한 자녀 양육을 전면적으로 실시할 것. 그리고 '가사노동'의 '파업권'을 전면적으로 허용할 것.) 걱정되는 부분은 '세금 감면'이라는 눈앞의 당근에 현혹되어, 소위 네티즌들(사실은 여성의 권리 신장에는 별 관심도 없는 이들까지도!)이 벌떼처럼 달려들어 이 법안을 기정사실화할까 두려운 것이다.
그래서, 다소 '악의적'으로, 기성 언론이 잘 하는 방식으로 이번 법안을 추진중인 한나라당의 이계경, 이혜훈 의원의 인터뷰를 발췌해보았다. 옮기는 과정에서 약간 변형된 부분이 있으니, 기분 나쁘면 링크를 참조바란다. 이혜훈 의원은 '김어준의 저공비행'에서 인터뷰한 내용이고, 이계경의원은 KBS1라디오 시사플러스(5월 20일)인터뷰 내용이다. 아마 이걸 보면 이 법안 동의하기 힘들거다.
Q : 세수 결손이 우려되는데?
이혜훈 : 세수가 결손 되면 다른 부분에서 더 걷어들이면 된다. 정부 지출을 줄이게 되면 사실 세수 결손을 만회할 수도 있다. 설령 2조가 부족해져서 2조를 다른데서 걷어 와야 하는 일이 발생 한다고 해도, 전업주부들의 가사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으면 전업주부들이 100만원 정도의 혜택을 보고 이 가치가 인정되기 때문에 다른데서 100만원을 더 내도 전업주부들은 기쁠 거다. (이 혜택 못받는 맞벌이 부부들에게는 더 걷는 세금이 부과 안되게 할 자신 있는거냐?)
Q : 이번 법안의 의의는 무엇인가?
이계경 : 보험료 산출시에도 전업주부의 가사노동이 갖고 있는 경제적 가치를 올바르게 평가받을 수 있는 근거가 확보될 수 있다. 또 우리는 이후 후속조치로, 주부들의 국민연금 가입을 추진할 것이고, 이렇게 되면 주부들의 노후보장에도 큰 진전이 있을 것이다. (주부들이 '가사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아 국민연금을 가입하게 되면, 남편과 아내가 납부액의 50%씩을 부담하게 되는건가?)
p.s. 소득세나 제대로 낼 만큼 수입이나 고정적으로 있으면서, 이런 거 시비걸자! orz ㅠ,.ㅠ;
[ CBS 김어준의 저공비행 인터뷰 내용(노컷뉴스)]
[ 이계경 의원 KBS1R 시사플러스 인터뷰 내용 연결(이계경의원 홈페이지) ]
# by | 2005/05/25 23:00 | 談話 ::: 기고/생각들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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