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에 대한 찬반을 떠나서, 그 정체와 의미에 대한 접근은 양쪽 모두 4년이 넘도록 한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2007년 3월의 포스팅 :
한미 FTA 협상, 모르는 것인지 모르는 척 하는 것인지
어차피 '조약'이라는 것은 언제든 '파기'될 수 있는 것이다. '나꼽살'에서 우석훈 박사가 애매하게 말하는 바람에 혼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나 본데, 양국 중 어느 한 쪽이 파기를 선언하면 유예기간 180일 뒤에 조약이 무효가 된다는 것이 진실이다. 물론 상대적 약소국인 한국이 이런 방법을 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정권 바뀌었다고 조약을 무효로 하는 국가랑 어떤 나라가 합의를 하고 조약을 맺으려 하겠는가. 우박사의 말과는 달리,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
그래도 방법은 몇 가지가 있다.
총선이나 대선 '공약'으로 걸고 '공약'이기 때문에 최소한 재협상이 불가피하다고 미국을 압박하는 방법. 그런데 우리는 물론이고 오바마 민주당 정부 또한 교체되지 않는 한 쉽지 않은 방법이고 우리가 더 내줄 카드도 없다는 것이 문제다.
부득이하게도 그나마 현실적 방법은 FTA의 현실은 받아들이되, 그 타격을 최소화할 만한 복지 정책이나 사회 정책, 그리고 법안을 세우는 일이다. ISD로 소송을 걸어오면 어쩌냐는 것인데, 그때 필요한 것이 '조약 파기'를 협박 카드로 내세우는 것이다. 물론 이것도 내년 총선, 대선 다 승리했을 때나 가능한 얘기고, 그 승리의 중심 언저리에라도 김진표류가 계속 있어서는 택도 없는 얘기가 된다.
사실 기왕 FTA를 할 거였으면 미국의 공화당 정부하고 하는 쪽이 나았다. 김현종, 김종훈(+강봉균, 김진표)을 비롯한 관료들, 혹은 철 모르는 하이예크 주의자들에게 속아서인지, 아니면 공화당 정부 시절이 낫다는 판단을 해서인지 모르겟지만, 어쨌든 노통 때 한미 FTA가 시작된 것은 맞다. 사실 결과론이겠지만, 노통이 시작해서 MB가 마무리 지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공화당 정부랑 협상해놓고 민주당 정부랑 재협상하여 마무리되었다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이것이 지금과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된 이유다. 어차피 FTA는 '국익'이 아니라 어떤 종류의 자본이 유리한 게임판을 만들어놓느냐를 결정짓는 것인데, 5년을 끌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판돈만 많으면 유리한 게임판으로 종결되었다. 결과적으로는, 원래 FTA는 '국익'이 문제가 아니었는데, 졸지에 '국익'과 관련된 조약이 되고 말았다. 신기하게도. 판돈을 놓고 볼 때 미국 자본보다 앞서는 한국 자본이 과연 있던가. 사실 이번 정부 들어 이루어진 재협상으로 이익 균형이 안맞게 되었다는 점은 바로 그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 재계가 환영 메시지를 내놓는 것은 어처구니가 없다. 근본적으로 볼 때, 지난 참여정부 때의 합의안도 한국의 서민, 농민, 노동자 계층들에게는 악몽과도 같은 내용이었지만, 지금의 합의안은 정몽구 회장 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한국인들에게 악몽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결론적으로 한미 FTA의 가장 큰 비극은 한국이 당할 피해를 막는 방법이 미국과의 재협상 등등을 통해 뭐라도 조금 양보를 다시 얻어내는 형태의 것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한국은 한국보다 약한 어떤 나라와의 FTA를 통해 다소간의 만회(?)를 꾀하는 방법밖에 없다. 어제 5분 동안 국회에서 있었던 날치기의 의미는 힘 센 놈한테 얻어 맞은 거 화풀이하려고 힘 약한 놈을 쥐어 패기 위해 찾아 나서야 하는 것이 우리의 운명으로 확정된 순간이라는 것이다.
더 문제는 2009년 미국발 경제위기 이후로 한국 따위한테 '조져질 대상'으로 손 들고 나올 정신 나간 호구는 아마 없을 것 같다는 점이다.